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사거리 1000km 장거리 미사일 전격 배치…'전수방위' 원칙 전환점
일본이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실전 배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3월 31일 구마모토현 겐군 주둔지에 사거리 약 1000km로 늘어난 '12식 지대함 유도탄' 개량형 배치를 완료했다. 같은 날 시즈오카현 후지 주둔지에는 시속 6000km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며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그리는 극초음속 활공체계(HVGP)도 함께 전개됐다. 이는 2022년 12월 '반격능력' 개념을 도입한 지 약 3년 3개월 만에 자국 개발 장거리 타격 전력의 실전 운용이 시작되는 것이다. 겐군 주둔지를 기점으로 할 경우 북한 대부분 지역과 중국 동해안 일부가 사정권에 들어가게 되면서, 전후 일본이 견지해온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때 방어용으로만 무력을 행사함)' 원칙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이란에 다 썼다"…토마호크 2년치 소진에 일본 도입 차질
일본이 장거리 미사일 자체 개발과 배치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미국의 무기 재고 부족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2년 치 이상 생산량을 단기간에 소진하면서, 일본이 2028년 3월까지 도입하기로 했던 토마호크 약 400발의 납품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전쟁 전 미국의 토마호크 재고는 약 4000발이었으나,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군은 이미 850발 이상의 토마호크를 이란 공격에 사용했다. 가장 믿었던 동맹국 미국의 핵심 타격 자산 공급이 지연될 가능성에 직면하자, 일본이 자국산 장거리 미사일의 실전화를 앞당겨 반격 능력의 판을 스스로 깔겠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260조원 쏟아붓는 미국 국방예산…우선순위는 '자국 창고 채우기'
무기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우려는 미국이 처한 현실과 맞물려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2027 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1조 5000억 달러(약 2260조원)를 요청했다. 이는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 대비 약 42% 이상 급증한 수치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를 찾기 힘든 최대 수준의 국방비 증액 시도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줄어든 무기고를 다시 채우기 위해 글로벌 주요 방산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핵심 요격체계인 패트리엇 PAC-3 MSE 미사일의 생산량을 향후 7년간 최대 3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장기 생산 체제에 돌입했다. 이러한 대규모 방산 투자는 역설적으로 현재 미국의 무기 재고와 생산 라인이 감당하고 있는 압박의 크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맹국 무기 도입, '계약 순서' 아닌 '미국 시급성'이 결정
글로벌 국지전이 장기화될 경우 동맹국들의 무기 도입 일정은 계약을 체결한 순서가 아니라, 미국의 내부 안보적 시급성에 따라 언제든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차가운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대만, 폴란드 등 미국 무기를 대량 발주한 국가들 역시 납품 지연 우려에 직면해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850억 달러(약 278조원) 규모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동맹국 납품보다 자국 방어망 강화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유럽이 미국 없이 방어 가능하다는 생각은 꿈에 불과하다"고 경고했지만, 현실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동맹국 무기 공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천궁-Ⅱ 실전 증명…K-방산, 미국 독점 대안으로 부상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방산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국 무기가 미국의 고가 무기 독점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천궁-Ⅱ가 이란의 아랍에미리트(UAE) 공격 시 미사일과 드론 30대 중 29대를 격추하며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천궁-Ⅱ 요격미사일의 가격은 약 100만 달러로,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약 400만 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면서도 비슷한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빠른 납기와 높은 품질이 더해지면서, K-방산이 '가성비 최강' 무기 공급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이 1600억 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방공망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산 무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도 '자립' 서둘러야…외부 지원 없이 버틸 수 있는가
일본의 발 빠른 대응은 한국의 국방 전략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단순히 이웃 국가의 군사적 역량이 강해진다는 차원을 넘어, 동맹국에 자립적인 타격 능력을 요구하는 국제 안보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한미군 F-16 전투기와 패트리엇 포대, 사드 시스템 일부가 이란 전선으로 차출되면서 한반도 방위 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중동이나 유럽 같은 외부 전선에서 돌발 변수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유사시 한미동맹을 통한 미군 전력의 즉각적인 투입이나 무기 재보급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지형 속에서 국가 간 전쟁 억제력은 선언적인 우방 관계를 넘어, 실제 예비탄 재고와 즉각적인 자체 양산 능력이라는 구체적인 지표로 증명해야 할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