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이 세상을 떠나고 유언장을 열어 보니 조카의 후견인으로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도시로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영화는 그 사정을 천천히 꺼내 놓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이야기입니다. 보스턴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며 사람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고 살던 리는 형 조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장례 절차를 밟으러 고향인 작은 해안 도시로 돌아간 그는 형이 자신을 열여섯 살 조카의 후견인으로 지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문제는 그 도시가 리가 결코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장소라는 점입니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회상으로 조금씩 드러나면서 그의 무표정한 태도가 설명되기 시작하고,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왜 그에게 머무는지도 밝혀집니다.

아카데미 2관왕
이 작품은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아 2관왕에 올랐습니다. 남우주연상은 리를 연기한 케이시 애플렉이, 각본상은 연출까지 맡은 케네스 로너건 감독이 받았습니다. 앞서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을 포함해 모두 여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제작에는 배우 맷 데이먼이 참여했습니다.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주연 배우의 이름만 세 번 반복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회복되지 않는 사람
대부분의 영화가 상처를 입은 인물이 결국 치유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그 길을 택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끝까지 과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말합니다. 그 결말이 불편하다는 반응과, 가장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위로가 된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억지로 극복을 요구하지 않는 태도가 이 영화의 미덕으로 꼽힙니다.

겨울 바다와 낚싯배
영화의 배경은 미국 동부의 작은 항구 도시입니다. 겨울 바다와 얼어붙은 부두, 낡은 낚싯배가 반복해서 등장하고, 그 풍경이 인물의 상태를 대신 설명합니다. 형이 남긴 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삼촌과 조카가 나누는 대화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웃기고 슬픈 장면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중간중간 헛웃음이 나는 장면이 꽤 많습니다. 장례 절차가 꼬이거나 조카가 사춘기다운 고민을 늘어놓는 대목에서 분위기가 풀립니다. 그 완급 조절 덕분에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버겁지 않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작품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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