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경 팔아 건물주 됐다”…강남 도산공원 앞 빌딩 매입했다는 이 회사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4. 10. 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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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 건물 외관.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중심 상권의 건물을 평당 3억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에 매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간 마케팅’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젠틀몬스터가 패션·뷰티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는 도산공원 상권 선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달 신사동 649-8 소재 지하 3층 지상 5층, 대지면적 646.2㎡(195.5평) 건물을 686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토지 평(3.3㎡)당 3억 5000만원 수준의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도산공원 인근 상업용 부동산 매매 중 평당 최고가로 알려졌다. 특히 대로변이 아닌 이면도로에 위치한 건물이라 업계에선 매우 이례적인 거래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산공원 대로변 상권에서도 평당 3억원을 넘는 거래는 흔치 않다.

해당 건물은 2021년부터 젠틀몬스터가 임차인으로 입주해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이라는 이름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해온 곳이다. 임대해 사용하던 건물을 직접 매입한 것이다. 이곳은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허문 독특한 공간 구성이 특징이다. 갤러리부터 제품 전시장, 베이커리까지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젠틀몬스터와 함께 계열사 브랜드인 탬버린즈, 누데이크도 이곳에 입점해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도산공원 일대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에도 이 건물에서 약 20m 거리에 있는 건물 두 곳을 총 625억원에 매입했다. 당시에도 평당 2억 8000억원대의 높은 가격을 감수하면서 거래를 성사시켰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짧은 기간 동안 도산공원 인근에서만 13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매입하며 이 일대 핵심 상권을 선점한 이유에 주목하고 있다. 이관재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국내 전체로 봐도 평당 3억 5000만원에 달하는 거래가격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패션의 중심지로 떠오른 도산공원 일대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도산공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패션·뷰티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한국 패션을 대표하는 3대 디자이너 브랜드이자 파리패션위크의 단골로 자리 잡은 송지오, 우영미, 준지가 이곳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한다. 글로벌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슈프림, 스투시, 팔라스도 잇따라 매장을 열었다. 특히 도산공원 일대에선 단순 패션 브랜드 매장이 아닌 식음료(F&B) 또는 갤러리 등과 결합해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남신구 이사는 “도산공원은 인근 압구정 상권의 트렌드와 청담 상권의 럭셔리가 만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며 “국내 주요 상권중 주말과 주중의 소비 비중이 가장 균등하게 나타나고 가장 탄탄한 소비력을 보유한 30·40대가 주요 소비층인 권역”이라고 분석했다.

젠틀몬스터가 ‘공간 마케팅’으로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점도 과감한 부동산 투자를 단행하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2011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매장 디자인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미술 전시관을 떠오르게 하는 실험적인 공간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선글라스 매장 중앙에 6족 보행 로봇이 자리 잡거나, 구부러졌다 펴지길 반복하는 로봇팔이 진열대 사이에 위치하는 식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의 견고한 실적도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 행보를 가능케 한 요소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6083억원, 영업이익 15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8%, 124%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3분의 1을 웃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1354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투자라는 측면에서도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지난 선택은 유효했다. 2018년 509억원을 투자해 매입한 성수동 신사옥 부지는 현재 시세가 5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지에는 연면적 3만709㎡ 규모의 신사옥이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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