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사 아난티의 주가가 상승하며 6회차 전환사채(CB) 투자자들에게 차익 실현 기회를 열어줬다. 아난티는 지난해 하반기 메자닌 시장에서 500억원을 조달했지만 발행 이후 한동안 주가가 부진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관광·레저 업황 회복과 함께 남북경협 테마주로 주목받으며 반등했다.
전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시작되자 투자자들의 주식 전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약 300억원어치가 주식으로 전환됐다. 회사 측은 남은 물량의 소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아난티의 6회차 CB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됐다. 총 행사금액은 308억원 정도다. 전체 CB 물량 가운데 62%가량이 주식으로 전환된 셈이다.

6회차 CB는 지난해 7월 신사업 투자 실탄 확보를 목적으로 발행됐다. 2021년 7월 5회차 CB를 찍어낸 이후 3년 만에 다시 메자닌 시장을 찾았다. 당시 아난티는 1400억원대 현금성자산을 보유했지만, 대부분 차입금으로 구성돼 있어 금융권에서 차입을 일으키기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만 6000억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아난티는 지난해 상반기 16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6회차 CB의 표면금리는 0%, 만기금리는 2%다. 만기는 5년 뒤인 2029년 7월18일이다. 투자자들은 정기적인 이자수익 없이 만기 시점에 일괄 이자를 받는 조건을 수용하며 하방 안정성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CB는 메자닌 투자에 강점을 가진 운용사들이 주로 인수했다. 에이원자산운용과 수성자산운용, 르네상스자산운용, GVA자산운용 등이 복수의 펀드를 통해 물량을 나눠 가졌다. 만기가 짧지 않았던 데다 금리도 낮게 책정된 만큼, 안정적인 이자 수익보다는 주가 상승 시 전환 차익을 노린 투자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아난티의 주가는 CB 발행 시점이던 지난해 하반기까지 지지부진했다. 발행 당시 6000원대였던 주가는 이후에도 뚜렷한 모멘텀이 없어 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 종가는 5300원으로 전환가액(5366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외 여행 수요 회복과 리조트 산업의 호황으로 아난티가 속한 관광·레저 업황 개선 기대가 커졌다. 또한 새 정부가 대북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면서 남북경협 관련 종목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금강산 관광 사업 이력과 남북협력사업자 등록 자격을 가진 아난티 역시 테마성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달 20일 종가는 1만70원으로 전환가액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CB 투자자들이 전환청구기간 도래에 맞춰 잇따라 차익 실현에 나선 배경이다.
지난달에 전환 청구된 315만6430주는 이달 12일 시장에 상장됐다. 이달 행사된 169만9617주는 다음 달 5일 상장될 예정이다. 전환가액과 현 주가 감안했을 때 전환권을 행사한 투자자들은 CB를 인수한 지 1년 만에 75% 수준의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6회차 CB의 미전환 물량은 332만9864주로 약 192억원 규모다. 전환 이후 시세 차익을 노린 매물이 시장에 쌓일 가능성이 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도 존재한다. 특히 이번 CB 투자자들이 모두 경영권과 무관한 재무적투자자(FI)인 만큼, 적절한 시점에 보유 물량을 매도하며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아난티의 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 여부에 쏠린다. 아난티는 6회차 CB 발행 당시 전체 물량의 30%인 150억 원 규모의 콜옵션을 설정해 지배력 희석을 방어할 안전판을 마련했다.
다만 최대주주 측은 아직 콜옵션 행사와 관련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아난티의 최대주주는 이만규 대표가 실질 지배하는 중앙디앤엘이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29.66%다. 지분율이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콜옵션을 추가로 행사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난티 관계자는 "CB 콜옵션 행사여부는 내부 검토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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