[DUGOUT Universe] 성균관대학교 고영우
봄날의 햇살이 될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좋아해서요.” 때로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 없을 때가 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 이것만큼이나 ‘강력한’ 이유가 더 있을까? 100가지 안 되는 이유를 물리칠 수 있는 단 하나의 될 이유이니 말이다. 고된 훈련, 수없이 긁히고 찢어진 상처, 그리고 드래프트 지명 실패. 그런데도 그가 야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오늘은 위 드라마 속 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가진, 성균관대학교 고영우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수족관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고래처럼, 꿈이 펼쳐진 그라운드를 향해 Let’s Go 투더 영 투더 우!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eonsu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고영우
출생 2001년 6월 21일 신체조건 178cm 78kg 출신교 대동중-경남고-성균관대 포지션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3년 성적 15경기 타율 0.360 18안타 3홈런 24타점 1도루 OPS 1.107
#예로부터 인재는 성균에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첫 만남이네요! 독자분들께 인사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9월 8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내야수 고영우라고 합니다. (이제 촬영이나 인터뷰가 제법 익숙하죠?)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조금 적응되긴 했어요. 근데 화보 촬영은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이용헌 선수, 원성준 선수에 이어 올해에만 세 번째 성균관대 선수와 인터뷰를 하네요. ‘나는 왜 안 불러주지?’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다! 없다?
그런 적은 없었고요. (웃음) 용헌이랑 성준이 형이 인터뷰했다는 얘기를 듣고, 저도 한번 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만큼 올해 성균관대의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이번 시즌 KUSF 대학리그 조1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희 팀이 투타 밸런스가 좋습니다. 실점하지 않고 마운드를 잘 지켜주다가, 기회가 생겼을 때면 타자들이 이를 놓치지 않아요. 이후 투수들이 다시 잘 막아준 덕분입니다.
그럼,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지도 궁금하네요.
평소에 하던 것처럼 똑같이 했어요. 작년에 리그 타격 1위를 하면서 힘이 들어가거나 더 잘하려고 하면 분명 안 좋은 결과가 있을 거 같았거든요.
9월 11일부터 대학리그 왕중왕전이 시작됩니다. 해당 대회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최근 타격감이 떨어져서 다시 감각을 되찾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안 좋아진 데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데요. 특히 한번 안 풀리니깐 마음도 조급해지고 자신감이 더 떨어지더라고요. 극복하는 방법은 제가 더 노력하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에 연습량을 늘렸어요.
작년 대학리그 왕중왕전 우승도 성균관대가 차지하면서, 그 비결로 대회 직전 선수들과 함께 다녀온 등산을 꼽기도 했어요. 올해에도 다녀올 예정인가요?
안 그래도 선수들끼리 가자고 말을 하긴 했는데 아직 모르겠어요. 새벽에 출발했을 때는 좋았는데, 왕복 5시간 정도 걸었더니 내려올 때쯤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힘든 만큼 더 끈끈해졌던 기억이 있어 다시 얘기해 봐야겠어요.
#성균관의 대들보
성균관대 선수를 볼 때면 유독 팀 분위기가 좋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아무래도 주장이었던 본인의 역할이 컸겠죠?
맞아요! 저희 팀 분위기 좋습니다. 제 덕분보다는 팀 전체가 선후배 관계보다 형, 동생 같아서 그런 거 같아요. 주장일 당시에도 팀을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는 선수들 한 명 한 명 따로 만나서 얘기를 자주 나눴습니다. (한 번씩 사기를 북돋아 줄 때 전하는 한마디가 있다면?) 실수해도 괜찮으니까 자신 있게 하자!
작년부터 계속해서 팀의 4번 타자를 맡고 있어요. 타자로서 인정받았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을 거 같아요.
솔직히 부담이 없다고 하면 말이 안 되죠. 매번 느끼고 있어요. 그럴 때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기보다 긍정적인 책임감으로 느끼면서 타석에 더 집중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타석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어릴 때는 타석에서 생각이 정말 많은 편이었어요. 대학 진학 후에는 ‘공 보고 공 친다’라는 생각만 남기고 모든 생각을 지우려고 합니다.
콘택트는 물론 장타율이 6할대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파워까지 갖췄습니다. 크지 않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장타를 만들기 위해 강하게 때리는 방법도 있지만, 저 같은 경우 장점인 손목 힘을 이용해서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회전력을 역이용해서 받아쳤더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시즌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언제였어요?
