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의류업체 형지글로벌(옛 까스텔바작)의 메자닌 투자자들이 잇따라 권리 행사에 나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단기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정 후보 테마주로 분류된 상장사의 주가가 단기간 급등할 것을 노린 투자자들이 전환권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면서 오버행(대규모 매물 출회)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형지글로벌은 5회차 전환사채(CB)와 6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 및 신주인수권 청구에 따라 20일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전환에 따라 발행되는 주식은 총 136만9477주로, 발행주식총수의 15.73%에 해당한다.
형지글로벌은 지난달에도 72억원 규모의 4, 5회차 CB와 6회차 BW 물량에 대한 전환, 신주인수 청구를 받았다. 이에 207만9419주가 시장에 상장됐다. 두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117억원 규모의 주식이 시장에 풀린 셈이다.
투자자들이 전환 청구에 나선 배경에는 형지글로벌이 정치 테마주로 분류된 데 따른 단기 호재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형지글로벌은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추진한 무상교복 정책의 수혜주로 알려졌다. 최근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과 최준호 형지글로벌 부회장이 이 후보가 주재한 경제인 간담회에 섬유·패션업계 대표로 참석한 행보도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환청구, 신주인수권 행사는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며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오버행 이슈가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달 4일 형지글로벌의 주가는 1만3050원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전환청구에 따른 신규 상장 물량이 시장에 풀리며 5000원대까지 하락했다.
그럼에도 대선이 임박하면서 정치적 이슈가 우려를 덮는 양상이다. 형지글로벌 주가는 전환청구 공시 다음 거래일인 12일 이 후보의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는 소식에 반등했다. 이날 주가는 장중 상한가(8120원)를 기록했고, 전일 대비 19.04% 오른 7440원에 마감했다. 13일에도 14.38% 오른 851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형지글로벌의 시가총액은 676억원으로 크지 않고, 테마주 특성상 주가의 급등락 가능성이 높아 소액 투자자의 피해 발생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회사가 최근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주가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형지글로벌은 지난달 20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속적인 영업적자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다. 신주 발행가는 3420원으로 정했다. 공시 당시 주가인 1만1620원 대비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된 셈이다. 그러나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회사는 신주 발행가액 확정일을 6월12일에서 7월7일로, 상장 예정일은 7월4일에서 30일로 연기했다.
유증에 따른 신주 상장 시점은 대통령 선거일인 6월3일 이후다. 통상적으로 정치 테마주 주가는 선거가 끝난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메자닌 투자자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발행된 대규모 물량이 유통될 예정인 만큼, 하방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
한편 형지글로벌의 유증 주관사인 SK증권은 이번 딜에서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택했다. SK증권은 모집총액의 2%를 기본 수수료로 받으면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전액 인수하고 인수 금액의 15%를 추가 수수료로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청약이 흥행할 경우 최대 25억65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청약 부진 시 최대 144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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