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75개 병원 연락 후 치료…잇따른 응급실 '뺑뺑이' 불안 여전
전국 응급실 411곳 중 3곳 제외 24시간 운영
지방서 ‘뺑뺑이’ 여전…정부 비상의료체계 유지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 25주 임산부가 양수가 터져 75개 병원에 연락했으나 수용 거부를 당했다. 결국 신고 접수 6시간만에 치료를 받았다. 지난 15일 광주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광주 소재 의료기관 4곳에서 수용을 거부당해, 전주로 이송, 접합 수술을 받았다. 지난 16일 대전에선 아들과 싸우던 아버지가 복부를 자해, 17개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했고 108분만에 천안으로 이동해 치료받았다.
예상보다 더 많이 문 연 병원·약국…경증은 응급실 안 갔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휴 기간 문을 연 병원은 지난 14일 2만 9823개소, 15일 3247개소, 16일 3832개소, 추석 당일인 17일 2223개소 등으로 일 평균 9781개소였다. 당초 예상했던 8954개소보다 827개소 증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추석연휴 기간(5020개소) 대비 95% 많다. 올해 설연휴 기간(3666개소)과 비교하면 167%나 많다. 특히 추석 당일에 문 연 의료기관은 2024년 설 당일, 2023년 추석 당일과 비교하면, 약 600개소 늘었다.
전국 411개의 응급실 중 3개소를 제외한 408개의 응급실은 연휴 동안 매일 24시간 운영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14일과 15일 양일간 주간만 운영했으나 16일부터 추석연휴기간 24시간 운영 중이다. 건국대충주병원과 용인 명주병원은 추석 연휴 동안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았지만 지역 내 의료원과 병·의원의 협조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이번 연휴 동안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일 평균 2만 7505명으로 지난해 추석(3만 9911명), 올해 설(3만 6996명)과 비교해 20% 이상 감소했다.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환자 수는 1255명으로 지난해 추석(1455명)과 올해 설(1414명) 대비 소폭 감소했다. 경증 환자는 일평균 1만 6157명으로 지난해 추석(2만 6003명), 올 설(2만 3647명)과 비교해 30% 이상 감소했다.
조규홍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서 경증일 때 응급실 이용을 자제해준 덕분에 응급의료 현장이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7일 기준 중증진료를 주로 다루는 전국 180개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수는 1865명에 그치고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권역·응급의료센터 의사 수가 2300여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400명 이상 줄어든 것이다. 복지부는 같은 기간 동안 전공의가 500명 이상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상황을 분석했다.
이렇다 보니 지방 일부 응급실에서는 2명의 응급전문의가 추석 연휴 기간을 2교대로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의 피로누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조 장관은 “의료인력의 부족 문제의 경우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기에 연휴가 지나더라도 응급의료 대응 역량이 당장 회복되기는 힘들다”며 “추석 연휴 이후에도 현장 의료진들과 적극 소통하는 한편, 범정부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지자체와 함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현재의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3일 병원 복귀 ‘의사 블랙리스트’를 온라인에 올린 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수사 당국을 조롱하듯 해당 사이트에 새로운 내용이 지난 14일 또 업데이트됐다. 이번 게시자는 정 씨가 명단 작성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며 무리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의사도, 의대생도 아니며 의사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응급실 근무자 명단 등은 내리겠다면서도 다른 근무 전공의 관련 내용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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