6월 2일에 있었던 인하대와의 경기요. 그 경기로 조 1위를 하냐 못하냐 갈리는 게임이었는데, 저희가 잘하는 만큼 인하대도 강팀이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게임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홈런을 쳐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습니다! (웃음)
#무거움은 잠시 내려놓고
긴장되는 경기에 최강야구 얘기를 빼놓을 수 없죠. 첫 등장은 성균관대 3루수였는데, 떨리지는 않았어요?
당연히 긴장될 줄 알았는데 막상 경기장에 도착하니 하나도 안 떨리는 거예요. 편한 마음으로 있다가 시합이 시작되면서 팬분들의 함성이 들리는데, 와… ‘이래서 1군 프로선수가 되려고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아직도 귀에 꽂히는 그 함성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 경기 덕분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해당 경기에서 호수비 퍼레이드를 보여주며 ‘대학리그 최고의 3루 수비수’라는 평에 걸맞은 모습으로 주목받았어요. 안정적인 수비의 비결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핸들링 연습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타구가 와도 매끄럽게 처리하는 편이에요. (이후 비하인드 영상에서 원성준 선수가 “원래 다이빙하는 애가 아닌데 오늘따라 열심히 하네”라고 했어요. 사실인가요?) 아니에요. 원래 다이빙합니다. 모함이에요!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예요. 그중 좋아하는 포지션이 따로 있을까요?
3루가 제일 편해요. 가장 오래전부터 하기도 했고 올해에는 3루로만 출장하기도 했거든요. (3루로 유독 어려운 타구가 자주 가는데 처리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오히려 어려운 타구가 와서 좋습니다. 빠르고 힘든 타구를 잡았을 때 오는 희열과 성취감이 커요.
이후 최강야구에 반고정 자리를 꿰차면서 일명 ‘알바생’으로 활약 중입니다. 합류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요!
경기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 성균관대 이연수 감독님께 전화가 왔어요. “만약 최강야구에서 오라고 하면 할 거냐?”라고 하셔서 당연히 간다고 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최강야구 PD님께 연락이 와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일일 대타로 투입돼서 충암고와의 경기를 끝으로 촬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어요.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건 본인의 용기 있는 뻔뻔함(?) 덕분이라면서요?
마지막 인터뷰까지 마쳤는데 이대로 끝내기 싫었어요. 김성근 감독님을 비롯한 프로야구 레전드 분들과 함께 경기를 뛴다는 건 정말 값진 경험이잖아요. 그래서 예전에 있었던 트라이아웃에도 지원했었는데 최종에서 떨어졌거든요. 그런 제게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셨으니, 앞으로의 기회는 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불러주지 않았는데도 훈련에 참여하고 그랬죠. 덕분에 PD님께서 앞으로 참석해도 말리지는 않겠다고 말씀하셔서 다행입니다.
아직 알바생 신분이지만 레전드 선수들과 한 팀으로 함께 하는 지금은 어때요?
엄청난 영광이죠. 선배님들 보면서 저도 따라가기 위해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합니다. (김성근 감독에게 배우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퐁 퐁 착’, ‘또온 또온’ 등 특유의 훈련법을 사용하잖아요.) 처음에는 하나도 못 알아들어서 옆에서 PD님이 계속 번역해 줬어요. (웃음) 지금은 무슨 말씀하시는지 전부 알아요. ‘퐁 퐁 착’이나 일본어랑 섞어 말씀하시는 것도 웬만하면 다 알아듣습니다.
타격 외에 수비나 워크에식 관련된 조언은 없었나요?
수비할 때는 무조건 다리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하셨고, 송구는 어깨가 아닌 손목 스냅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태도 관련해서는 따로 말씀 없었는데, 얘기 안 해주셔도 옆에서 선배님들 야구 하는 걸 보면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다들 야구에 진심이세요.
김성근 감독 하면, 타격 훈련만큼이나 지옥의 펑고도 유명합니다. 특타 vs 펑고 둘 중에 더 힘든 것은?
펑고가 훨씬 힘듭니다. 절대로 공을 가운데로 주지 않으세요. 방향도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하고, 항상 글러브에 스치는 공으로만 쳐주셔서 너무 힘들어요. (이연수 감독의 훈련도 만만치 않을 텐데요. 두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비교해 보자면?) 별로 차이가 없어요. 저희 감독님도 김성근 감독님께 야구를 배우셔서 그런지 공통점이 많아요. 아마 혹독한 훈련 스타일도 김성근 감독님을 보고 저희에게 그대로 하지 않나 싶습니다.
몬스터즈의 레전드 선수들만큼이나 어린 선수들인 ‘영건즈’의 활약도 대단합니다. 근데 영건즈 사이에서 유독 놀림을 집중적으로 받던데요?
