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건강하게 먹어야지."
아침 식탁에 식빵 두 장과 치즈 한 장. 점심엔 샐러드에 드레싱 듬뿍. 간식으로는 건강한 검은콩 두유 한 팩. 저녁엔 집에서 만든 토마토 파스타. 디저트는 시리얼 한 그릇.
짠 음식은 하나도 안 먹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오늘 당신이 섭취한 나트륨은 이미 WHO 권장량의 두 배를 넘었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인이 놓치는 진짜 나트륨 공급원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김치류, 찌개류, 장류, 젓갈류, 장아찌류가 '한국인 나트륨 섭취량 세계 1위'의 큰 원인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김치가 짜다는 것, 라면에 나트륨이 많다는 것.

하지만 정작 위험한 건 '짜지 않다고 생각하는' 음식들입니다. 나트륨 섭취를 높이는 주요 식품 순위를 보면 소금 759.8㎎, 배추김치 389.3㎎, 간장 374.1㎎, 된장 214.9㎎, 라면 181.3㎎에 이어 빵이 55.5㎎으로 10위 안에 들어있습니다.
음식 종류별로는 면·만두류(481mg), 김치류(438mg), 국·탕류(330mg), 볶음류(227mg), 찌개·전골류(217mg) 순으로 많은 나트륨이 들어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23년 기준 3136mg(소금 7.8g)으로, WHO 권고량 2000mg보다 1.6배 많은 수준입니다. 2011년 4831mg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1. 식빵, 밍밍한 맛 속의 배신

"식빵은 짜지도 않은데?"
식빵 1~2장이면 일반적으로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감자칩 한 봉(80g, 340mg)을 다 먹는 것과 같습니다.
식빵 한 장의 나트륨은 300mg이 넘습니다. 별다른 의식 없이 서너 장의 식빵을 먹었다간 성인 1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2,000mg)의 절반 가량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게 결론입니다.
식빵의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이유는 식빵을 반죽할 때 들어가는 베이킹파우더 때문입니다. 식빵이 부풀어 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는 베이킹파우더의 주성분이 바로 나트륨 화합물인 탄산수소나트륨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햄이나 치즈, 마요네즈를 더하면 나트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아침 샌드위치 하나로 하루 권장량의 절반을 먹는 셈입니다.
2. 치즈, 고소한 맛 뒤에 숨은 소금

치즈는 발효 과정에서 소금이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어린이용 치즈 19개 제품 중에서는 '상하치즈 유기농 어린이 치즈'가 80㎎으로 가장 적었고 '데니쉬 키즈스틱 치즈'가 230㎎로 가장 많았습니다. 유아용 치즈는 제품에 따라 최대 3배 차이가 났습니다.
문제는 치즈가 단독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빵과 함께, 파스타와 함께, 샐러드와 함께 먹다 보면 나트륨은 모르는 사이에 쌓여갑니다.
3. 시리얼, 달콤함 뒤의 짠맛

아침 대용으로 인기 있는 시리얼. 달콤하니까 나트륨이 적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시리얼은 보통 단맛으로 기억되는 음식이지만, 실제로는 다량의 나트륨이 포함된 제품도 많습니다. 특히 바삭한 식감을 위한 가공 과정에서 나트륨이 첨가되고, 맛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단맛과 짠맛이 동시에 조절됩니다.
'무설탕'이나 '다이어트용' 시리얼도 나트륨 함량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4. 가공 두유와 곡물 음료, 건강 음료의 함정

검은콩 두유, 아몬드 브리즈, 귀리 우유. 건강한 이미지의 식물성 음료들입니다. 그런데 시판 제품 한 팩(190ml)에는 나트륨이 상당량 들어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첨가된 설탕뿐 아니라 나트륨도 함께 들어갑니다.
짜지 않아도 짠 이유
짜지 않다고 나트륨이 안 들어 있을까요?
대부분의 가공식품은 식품 가공과정에서 베이킹파우더(탄산나트륨), 화학조미료(글루탐산나트륨, MSG), 보존제(벤조산나트륨), 발색제(아질산나트륨) 등이 첨가됩니다.
이렇게 소금, 즉 염화나트륨 외에도 다른 종류의 나트륨 화합물이 다양하게 사용되므로 짠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나트륨 함량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짜다'라고 느끼는 건 염화나트륨, 즉 식탁용 소금의 맛입니다. 하지만 식품에 들어가는 나트륨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탄산나트륨, 글루탐산나트륨, 벤조산나트륨...
이들은 짠맛을 내지 않지만 우리 몸에서는 똑같이 나트륨으로 작용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나트륨 과다 섭취는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위암, 만성신부전 등 다양한 질병과 비만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장을 볼 때 영양성분표를 확인하세요. 같은 식빵이라도 나트륨 함량은 제품마다 다릅니다. 치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짜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나트륨이 적은 게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런 음식일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경계를 늦추는 바로 그 순간, 나트륨은 몰래 쌓여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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