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거짓 브리핑'의 전말‥"기사 써야겠냐"던 그 검사 [서초동M본부]

이준희 letswin@mbc.co.kr 2024. 10. 2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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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귓속말하는 조상원 4차장검사

■ 중앙지검 국감 달군 '거짓 브리핑'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바로 다음 날 열린 10월 18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의 키워드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전날 저녁 MBC 보도([단독] '도이치' 김 여사 압수영장 기각됐다더니‥검찰, 청구조차 안 했다) 때문이었습니다. 10월 17일 김 여사 불기소 브리핑에서 검찰은 '2020년 11월 코바나컨텐츠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함께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의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고 했는데 이게 사실이 아니었다는 게 보도 골자였습니다. 국감 본 질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쏟아졌습니다. "대국민 사기극(서영교 의원)"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10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 중] 정청래 /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더불어민주당) "MBC 보도가 맞습니까 검찰 발표가 맞습니까? 이창수 증인." 이창수 / 서울중앙지검장 "제가 보고받기로는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청구는 코바나컨텐츠 관련 사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청래 /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그러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님, 도이치모터스 김건희 피의자에 대해서 그 사건에 대해서 압수수색영장은 청구를 안 한 게 맞는 거지요?" 이창수 / 서울중앙지검장 "형식적으로 보면 그 말씀이 맞고요." 정청래 /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형식적이라는 말 빼고. 청구 안 했잖아요." 이창수 / 서울중앙지검장 "그 부분 맞습니다." 정청래 /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그런데 왜 청구하지도 않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고 그러고 기각됐다고 이렇게 발표를 왜 했습니까?" 서영교 의원 / 국회 법제사법위(더불어민주당) "거짓말!" 이창수 / 서울중앙지검장 "거짓말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저도 사후에 보고를 받았습니다."

검찰의 거짓 브리핑 논란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자 이창수 지검장은 그날 오후 진화에 나섰습니다. 전문을 그대로 옮깁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질의 도중) "거짓 브리핑이라는 기사가 조금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서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브리핑 당시에 압수수색 관련한 질의가 있었고 2020년, 2021년 당시 수사팀 상황을 설명하면서 압수수색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의 오해가 이제 있었던 것뿐이고요 거짓으로 브리핑한 사실은 없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 같은 부서에서 코바나컨텐츠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함께 진행됐고 피의자가 또 2명이 동일한 관계로 영장 범죄사실이 2명이 다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또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제 한 번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적이 있다는 부분을 이제 약간 오독이 돼서 그렇게 됐던 것이지 저희가 금방 확인하면 나올 얘기를 그걸 일부러 그렇게 할 이유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요."

이 지검장의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압수수색 관련 질의가 있었다. 2) 코바나 사건과 도이치 사건 수사가 함께 진행됐고 영장 범죄 사실이 다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3) 기자들이 오독을 했다. 4) 금방 확인하면 나올 얘기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오후 4시쯤 별도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기각된 김건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코바나 사건 관련'이라는 점과 '도이치 사건 계좌주는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된 적이 없다'는 내용을 명확히 설명했는데 청취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일부 오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답변 중 아래 내용이 확인된다고 적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역시 해당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너무 길면, 바로 아래 요약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10월 18일 서울중앙지검의 거짓 브리핑 논란 해명 보도자료 중 - 답변 서두에 '2020년부터 수사 진행됐는데 처음에 당시에 김건희 코바나와 도이치가 함께 수사가 진행되었다. 압수수색 영장에도 함께 범죄사실로 쓰이기도 했다. 여사에 대해서는 사무실,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되었고, 그 뒤로 청구한 적 없다'고 운을 떼며 답변을 시작했고, 이후 보다 상세한 내용을 설명하였음 - 이어진 답변에서, '김건희에 대한 영장이 통기각 됐다. 코바나 사건 범죄사실이 주된 것이기는 했지만, 당시에 코바나, 도이치 사건은 같이 수사 진행되고 있었다'라고 설명하며, 김건희 영장이 코바나 사건 관련인 점을 언급하였고, - 그 다음 '피의자 김건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라는 전제를 얘기한 다음, '도이치 관련 11번 압수수색 영장 청구, 73곳 집행했는데, 그 중에 이런 계좌주는 없어.. 계좌 자금 제공한 초기 투자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하여, 초기 투자자 중 한명인 김건희에 대해 도이치 관련 압수영장 청구는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했음 - 아울러 그 다음 답변 과정에서 '(피의자 김건희는) 기본적으로 계좌주다. 저희가 말씀드렸다시피 계좌주 중 압수수색 영장 청구한 사람이 없어, 최은순, 양모, 김모 등 전체적으로 청구한 게 없어'라고 다시 한번 계좌주에 대한 압수영장 청구는 없었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설명드렸음