제일 늦게 들어와서 그런지 (정)현수랑 성준이 형이 맨날 놀려요. 항상 당하기만 하고 맞받아치지도 못합니다. (그럼, 정말로 본인 프로필에 잘생겼다고 적은 적 없어요?) 없어요. (웃음) (셀카 찍을 때 후면 카메라로 돌려서도 안 찍고요?) 셀카 자체를 안 찍어요. (억울) (본인이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전부 모함입니다. (해탈)
영건즈 중에서 원성준 선수와는 ‘성균관즈’로도 불리고 있어요. 원성준 선수의 모습 중 야구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닮고 싶은 점이 있다면?
성격이요. 낯을 별로 안 가리는 성격을 닮고 싶어요. (반대로 ‘이건 내가 낫다’ 하는 부분은?) 친해지기만 한다면 성준이 형보다 제가 더 재치 있는 거 같습니다.
타격 훈련하는 모습을 봤는데 항상 일정한 톤으로 ‘으이~쌰!’ 기합을 넣더라고요.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일까요?
제가 그랬나요? 열심히 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계속 나오는 거 같아요. 평소에 루틴이나 징크스 같은 것도 일부러 안 만드는 편이에요.
경기에 진 날이면 밤늦게까지 연습한다고 들었어요.
승리욕이 엄청납니다. 팀이 지는 날이면 제가 못해서 진 경기가 많았고, 그런 부족한 제 모습이 용납이 안 돼요. 그래서 더 잘하려고 열심히 연습합니다. (평상시에도 지는 걸 싫어하나요?) 완전요. 친구들이랑 사소한 게임을 해도 무조건 내기 걸고 합니다.
그라운드 위에서의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야구장 밖에서는 낯을 가린다면서요?
엄청 많이요. 지금도 낯가리고 있어서 조금 힘듭니다. 대신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라 친해지면 유쾌하다고 해요. (MBTI가 내향형인 I예요?) ISFP입니다. SF는 잘 모르겠는데, I랑 P는 무조건이에요. 그래서 훈련할 때도 따로 루틴 없이 시합 전 배팅만 열심히 치고 들어갑니다. (ISFP가 침대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던데요?) 맞아요! 쉬는 날에 항상 누워있고, 틈날 때마다 누워있고. 누워있는 거 진짜 좋아해요.
밖에 나갈 때면 주변에서 알아보곤 하죠?
학교 주변 다니면 한 번씩 알아봐 주시고SNS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져서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감사드리고 야구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시 힘내서
지금까지 야구를 해오면서 감사한 분들도 많을 거 같아요.
일단 부모님께 가장 감사드리죠. 제가 야구를 시작한 것도,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 덕분이니깐요. 그리고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최강야구 PD께도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야구를 시작하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나 봐요?
언제 처음으로 야구장에 갔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부모님께서 야구를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야구장에 자주 다녔던 건 기억나요.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누구였어요?) 부산 사람이라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은 다 좋아했어요. 굳이 꼽자면 타자를 보면서 야구선수 꿈을 키웠기 때문에, 이대호 선수와 홍성흔 선수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그럼, 현재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요?
최근에 (노)시환이 형이 너무 멋있어요. 평소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 영상을 보면서 배울 점을 찾아보고 따라 해 보거든요. 요즘에는 시환이 형 타격 영상을 보고 배우는 편이에요.
본인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이길래 이렇게 매번 최선을 다하는 건가요?
제 인생의 전부요. 20살 때 지명받지 못하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실망과 처음 겪어보는 실패에 대한 좌절감도 컸어요. 이후 아예 다른 일을 알아봤는데 결국엔 야구로 이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대학 진학 준비를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대학에 와서도 휴가 기간에 쉬고 있으면 빨리 야구 하고 싶고 틈만 나면 야구 생각이에요. 그럴 때마다 ‘나 야구를 참 많이 좋아하는구나’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고영우를 응원하는 팬분들께 한 마디 전하며 마무리할게요.
성균관대와 몬스터즈에서 야구 하는 동안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항상 감사드리고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앞두고 있는데요. 만약 프로에 가게 된다면 항상 최선을 다하는 좋은 야구선수가 될 테니 응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0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www.tv.naver.com/dugoutmz
<더그아웃 매거진>은 대단한미디어가 제작,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포스트 내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대단한미디어와 표기된 각 출처에 있습니다.
잡지 기사 전문을 무단 전재, 복사, 배포하는 행위를 금하며,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