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수탈 표지석 두 동강 방치 “아픈 역사 흔적…보존·연구를”

정지윤 기자 2023. 2. 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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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수정산에 일제강점기 일본이 설치한 경부선철도용지 표지석이 두 동강 난 채 방치되고 있어 보존·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대 차철욱 한국민족문화연구소장은 "일본이 세운 경부선철도주식회사가 수정산 토지를 불하받아 소유했던 흔적으로 추정된다"며 "일본의 우리나라 침략 수탈 정책을 뒷받침하던 경부선철도주식회사가 부산의 중심이던 동구에 땅을 확보하고 있던 사실 자체만으로 기록 가치가 있다. 아픈 역사지만 더 훼손되기 전에 보존·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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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수정산 경부철 표식…전문가 “비석 추가 조사 필요해”

부산 동구 수정산에 일제강점기 일본이 설치한 경부선철도용지 표지석이 두 동강 난 채 방치되고 있어 보존·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취재진이 찾은 부산 동구 수정산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비석 4개가 마름모꼴 형태로 거리를 둔 채 세워져 있었다. 가로·세로 20㎝ 높이 1m 정도의 비석으로, 1개는 두 동강(사진)이 났고 다른 한 개는 쓰러져 흙에 묻힌 상태였다. 비석 한 면에는 ‘경부철도용지(京釜鐵道用地)’ 한자가 흐릿하게 새겨져 있었다. 주변에 별도의 보호 울타리나 안내문은 없었다. 토박이 주민 김태원(50대) 씨는 “어린 시절부터 비석을 봤다. 옛날 어르신들에게 일제강점기때 세워졌다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 반 토막이 나고 훼손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부서진 채 잊혀 가는 작은 비석의 정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구에 따르면 해당 비석에 쓰인 철(鐵) 한자는 일본식 표기다. 일본이 1898년에서 1901년 사이 경부선 철도 예정지로 표지석을 놓았으나, 계획이 틀어지며 철도선은 지나지 않고 비석만 남은 걸로 추정한다. 2012년과 2020년 비공식 현장 조사만 이뤄졌다. 부산시립박물관 관계자는 “조사 결과 경부선 철도 부설 시기에 제작된 표지석으로 확인돼 동구에 연구 가치가 있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어떤 경위를 거쳐 표지석이 놓아졌는지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식 연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비석을 놓고 다양한 추정이 나온다. 부산대 차철욱 한국민족문화연구소장은 “일본이 세운 경부선철도주식회사가 수정산 토지를 불하받아 소유했던 흔적으로 추정된다”며 “일본의 우리나라 침략 수탈 정책을 뒷받침하던 경부선철도주식회사가 부산의 중심이던 동구에 땅을 확보하고 있던 사실 자체만으로 기록 가치가 있다. 아픈 역사지만 더 훼손되기 전에 보존·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2년 최초로 현장 조사했던 A 학예연구사는 “당시는 쓰러지거나 깨진 비석이 없었고 4개 모두 온전했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비석 보존이 시급하다고 봤지만, 구는 별도의 보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구 관계자는 “해당 표지석의 보존 여부나 방향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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