중앙지검 설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코바나와 도이치 수사를 함께 하며 압수수색 영장에 함께 범죄사실로 쓰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2) '김 여사에 대해서는 사무실,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됐고 그 뒤로 청구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3) '코바나 사건 범죄사실이 주된 것'이라며 김 여사 영장이 코바나 사건 관련인 점을 언급했다. 4) '김 여사는 계좌주'이며, '계좌주 중 도이치 관련 압수 영장 청구는 없었다'고 분명히 밝혔다.

어떻게 들리시나요? 이번에는 전날인 10월 17일 브리핑 직후 포털에 뜬 주요 기사의 제목입니다. 제목에 '영장 기각' 내용을 직접 언급한 것만 이 정도이고, 기사 내용으로는 거의 모든 언론이 이 내용을 담았습니다. 검찰 설명이 맞다면 검찰은 이 보도자료를 전날 냈어야 했습니다. 모든 언론이 오보를 내는데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가요?

[일문일답] 검찰 "'도이치 의혹' 김여사 압수수색 영장 모두 기각" / 연합뉴스 검찰 "'도이치 의혹' 김여사 압수수색 영장 모두 기각" / SBS 검찰 "김건희 여사 관련 압수수색 영장 법원서 모두 기각돼" / 경향신문 검찰 "도이치 의혹 金여사 압수수색 영장, 모두 기각됐다" / 조선일보

10월 17일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불기소 브리핑을 듣고 있는 기자들

■ 일부 기자들의 오해? 2시간 반 동안 5번이나 따져 물었다

그날 브리핑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브리핑은 서울중앙지검 13층 브리핑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쉼 없이' 진행됐습니다. 기자 40여 명이 자리를 지켰고 저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기자 질의응답만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는데 첫 질문이 압수수색 여부였습니다.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주거지'라고 말한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검찰 보도자료에는 '주거지'가 빠져 있습니다.)

[김 여사 압수수색 관련 1차 질문(10월 17일)] 기자) 이 수사를 4년 반 동안 하셨는데 김 여사에 대해 영장 청구를 한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언제 어떻게 무엇에 대해 했는지 말씀해달라. 최재훈 부장) 2020년부터 김 여사와 관련해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가 함께 수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도 함께 청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주거지, 사무실, 휴대전화까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을 당했다. 이후 영장을 다시 청구하지는 않았다.

검찰 보도자료에는 '이어진 답변' '그 다음 답변' 식으로, 압수수색 관련 질문이 마치 한 차례 있었던 것처럼 애매하게 쓰여 있지만, 실제로는 모두 5번 있었습니다. 첫 질문에서 '도이치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됐던 사실이 확인됐으니 기자들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로부터 1시간 뒤 압수수색 관련 두 번째 질문이 나옵니다.

[김 여사 압수수색 관련 2차 질문(10월 17일)] 기자) 도이치 1차 수사팀 때 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가 뭔지, 그리고 재청구 시도는 왜 안 했는지? 최재훈 부장) 이게 지금 10년이 지난 사건이다 증거가 있느냐 측면의 문제인데 이미 한 번 영장이 통 기각이 됐지 않나. 그때는 코바나컨텐츠 사건의 범죄 사실이 주가 되긴 했지만 결국 당시 코바나컨텐츠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같이 수사기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압수수색 영장이나 계좌 영장도 두 개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가기도 했다. 왜냐하면 대상자는 김 여사로 같았기 때문. 말씀드렸다시피 저희가 기각은 당했으나 주거지, 사무실, 휴대폰에 대해서 영장을 청구한 게 있었다. (중략) 피의자 김건희는 카테고리는 계좌주야. 저 카테고리는 통상적으론 참고인이다. 11번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로 73곳을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했는데 그중에 이런 계좌주는 없다.

