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만 먹던 귀한 약초였는데…" 이제는 미국 시장까지 뚫은 '한국 나물'

참당귀, 미국 생약집 첫 등재…수출 확대 기대
당귀 자료사진. / guentermanaus-shutterstock.com

고도가 높은 산에서 자라며 예부터 귀한 산나물로 불린 참당귀가 미국 생약 규격집에 처음으로 등재됐다. 전통적으로는 임금에게 진상하던 귀한 약초였고, 현대에는 여성 건강과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등재는 단순한 수출 인증을 넘어, 국내 생약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미국서 공식 인증받은 국산 참당귀

당귀 묘목. / mujijoa79-shutterstock.com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미국 약전위원회(USP)와의 공동연구 결과, 국내 자생 참당귀가 미국 생약 규격집(HMC)에 등재됐다고 18일 밝혔다. 미국 생약 규격집은 현지에서 생약 품질 기준을 정하는 공식 문서로,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는 건 약효와 품질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로써 참당귀를 원료로 하는 우황청심원, 은교산 등 제품은 미국 수출 시 원료 설명이나 품질관리 자료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광동제약 김현정 R&D센터장은 “참당귀는 대표적인 한약제제 원료”라며 “이번 등재가 미국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건강과 혈액순환에 좋은 대표 약초

참당귀는 한방에서 당귀(當歸)로 불린다. 이름 자체에 '마땅히 돌아오라'는 뜻이 담겼다. 전쟁터로 떠나는 남편에게 아내가 참당귀를 넣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는 기력을 회복시켜 무사히 돌아오라는 바람이 담긴 상징이었다.

참당귀는 피를 만들고 혈액을 맑게 해주는 약초로 잘 알려져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 흐름을 도와 예부터 여성 건강을 지키는 데 많이 활용됐다. 《동의보감》에는 나쁜 피를 없애고 새살을 돋게 하며, 기운을 북돋는 데 쓰였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이유로 ‘여성을 위한 인삼’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치매 예방까지 돕는 신비한 산나물

당귀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참당귀의 효능은 단지 여성 건강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뇌 기능을 개선하고,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주요 성분인 데쿠르신(decursin)은 뇌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고, 뇌세포 손상을 막는 역할을 한다.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물질의 이동을 차단해 뇌를 보호한다.

참당귀에 포함된 폴리페놀, 쿠마린, 패롤산 같은 성분은 뇌혈류를 개선하고 인지기능 저하를 방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덕분에 노인뿐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 수험생들에게도 뇌 건강을 위한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봄에는 나물로, 가을에는 약초로 쓰여

당귀 뿌리. / 국립생물자원관

참당귀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한 ‘임금님 나물’로 알려져 있다. 봄철 어린잎은 향이 좋고 식감이 부드러워 산나물로 먹기 적당하다. 가을에는 뿌리를 굴취해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뿌리는 고유의 향과 함께 체력을 회복시키고, 간 기능을 보호하며 기관지 천식에도 쓰인다.

특히 해발 800m 이상의 깊은 산에서 자생하는 만큼 일반적인 식용 나물과 달리 구하기 어렵다. 약성도 강해 예로부터 치유력이 높은 약초로 취급됐다.

국산 생약의 해외 진출에 새로운 활로

미국 생약 규격집에 등재됐다는 건 단순한 등록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국 수출시 품질검증 절차가 간소화돼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 모두를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참당귀라는 국산 생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약효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석연 원장은 “국산 생약 원료의 미국 규격집 등재를 이어가기 위해 업계와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당귀가 이번 등재를 시작으로 한국 약초의 수출 기반을 넓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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