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삐삐 폭발은 대학살, 강력 보복”… 이, 레바논 대공습

파리=조은아 특파원 2024. 9. 2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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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전면전 일촉즉발 위기
헤즈볼라 “모든 레드라인 넘었다”… 이 북부 군사시설 17차례 공격
이, 헤즈볼라 로켓발사대 100대 파괴… “美, 바이든 임기내 휴전 사실상 포기”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생방송 연설 19일(현지 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TV 화면에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생방송 연설이 중계되고 있다. 그는 이틀 전 무선호출기(삐삐) 테러에 따른 인명 피해를 ‘대학살’로 규정했다. 또 테러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가혹한 보복을 천명했다. 베이루트=신화 뉴시스
“전례 없는 ‘대학살’이다. 모든 레드라인(저지선)을 넘었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19일(현지 시간) 영상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그는 17, 18일 레바논과 시리아 일대에서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삐삐),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 폭발로 이날 기준 최소 37명이 숨지고 3000여 명이 다친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붉은 배경을 뒤로한 채 1시간가량 연설한 그는 이번 공격이 “‘전쟁 범죄’ 또는 선전 포고로 간주될 수 있다”며 보복을 거듭 강조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 또한 전투기 등을 출격시켜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 일대에 52회 이상의 공습을 가했다. 이로 인해 100여 대의 로켓 발사대가 파괴됐다.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면서 지난해 10월 전쟁에 돌입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전 중동전쟁의 휴전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 이, 나스랄라 연설 뒤 레바논 대공습

이스라엘 전투기 출격 1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X’를 통해 레바논 남부를 공습하기 위해 이륙 중인 전투기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번 공습으로 최소 100여 대의 헤즈볼라 미사일 발사대가 파괴됐다. 헤즈볼라 또한 같은 날 이스라엘에 수십 발의 미사일과 무인기 등을 발사해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사진 출처 이스라엘군 ‘X’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9일 오후 9시경부터 한 시간가량 레바논 남부 일대에 52회 이상 공습을 가했다. 거의 1분 단위로 공습을 퍼부은 셈이다. 로켓 발사대 100여 대 외에 헤즈볼라의 무기고, 주요 건물 등도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레바논 소식통은 이번 공습이 중동전쟁 발발 후 가장 큰 공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례없는 삐삐 폭발 테러로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사실상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라 이번 공습의 피해가 상당했을 것으로 본다.

이스라엘의 대공습 시기는 나스랄라가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뒤였다고 영국 가디언이 짚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보복 천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듯 대공습에 나선 셈이다.

헤즈볼라 또한 대전차 미사일, 무인기(드론) 등을 통해 같은 날 이스라엘 북부의 군사시설을 17차례 이상 공격했다. 양측 공격으로 인한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적지 않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도 헤즈볼라를 두둔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나스랄라에게 서신을 보내 “잔인하고 범죄적인 정권(이스라엘)의 완전한 파괴”를 다짐했다.

이번 폭발의 정확한 경위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만 통신기업 골드아폴로가 제조한 ‘삐삐’를 이스라엘이 설립한 유령회사로 추정되는 헝가리 ‘BAC’가 관여해 폭발을 자행했다는 것까지만 알려진 가운데 이 불똥이 불가리아, 노르웨이로도 번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불가리아 당국은 19일 자국 컨설팅기업 ‘노르타글로벌’이 삐삐 폭탄의 유통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린슨 호세가 노르웨이에 거주하며 현지 미디어 그룹에도 재직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ABC뉴스는 미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최소 15년 전부터 준비됐다고 보도했다.

● “바이든 임기 내 가자 휴전 불가능”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일촉즉발로 치닫자 당초 “임기 내 휴전협상 타결”을 목표로 했던 바이든 행정부는 사실상 이를 포기한 분위기다. 이스라엘 방문을 앞뒀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 또한 이런 분석에 힘을 보탠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당초 22일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과 만나 중동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스틴 장관은 18일 갈란트 장관에게 방문 취소를 통보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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