1차 질문에서 도이치 사건으로 김 여사 영장 청구를 했었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니 2차 질문에선 구체적인 영장 혐의, 그리고 재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겁니다.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을 두고 검찰은 '코바나 사건 범죄 사실이 주가 됐다'고 말한 부분만 콕 집어 '김건희 영장이 코바나 사건 관련인 점을 언급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끝까지 보면 1차 답변과 대동소이합니다. '코바나 사건과 도이치 사건이 같이 수사되고 있었고 압수 영장도 함께 청구했다'는 것입니다. 최 부장은 '기각은 당했지만 영장을 청구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압수 대상에 '주거지'가 또 한 번 등장했다는 점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 질문은 분명히 '도이치 영장 청구서에 적힌 혐의가 무엇인지' 였습니다.

그리고 최 부장은 이어진 답변에서 피의자 김건희는 '계좌주'이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집행)를 한 사람 중에 '이런 계좌주'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김 여사에게 영장 청구를 안 했다'는 말로 들리십니까, 아니면 '김 여사 말고 다른 계좌주에 대해서는 영장 청구를 한 사실이 없다'로 들리십니까. 게다가 최 부장은 영장 청구서에 적힌 혐의를 답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때 혐의를 제대로 답했다면 거짓 브리핑 논란이 벌어질 일도 없었겠죠. 그리고 '도이치 영장 청구했지만 기각' 기사가 인터넷에 도배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브리핑에서 기자 질의응답을 담당했던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

이제 3번째 질문입니다. 질문자는 저였습니다. 다른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압수수색 2번째 질문으로부터 1시간 20분 정도가 더 흐른 뒤였습니다.(수사팀에서 바로 잡으려면 바로 잡을 시간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아직 영장 청구서에 적힌 혐의와 청구 시기가 안 나온 만큼 그 부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김 여사 압수수색 관련 3차 질문(10월 17일)] 기자) 코바나 컨텐츠와 같이 해서 영장 청구했지만 기각됐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로 언제 청구했고 대상은 무엇인지? 최재훈 부장) 해당 대상자에 대해 2020년 11월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고, 주거지, 휴대폰, 사무실 모두 청구했고 모두 다 기각됐다. (중략) 그리고 대면조사 부분 서면조사 왜 기다렸냐 하시는데 저희도 답답한 부분 있어. 근데 기본적으로 계좌주야. 계좌주 중에 압수 영장 청구한 사람이 없어 김건희만 그런 게 아냐. 단순 계좌주에 대해서는. 그런데 대면조사 어렵사리 했어.

'도이치와 코바나 사건을 함께 영장 청구했다'는 점을 전제하고 물어봤고, 최 부장은 자연스럽게 영장 청구 시기는 2020년 11월, 대상은 주거지, 휴대폰, 사무실이라고 했습니다.('주거지'를 또 얘기했다는 점을 기억해주십시오) 그런데 김 여사에게는 영장을 청구했다고 해놓고 왜 자꾸 계좌주 중에 압수 영장을 청구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계좌주인 김 여사에게 영장을 청구했다'와 '계좌주 중에 영장 청구한 사람은 없다'는 말은 동시에 성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4번째 질문을 했습니다.

[김 여사 압수수색 관련 4차 질문(10월 17일)] 기자) 2020년 11월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게 김 여사 한 명인지, 다른 계좌주도 있는 건지? 최재훈 부장) 그런데 기자님, 뭐가 궁금하신 거냐? 기자) 계좌주 중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사례가 없다고 하셔서 여쭙는 거다. 최재훈 부장) 그런 질문은.. 나중에 확인하겠다.

당시 분위기는 '그런 것을 왜 물어보냐'는 식이었습니다. '그런 질문'이라는 말에 그 뉘앙스가 잘 담겨 있습니다. '나중에 확인하겠다'보다는 '그런 질문을 왜 자꾸 하느냐'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습니다. 결국, 여기서도 검찰은 앞서 정립된 사실관계 '도이치 관련 김 여사 영장 청구를 했었다'를 바꿀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5번째 질문입니다.

