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임기의 대통령에게 백년대계의 공약을 기대한다?!

안재홍 2025. 5. 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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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의 교육春秋] (82) 10대 정책공약을 통해 본 후보별 교육정책 평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 사진=네이버 갈무리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정책선거라 부르기엔 민망한 상황이지만 각 후보와 정당별 10대 정책공약이 어제(12일) 공개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48개 정당 중 5개 정당에서 후보를 배출했고 2명의 무소속 후보가 등록했다.

7명의 대통령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공약 중 교육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면, 대통령 선거에서 교육의 위치를 읽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후보들의 공약 전반에 교육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마도 교육은 100년의 큰 계획이 필요해서 그런지 5년짜리 대통령 후보들에겐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 같다. 아니면 가까이할 수도 없고 멀리할 수도 없어서 모른 척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선거엔 유리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교육정책은 선거 기간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도 막상 대통령이 되면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갑작스러운 교육정책 추진으로 사회적 논란을 키워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요인 중 하나가 교육정책이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터뜨린 의대 증원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아직도 의료현장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의대 정원문제에 대해 이번 대선 10대 공약에서 이재명 후보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로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 확보와 지역의사·지역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로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확보를, 김문수 후보는 현 정부 의료개혁 원점재검토라는 원론적 언급을, 이준석 후보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원외의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권역별 지방 공공 의대 신설, 국립의대 증원하여 의료격차 해소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나마 의대 정원문제에 대한 한 줄 공약을 제외한 대선 후보들의 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달리 교육 현안은 우리 사회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앞서 지적한 의대 정원문제는 물론이고 올해부터 도입된 AI디지털교과서의 교육적 필요성이 교과서인지 교육자료인지 법적 지위를 두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여전히 대다수의 교사들은 AIDT에 대해 회의적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국고지원이 중단된 고교무상교육 비용을 국비로 계속 지원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논란이다.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도 고등학생들에게 진로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비롯해 과도하게 비중이 높은 선택과목 등 제도적 문제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2028년부터 전면개편되는 대입제도는 안갯속이고 지난해 갑작스레 시작된 늘봄 정책과 함께 학내 안전문제도 논란이다. 여기에 영유아 사교육 문제에 학생 인권과 교권까지 손으로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새로운 교육정책들이 논란 속에 진행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각 시도 교육청의 교육재정은 악화일로를 걸었고 교육부의 정리되지 않은 정책들을 갑자기 시행하느라 교육행정은 누더기가 되었다. 이 모든 일을 집행한 이주호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은 윤석열 정부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튼, 한국사회 최대 현안이라 불러도 좋을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이재명 후보나 김문수 후보는 10대 정책안에서 별도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두 후보의 10대 공약에서 교육공약은 메인 공약의 하위 공약으로 겨우 찾아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국가책임 공교육으로 사교육비 부담 경감"과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위한 돌봄·교육, 일·가정 양립 지원 강화"정책 정도가 있을 뿐이다. 김문수 후보는 아예 초중등 교육정책이 전혀 없다. 전임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말조차 없다. 단지 AI 청년 인재 20만명 양성 등 일자리 정책과 연계된 대학 지원책 정도가 전부다. 

그나마 이준석 후보는 원내 후보 중 유일하게 교육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 6번째 공약에서 제시하고 있다. "교권 보호를 위한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 및 학습지도실 제도 도입"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소송과 허위신고로부터 교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실 내 수업 방해와 문제행동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마련으로 수업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나마 별도의 공약을 제시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공약은 빈곤하고 반교육적이다.

그 많은 교육정책 중 이준석 후보가 고른 정책은 교권과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목하에 교실을 쪼개고 있다. 마치 학생 인권을 죽여야 교권이 살아날 것처럼 정서 행동위기 학생이나 수업 부적응 학생을 문제아로 낙인찍고 교실에서 추방하면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될 것처럼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직무 관련 민형사 소송에 대해 교육청이 직접 대리하는 등 교사들을 보호하는 정책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학생들을 문제아로 가르고 배제와 낙인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교육에 반(反)한다. 

원외를 살펴보면 자유통일당의 구주와 후보는 아예 교육정책이 없다. 모든 후보를 통틀어 가장 구체적인 교육정책을 표방한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없지만, 다양한 교육 현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9번째 공약에서 "경쟁이 아닌 행복의 교육으로"를 정책으로 내세우며 대학 구조개혁과 입시경쟁 완화 그리고 학업, 예체능, 직업, 인권 등 입시로부터 자유로운 전인적 교육·맞춤 교육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1수업 2교사제, 고등학교 내신 절대평가와 자격고사화, 학력과 학벌 차별에 대한 조치 근거 마련, 노동·인권(교육) 강화,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 등 보다 근원적으로 교육현장의 문제들을 풀 수 있는 정책들이 제시됐다. 단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를 늘리면 지금보다 학생별 맞춤 수업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입시문제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학부를 폐지하고, 9개 지방거점국립대학을 최고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하고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모든 후보들이 빠뜨린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대선 과정에 더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다양한 관련 논쟁들도 앞으로 예정된 수많은 대선 토론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5년만 바라보는 대선 후보들이 교육을 확 뜯어고칠 순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너무 많은 죽음을 양산하는 지금의 교육정책이 조금씩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대선에선 백년대계가 치열하게 논의되길 바라고 바란다.

이번 칼럼에서 후보별 10대 정책을 토대로 평가했지만, 가능하다면 대선 과정에서 나오는 목소리들을 좀 더 정리해서 다음 기회에 소개하겠다. 교육 안에서도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나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의 실질적 운영을 위한 방안 마련 등은 좀체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 가장 힘이 없는 이들 그래서 표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모두가 행복한 학교임을 기억한다. 

안재홍

안재홍은 간디학교를 비롯한 대안교육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제주에서 탈학교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잠시 운영하기도 했다.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학교 밖에서 학교 내로 옮겨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교육이 자리잡길 바라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라도 시작해보자는 고민으로 2016년 10월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을 설립해 애월지역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두 딸의 삶을 앗아가지 않게 하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며 환경과 평화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KBS제주 TV 시사프로 '집중진단' 진행자를 맡기도 했다. 2020년부터 애월중학교에서 기후위기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다 지금은 귤 농사지으며 휴학 중이다. 제주의소리 '교육春秋'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격주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