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흩어진 통번역 솔루션을 ‘보글’로 통합해 시너지를 내고, 개인화 엔진을 여러 서비스와 온프레미스에 연결하려고 합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30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Flitto 2nd Media Insight Day’에서 새 AI 통번역 통합 브랜드 ‘보글(Vogl)’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제공해 온 AI 통번역 서비스를 하나의 브랜드 아래 묶고, 사용자가 학습시킨 개인화 엔진을 다양한 환경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플리토는 이번 리브랜딩을 단순한 명칭 변경보다는 통번역 솔루션 사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작업으로 보고 있다. 기존 데이터 사업에서 쌓은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기업용 온프레미스와 하드웨어 등으로 접점을 넓힌다. 데이터 사업에서도 피지컬AI 학습 데이터와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등으로 외연을 확대한다.
통번역 서비스 ‘보글’로 통합…핵심은 개인화
플리토가 별도의 통번역 서비스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회사명인 플리토 아래 ‘챗 트랜슬레이션’, ‘라이브 트랜슬레이션’ 등 개별 명칭을 사용했다. 보글은 ‘Voice of Global Languages’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말이 보인다’는 의미도 담았다.
보글은 개인용 AI 통역 앱을 비롯해 컨퍼런스용 ‘Vogl Stage’, 오프라인 공간용 ‘Vogl Zone’, API, 기업·공공기관용 온프레미스 등으로 구성된다. 이날 플리토는 기존에 흩어져 있던 솔루션을 하나의 브랜드 아래 묶어 서비스 간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보글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개인화’를 내세웠다. 사용자의 음성과 발음, 자주 사용하는 단어와 고유명사 등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사용할수록 해당 이용자에게 맞는 음성인식과 번역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플리토는 데이터 회사로 성장했기 때문에 데이터 학습, 특히 초개인화에 가장 큰 차별성을 두고 있다”며 “본인의 음성과 메시지, 단어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쓰면 쓸수록 계속 학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모든 것은 데이터의 힘에서 시작되고, 그 데이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개인화”라고 강조했다.
개인화 엔진은 하나의 서비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용자가 보글 앱에서 자신의 음성과 용어를 학습시켜 놓으면 이를 컨퍼런스용 ‘보글 스테이지’나 노트테이킹, 기업용 온프레미스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업용 온프레미스 시장도 공략한다.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고객사 내부 서버에 통역 모델을 설치해 회의 내용이나 내부 정보가 외부로 전달되는 것을 줄이는 구조다. 현재 국가기관과 보안 요구가 높은 국내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현재까지 플리토 솔루션을 사용한 컨퍼런스는 600건을 넘어섰다. 올리브영과 CU 등에 이어 교보문고 광화문·강남점 등에도 솔루션을 공급했다. 상품명이나 도서명처럼 일반 번역기가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운 고유명사를 사전에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실적에 대해서는 하반기 개선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현재 매출과 순이익 모두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1·2분기에 진행한 프로젝트의 인보이스가 3분기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출과 영업이익, 수익성 측면에서도 지난해보다 개선된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드웨어·데이터 거래로 외연 확대…피지컬AI도 준비
플리토는 보글을 소프트웨어에만 한정하지 않고 하드웨어 영역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대학 강의실이나 호텔, 관광시설 등 공간별 환경에 맞춰 통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전용 기기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통역과 연결되는 글래스나 이어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 가운데 어떤 기기와 결합해야 솔루션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며 “2027년 정도에는 좋은 하드웨어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데이터 사업 역시 새로운 형태로 확장하는 중이다. 플리토는 올해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했다. 회사가 자체 구축한 데이터뿐 아니라 개인이나 다른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올려 AI 개발 기업 등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오픈마켓이다.
플리토 자체 데이터를 구매할 경우 기존 데이터 사업 매출로 잡히며, 외부 이용자가 등록한 데이터가 거래되면 플리토가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이 대표는 “타인이 올린 데이터에서 거래가 발생했을 때 가져가는 수수료는 아직 시장에 이야기할 만큼 큰 숫자는 아니다”며 “외부에서 좋은 데이터가 올라오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려면 연말까지 마켓플레이스를 잘 키워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피지컬AI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나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학습 데이터를 구축해 국내외 AI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현재 내부 데이터 수집과 검증을 거쳐 클라우드 방식으로 수집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가공한 데이터는 글로벌 고객 대상으로도 판매할 계획이다.
플리토는 이처럼 데이터 구축에서 통번역 솔루션, 데이터 거래 플랫폼, 향후 하드웨어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보글을 통해 각기 흩어져 있던 통번역 서비스를 개인화 엔진 중심으로 묶고, 국내에서 확보한 적용 사례를 기반으로 해외 확장을 추진한다.
이 대표는 “기술이 좋으면 당연히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며 “2027년에는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글로벌로 확대하고 보글과 온프레미스 솔루션 역시 글로벌 시장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기목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