[김 여사 압수수색 관련 5차 질문(10월 17일)] 기자) 김 여사 압수수색 영장 기각사유는 뭔가? 최재훈 부장) 저희도 확인해봐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자 이렇게 5번의 문답이 오가는 동안 도이치 수사팀은 단 한 번도 분명하게 '도이치 사건으로 김 여사에게 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시종 '김 여사의 주거지, 사무실, 휴대폰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브리핑은 최 부장이 했지만, 최 부장 옆에는 조상원 4차장검사, 그리고 수사팀 내 다른 검사 2명도 있었습니다. 이들 4명은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자료를 확인하고 의견 교환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의 제1 관심사였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왜 그런 확인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걸까요? 수사팀은 브리핑 전날 중앙지검 검사들로 구성된 일명 '레드팀'으로부터 가상 공격도 받았다고 했습니다. 중앙지검 박승환 1차장, 공봉숙 2차장, 이성식 3차장을 비롯해 그 누구도 '김 여사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질문하지 않았던 걸까요?

김 여사 불기소 브리핑에 참석한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검사들

■ 그렇게 떳떳하다면서.."기사 써야 되나?"

그렇게 브리핑은 끝났습니다. '검찰이 도이치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불기소하기는 했어도 최소한 영장 청구는 했었는데, 아쉽게도 법원에 의해 가로막혔다'는 서사가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수사팀의 태도가 좀 찜찜했습니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도이치 수사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에게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1) 2020년 11월 압수수색 영장 청구 당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이었나? 2) 당시 영장청구 대상은 김건희 여사 한 명이었나 아니면 다른 계좌주들도 있었나?

그 관계자의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2020년 11월 청구됐다 기각된 영장이 코바나컨텐츠 사건 관련이었고, 실제 영장 청구서의 범죄사실에도 변호사법 위반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만 적혀 있었다는 겁니다. 도이치 사건으로는 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없다고 확인이 된 셈입니다.(이 관계자는 2020년 11월 외에도 2021년 5월에도 김 여사 관련 영장이 기각된 것이 있다고 했는데 나중에 국회 제출 자료를 보니 2021년 5월 건은 김 여사가 아닌 인사혁신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언급하자 이 관계자는 "(기사를) 써야 되나? 어떤 포인트로?"라고 되물었습니다. 기사를 꼭 써야 겠냐는 취지였습니다. 그 다음 날 이창수 지검장의 국감 발언이나 중앙지검의 보도자료에 나타난 '당당함'과는 180도 다른 태도였습니다. 그날 저녁 MBC 법조팀은 뉴스데스크 등을 통해 브리핑과 달리 검찰은 도이치 사건 관련 김 여사에게 압수수색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김 여사 영장 청구 대상에 '주거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국감에서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검찰이 국감 진행 도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도이치, 코바나 사건 영장 청구 내역을 보면 김 여사는 코바나 건으로 딱 한 번 나오는데, 사무실과 휴대폰 등만 압수 대상이고 주거지는 빠져 있습니다. 앞서 수사팀은 브리핑에서 김 여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휴대폰에 대해 압수수색했다고 말한 뒤, 이 내용을 2번이나 더 반복했는데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금방 확인하면 나올 얘기를 왜 거짓말 하겠느냐"는 이창수 지검장의 국감 발언,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40명 넘는 기자들이 같이 들은 내용을 '일부의 오해'라고 말한 점도 놀랍습니다.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도이치, 코바나 사건 영장 청구 내역

김 여사의 디올백, 도이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창수 지검장은 새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바로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슬픔이'입니다. 고민이 얼마나 많아 보였으면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요. 실제 이 지검장은 주변에 "김 여사 사건에 파묻혀 손발이 다 묶였다"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는데요. 그러나 석연치 않은 불기소 결론에 이은 거짓 브리핑, 그리고 거짓 해명까지.. 중앙지검의 이 같은 일련의 행태가 이 지검장의 손발을 더 묶고 있는 것은 아닐지 되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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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기자(letsw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ociety/article/6648148_364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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