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나가면 갈 데가 없어요", 계약갱신으로 버티는 세입자 늘어

-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2023년 7월 이후 상승세
- ‘전세의 월세화’… 월세 전환 매물 늘고 전세는 ‘가뭄에 콩 나듯’
- 임대료 5% 이내 인상, 갱신청구권 사용이 현실적으로 유리한 선택 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갱신 계약을 택한 세입자의 절반이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가 맞물리며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는데요. 리얼캐스트가 상황을 들여다봤습니다.

서울 아파트 월간 전세가격지수, 2년 5개월째 상승 중

KB부동산 데이터허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5.59로, 2023년 7월 84.52 이후 2년 5개월째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월 월세가격지수의 경우에도 서울은 131.19로 2019년 4월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가격 전망과 시장 움직임이 반영된 전세가격전망지수 역시 서울이 123.05(2025년 12월 기준)로 2024년 7월 124.46을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임대차신고제) 중 하나로 2020년 시행된 제도인데요. 최초 계약 이후 종료 2개월 전까지 동일한 조건 상에서 한 번에 한해 연장, 최대 4년 거주할 수 있습니다.

직전 계약에서 보증금과 월세 인상률은 5% 이하로 제한되는데, 요즘 같이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매물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다른 전셋집을 찾느니 5% 인상을 택하는게 나은 선택이 되는 것이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얼마나 늘었나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은 26만2,345건입니다. 이 가운데 신규 계약은 14만121건, 갱신 계약 건수는 9만9,721건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는 2024년 동 기간 갱신 계약이 7만5,04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만4,673건 늘어난 수치입니다. 반면, 신규 계약은 17만6,696건(2024년)에서 14만121건(2025년)으로 3만6,575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체 전월세 계약 건수 중 갱신 계약 비중이 2024년 29.8%에서 2025년 38.0%로 8.2%p 늘어난 것이죠. 갱신 계약 중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건수와 사용하지 않은 계약이 있는데요. 청구권을 사용한 건수는 2024년 2만4,441건에서 2025년 4만9,213건으로 2만2,772건 늘었습니다. 이 부분이 전체 갱신 계약 건수의 49.4%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 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청구권 사용 비중은 월세보다 전세가 더 많았는데요. 2024년 전세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은 1만5,805건으로 64.7%였고, 2025년엔 3만5,047건으로 늘어 전체의 71.2%를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워 신규 전세 계약서를 쓰는 것보다 기존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갱신으로 버티는 세입자,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

계약 갱신 외에도 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금 마련이 어려워진 세입자들에게 반전세나 월세를 찾아야 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월세가 오르면서 서울 강남, 용산 등 인기 지역은 월 150만원 이상의 계약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임대차 3법은 단기적으로 세입자를 보호했지만, 결과적으로 신규 임대 물량을 줄이고 월세로의 전환을 자극하는 양상이 빚어졌다고 해석합니다. 특히 대출 한도 축소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가 겹치면서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도 빚어졌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차인 보호 중심의 규제만으로는 시장이 경직돼 임대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보다는 전세자금 대출 완화, 임대인 세제 조정, 공공임대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전·월세 시장이 안정돼야 실질적인 주거 안정도 이뤄지는 것일 텐데요. 시장 회복과 공급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임차인과 임대인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제도적 균형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