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세제보다는 락스 주성분과 가까워 '살인미수'
식당은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에 위치한 '이곳'
엔저현상 이후 일본 여행 열풍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짧은 비행 소요 시간으로 3~5일 간 부담없는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과 엔저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여행지는 단연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의 오사카와 도쿄 등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면 어렵지 않게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집중 단속, '세제 테러' 등 위험한 사건이 발생해 일본 여행을 앞둔 여행객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도쿄 음식점, 한국인 손님에게 '락스 물' 건네...
최근 일본 도쿄 긴자의 유명 음식점에서 한국인 손님에게 표백용 세제가 들어간 물을 내줘 '혐한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피해 한국인은 "한국인인 것을 알고 일부러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며 음식점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건은 2023년 8월 31일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미츠코시 백화점 12층에 위치한 고급 음식점 '텐이치 미츠코시점'에서 발생했습니다. 텐이치 미츠코시점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오사카와 교토 등 일본 각지에 지점을 둔 유명 고급 맛집입니다.
피해 한국인 강씨는 남편이 직접 예약한 텐이치 미츠코시점에 오후 6시쯤 방문했습니다. 강씨는 직원에게 물을 요청했는데, 물을 마시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물을 가져다준 직원에게 "이거 이상하다"고 문제를 알렸습니다.
강씨의 말에 직원은 물컵을 건네받고 말없이 버리려고 했는데요. 이상함을 느낌 강씨가 물컵을 빼앗아 돌아왔습니다. 강씨는 "처음엔 몰랐는데 두 번째 벌컥 할 때 이상한 냄새가 났다"며 "(목이) 너무 아파져서 말을 잘 못하겠더라"고 당시 상황을 밝혔습니다.
이후 강씨는 목이 아프다며 인후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을 참지 못한 강씨가 구토를 하려고 하자 다른 직원이 다가와 "여기서 구토를 하면 민폐니까 화장실에서 해주세요"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국 강씨는 도쿄의 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급성 식중독' 진단을 받았습니다. 알고보니 직원이 건네준 물에는 표백용 세제가 섞여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진단 결과에서 '락스' 주성분 검출돼 충격
일본 외신에 따르면 피해자는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손상되었다고 진단받았다고 밝혀져 사실상 '락스'의 주성분이 희석된 물을 피해자가 마신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강씨가 병원으로 이송되었던 같은 날 강씨 남편이 주방에 가서 여성 직원에게 따졌더니, 직원은 설거지통 옆에 있던 스테인리스 물병에 든 표백 세제를 물컵에 넣은 것을 인정했습니다.
텐이치 미츠코시점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물병에 튀김 소스를 넣어두는데, 세척을 할 때는 업무용 표백제를 물로 희석해서 한다. 여성 직원이 그걸 잘못 챙겨서 컵에 부은 뒤 갖다 준 것"이라며 직원의 실수였음을 설명했는데요.
강씨 남편이 부엌에서 직접 확인한 바로는 마시는 물과 세척용 세제를 탄 주전자는 구분되어 있어 혼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강씨 측은 음식점에서 강씨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고의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텐이치 미츠코시점은 지역 보건소로부터 나흘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9월 8일부터 12일까지 문을 닫았습니다.
식당은 영업정지 처분 기간이 종료된 지난 13일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재개했는데요. 식당은 사과문을 통해 "식중독에 걸린 고객과 가족에게 불편함을 끼쳐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위생과 관련된 모든 작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강씨는 해당 음식점을 경찰에 업무상 중과실 상해 등으로 신고했으며 현지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씨는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손님이 오면 의자를 다 빼주는데, 나는 안 빼줬다. 생김새나 말하는 억양에서 내가 한국인인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일본 현지 음식점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문제가 있는 음식을 제공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긴자의 한 유명 초밥집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와사비를 잔뜩 넣은 초밥을 제공해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일본인에게도 인기있는 도쿄 맛집 '텐이치'
현지 누리꾼 비난도 빗발쳐
한편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텐이치에서 손님에게 표백제가 희석된 물을 건넨 것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한 일본 누리꾼은 '잘못하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사건인데 대응도 최악이다',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진 곳이 믿고 먹던 텐이치라는 것이 충격적이다','코스 1만엔 이상의 가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등 사건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몇몇 누리꾼들은 '컵을 가져가려는 행동에서 점원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며 '손님이 다시 컵을 되찾아 온 판단은 훌륭했다'며 사건 당시 강씨의 판단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다양한 음식점에서 근무했다는 일부 현지 누리꾼들은 자신이 근무하던 식당 어느곳에서도 표백제가 담긴 물을 일반 상온 물과 헷갈리게 보관하는 경우가 없다며 경찰의 확실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