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일본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규모(M) 7.1의 강진 이후 온라인에서는 “며칠 전 이상한 구름을 봤다”부터 “동물들이 평소와 달랐다” 내지 “라돈 농도와 지자기 수치가 변했다” 등 다양한 지진 전조설이 확산됐다.
전조설은 강진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된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 궁금해한다. 주로 언급되는 지진의 전조는 지진운, 동물들의 특이 행동, 라돈 농도 등인데, 과학적으로 입증된 부분은 사실 많지 않다.
인터넷에서는 띠 모양이나 방사형, 물결무늬, 무지갯빛 구름 등이 지진운으로 소개되지만, 과학계에는 지진운을 판별하는 공통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구름의 모양은 기류와 습도, 지형, 태양광, 항공기 운항 등 다양한 기상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일본 기상청 역시 현재까지 지진이 특정한 형태의 구름을 만든다는 과학적 메커니즘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드물게 나타나는 구름과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지진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연결되면서 전조처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동물의 이상 행동과 라돈 농도 변화는 과학 연구가 제법 활발한 분야다. 일부 동물은 인간보다 미세한 진동이나 소리, 냄새, 전기적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 착안한 독일과 이탈리아 연구팀은 지진 지역의 농장에서 소와 양, 개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을 수개월 추적했다.
그 결과, 일부 지진에서는 본진 발생 약 1~20시간 전부터 동물들의 활동량이 평소보다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2020년 발표된 연구팀의 논문은 크게 주목됐지만, 이러한 현상이 모든 지진에서 재현된 것이 아니고 단기 지진 예측 가능성을 시사하는 수준이어서 추가 검증이 요구됐다.

2018년 미국지진학회지(BSSA)에 게재된 실험 보고서도 흥미로웠다. 동물 이상행동 관련 연구 180편을 분석한 연구팀은 이상행동의 시공간 분포가 지진 전과 상당 부분 겹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동물이 대형 지진의 전조를 감지했다기보다 사람이 인지하기 어려운 작은 전진이나 미세한 지반 진동에 반응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이용해 대형 지진을 예측할 정도의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연구팀은 인정했다.
라돈 역시 비슷하다. 지각에 응력이 쌓이거나 암반에 균열이 생기면 토양과 지하수 속 라돈 이동이 달라질 가능성이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지진 전에 농도 변화가 관측됐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100편이 넘는 논문을 검토한 메타분석에서는 장기간 관측일수록 전조 사례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기압이나 강수량, 토양 속 수분의 변화 등 지진과 무관한 환경 요인도 라돈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K지수(K-index)도 지진 전조의 지표처럼 언급되는 경우가 있다. 기상학의 K지수는 태양풍에 의해 발생하는 지구 자기장의 교란 정도를 나타내는 지자기 활동 지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등 관련 기관은 K지수를 우주 기상 예보에 활용하지만, 현재까지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과학적 근거는 인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진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비는 예측이 아니라 준비라는 입장이다. 지진 전조 현상을 연구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치가 있으나, 현재 기술로는 지진이 날 특정 시점과 장소를 정확히 알지 못하므로 ‘지진은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평소 방재와 대피를 준비하라는 이야기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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