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적토마가 이끄는 병오년⋯행운과 건강이 가득하길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며 우리는 어느새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았다. 뜨거운 열정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진 말의 조합은 한 해의 기운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예로부터 말은 생동감과 역동성의 상징이었다. 드넓은 초원을 거침없이 달리는 말의 형상은 인류에게 자유와 힘, 그리고 진취적인 기상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 중에서도 붉은 기운을 품은 적토마는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로 여겨져 왔다.
삼국지에서 맹장 여포가 탔다는 '적토마(赤兎馬)'. 갈기가 붉고 토끼처럼 빨랐다고 한다. 적토마는 말이 지닌 상징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로 하루에 천 리를 달리고, 험준한 산과 깊은 강을 가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적토마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빠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인을 알아보고 끝까지 함께했던 충성과 신뢰, 바로 그 정신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쳐 조기 대선까지 가까스로 치른 정치권은 여야 간 대립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치러질 지방선거를 통해 조금은 안정 국면으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혼란과 고난 속에 힘든 생활을 하는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앞길을 전망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일정 부분 해소됐지만, 우리를 먹여 살려온 제조업을 비롯한 경제계는 전반으로 위태로운 형국이다.
이에 병오년의 의미와 특징을 알아보고,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며, 올해를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병오년, 타오르는 '붉은 말'의 기운
병오년은 60갑자 중 43번째다. 오행으로는 불(火)을 상징하는 병(丙)과 말(午)이 만나는 해다.
붉은색은 에너지, 열정, 창의성, 그리고 때로는 급격한 변화를 나타낸다. 말은 자유, 속도, 진취성,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을 상징한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된 병오년은 개인적으로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가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변화나 활발한 에너지의 분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병오년, 역사의 발자취
우리 역사에서도 말은, 곧 국가의 힘이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속 기마 인물, 신라 화랑의 말, 고려 기병, 조선의 역참제도에 이르기까지 기마 체계는 국력의 상징이자 교통·군사·행정의 핵심 인프라였다.
말의 해를 역사적으로 되짚어보면, 과거의 병오년마다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꾼 거대한 사건들이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병오년은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120년 전 1906년 병오년은 을사늑약 직후 일제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해 이토 히로부미가 초대 통감으로 부임하면서 식민 지배를 본격화한 해였다. 하지만 독립운동의 씨앗이 뿌려지던 격동의 시기이기도 했다. 을사늑약에 항거하는 의병 항쟁이 전국 각지에서 격렬하게 일어났고, 새로운 교육과 산업으로 실력을 키워 독립을 쟁취하자는 애국계몽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또 1966년 병오년은 한국의 경제 발전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전환점이었다. 대한민국은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준비하고, 베트남 파병을 확대하면서 국가의 모든 에너지를 성장에 쏟아붓던 역동적인 시기였다. 동시에 재벌기업의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면서 큰 사회적 갈등이 분출되기도 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기존의 모든 질서와 권위를 파괴하고 새로운 이념을 세우려 했던 '문화대혁명'의 불길이 본격적으로 타올랐던 해다.
이처럼 역사 속 병오년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면서 역사의 큰 흐름이 바뀌는 중요한 해였다. 기존의 낡은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열망과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거대한 변곡점 역할을 했다.
▲병오년, 올바른 방향에 집중해야
2026년 병오년은 이러한 과거의 흐름을 이어받아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과 사회 모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사회는 속도의 시대다. 변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고, 우리는 그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달린다. 하지만 적토마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빠른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험난한 전장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목표를 향해 끝까지 달려가는 끈기에 있었다.
김유신문화사업회를 운영하며 역사에 조예가 깊은 유윤선 회장은 "'사람 중에는 여포가 있고, 말 중에는 적토마가 있다(人中呂布 馬中赤兎)'라는 말처럼 적토마는 당대 최고의 무장들과 함께 전장을 누볐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비현실적인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이 보여준 지치지 않는 체력과 주인을 향한 충직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토마의 해를 맞아 방향 없는 속도는 방황일 뿐이며, 목적 없는 열정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며 "2026년은 올바른 방향으로 집중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오년, 젊은 인재로 기업 살려야
2026년 병오년은 붉은 말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우리 경제를 적토마처럼 끌고 갈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젊은 인재들이고, 그 기초는 기업 살리기와 안정적 살림 운영이다.
대졸자 60%가 구직의 희망을 잃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낮은 취업률은 경제적 어려움을 낳고, 정치적 냉소주의를 기르면서 우리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대졸자는 취업할 만한 곳이 없는 현재의 구인구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은 고용 창출과 사회 기여로 이에 부응하는 선순환구조를 확고히 만들어가야 한다.
평생 금융업에 몸 담아온 장하석 전 달구벌신협 이사장은 "경제적으로는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섣부른 투자나 과도한 소비는 주의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자산을 관리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자세를 강조했다.
▲병오년, 몸과 마음의 균형 맞춰야
활발한 한 해를 보내기 위해서는 건강관리가 필수적이다. 말처럼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붉은 말의 에너지가 지나치게 과열되면, 오히려 피로와 번아웃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 체육학과에 출강하는 배진우 겸임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은 물론 명상과 요가, 취미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것이 좋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좋은 힐링방법이 될 수 있다"며 "자신에게 알맞는 건강관리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함으로써 건강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우리는 지금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두려움에 움츠러들기보다 붉은 말이 상징하는 기운을 받아 능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적토마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대지를 박차고 나가 듯, 우리도 낡은 관습과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붉은 말의 힘찬 기운과 함께, 보람차고 희망찬 2026년을 기대한다.
박성윤 기자 pkj@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