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이사회, 경영진 거수기?…찬성률 100%·배당 외면[더시그널]

신연수 기자 2026. 4.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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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부재 중 계열사 대여·유증 안건 이사회 통과
“이사회 주주 충실 의무 위반 가능성 높아”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한화솔루션이 정기주총에서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지 않아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2024년 약속한 현금배당도 실시하지 않으면서 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진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 부문 대표이사와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 사진=한화그룹. 

| 서울=한스경제 신연수 기자 | 한화솔루션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앞선 모든 이사회 안건은 물론, 유상증자 및 배당금 지급 등 주주의 이익에 반하지만, 회사 및 오너 이익에 대한 건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계열사 대여금과 유상증자 등의 안건은 김 부회장이 불참한 가운데 이사회에서 자체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지배주주의 책임경영 회피했고, 이사회는 주주를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유증 통과, 예견된 수순?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4일 개최한 정기주총에서 주주들에게 2조4000억원 규모 유증 관련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 지배주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악재성 유증을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결정했다고 꼬집는다.

즉, 유증 결정 과정에서 주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쟁점이다. 유증은 무조건 악재로 작용하진 않는다. 다만 주주의 돈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경우 단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기주총에서 유증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교체돼 신규 선임된 이사들이 유상증자 관련 자료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주총 당일에 유상증자 사실을 밝히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주주의 이익 여부와 상관 없이, 한화솔루션의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유증은 통과됐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사외이사들은 유증 결의 전부터 이사회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경영진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사내이사인 김동관 부회장은 계열사 유상증자나 자금 대여 등 예민한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될 당시 회의에 불참했다.

ESG행복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이 계열사 자금 관련 이사회 결의 불참에 대해 "이미 의사결정을 끝내놓고 이사회는 형식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안건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이사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면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화솔루션 사외이사, 사내이사 이사회 참석률과 안건 찬성률.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표=신연수 기자.

▲필요하면 주인, 힘들 땐 아몰랑 배당 정책

주주와 약속했던 배당정책도 2년 만에 뒤집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 결산 배당을 실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실적 부진 영향으로 6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배당 여력이 크게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회사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배당을 진행하지 않았고, 2023년 배당을 재개했으나 주당 300원(시가배당률 약 0.8%) 수준에 그쳐 약 2.2% 수준인 코스피 평균 배당 수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후 2024년 '중장기 배당정책'을 발표하며 배당 재개를 약속했다. 당시 한화솔루션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20%와 주당 300원 중 '큰 금액'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2024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300원을 책정하고 현금배당을 실시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수천억원의 적자가 이어지자 다시 무배당으로 방향을 틀었고, 주주와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져버리며 회사 신뢰도도 타격을 입게 됐다.

▲주주충실의무 위반 논란…금융당국 나서

새로 선임된 이사가 이틀 만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이사회가 주주 충실 의무를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하며 "유증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미미하다"며 "1조5000억원의 자금 상환으로는 차입금을 의미 있게 축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한화솔루션 이사회의 주주충실 의무 위반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달 논평을 통해 "한화솔루션의 이번 증자는 기존 발행주식총수의 42%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의 유증이고 실권 후 일반공모가 예정돼 있어 회사 자본 구조와 주주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며 "독립이사 4명 중 2명이 이사회 개최 이틀 전 주총에서 선임돼 개정 상법의 취지에 맞는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라고 일갈했다.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이사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단순히 자금조달 필요성 등 회사의 이익만을 고려할 게 아니라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그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포럼 측은 "과연 신임 독립이사 2명을 포함한 4명의 독립이사가 미국 법인의 현금흐름 분석과 중장기 예측치를 토대로 제대로 심의·의결했는지 궁금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금감원도 행동에 나섰다. 한화솔루션의 유증의 당위성, 주주 권익 훼손 여부, 이사회 논의 내용과 주주 소통 계획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1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신규 독립이사 후보자 선정 후 기존 이사들과 독립이사 후보자들에게 유증 관련 자료를 미리 제공했다"며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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