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마 진짜 해줄까 했는데, 정말로 한다고?"
최근 테슬라 관련 커뮤니티와 예비 오너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반응이다. 사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기능인 FSD(Full Self-Driving)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무려 900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차량을 바꾸면 해당 기능이 계정에 귀속되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매하지 않기에는 테슬라의 정체성인 오토파일럿 기능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다. "적어도 내가 새로 사는 테슬라까지는 옮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테슬라가 드디어 FSD 관련 프로모션을 발표하며 이에 응답했다.
이번 프로모션은 단순히 차주들에게 혜택을 주는 차원을 넘어, 테슬라의 향후 한국 시장 전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이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이 프로모션의 속내를 분석하고,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주말 사이에 FSD와 유사한 영상을 공개한 현대차그룹(포티투닷)의 행보가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900만 원 옵션의 봉인 해제, ‘FSD 이전’과 ‘슈퍼차저 마일리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프로모션 내용은 지난 11월 처음 시작되었으나, 테슬라코리아의 FSD 국내 출시 공식화 이후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핵심은 FSD가 계정에 영구적으로 귀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신차 구매 시 1회에 한해 옵션을 이전해 준다는 것이다.
만약 새로운 테슬라를 구매하여 오래 운용할 계획이고, 그 차량에서 FSD 기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소비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이번 프로모션은 크게 두 가지 혜택이 묶여 있다. 첫째는 'FSD 및 EAP(향상된 오토파일럿) 옵션 이전'이고, 둘째는 '슈퍼차저 5,000km 마일리지 제공'이다.

FSD 이전 옵션의 내용은 간단하다. 기존에 FSD나 EAP를 유료로 구매해 둔 고객이 테슬라 신차를 구입하면서 기존 차량을 트레이드인(보상 판매)할 경우, 새로 산 차량에 기존 FSD나 EAP 권한을 그대로 옮겨서 사용할 수 있다. 사이버트럭을 제외한 전 차종이 혜택 대상이며, 테슬라 차주들은 통상 하나의 계정을 계속해서 사용하므로 '동일 테슬라 계정' 내에서만 1회 이전 가능하다는 조건은 실질적으로 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새 차에서도 FSD를 쓰고 싶은 충성 고객층을 정확히 타겟팅한 것이다. 여기에 슈퍼차저 5,000km 마일리지 혜택이 더해진다. 이는 브랜드나 차종에 상관없이 기존 차량을 트레이드인하고, 프로모션 기간 내에 테슬라 신차를 인도받은 고객이라면 모두 받을 수 있다. 유효 기간은 제공일로부터 1년이며, 마일리지 잔량은 테슬라 앱 충전 탭에서 확인 가능하다.

참여 조건으로는 차량이 개인이나 법인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청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신차를 주문하면 배정되는 담당 어드바이저에게 트레이드인 및 FSD 이전 의사를 전달하고 안내 절차를 따르면 된다.
기간은 올해 1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 기존 차량 트레이드인을 완료하고 신차를 실제로 인도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갑자기 이런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놓았을까? 그 배경에는 테슬라의 강력한 의지가 숨어 있다.

프로모션 기간이 테슬라코리아의 FSD 한국 도입 공식 예고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FSD 슈퍼바이즈드(Supervised) 버전을 사용하는 전 세계 7번째 시장이 되었다. 정식 출시와 맞물려 이러한 혜택을 던졌다는 것은, 테슬라 입장에서 FSD 장착 차량을 한국 도로 위에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깔아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한국은 해외 첫 'V14 버전' 실전 테스트 국가라는 점이다. 북미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FSD 버전 14.1.4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도입 초기부터 구버전이 아닌 최신 슈퍼바이즈드 버전을 바로 쓸 수 있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원래 FSD는 카메라가 차선, 차량, 신호등 등을 인식하고 이를 개발자가 미리 짜 놓은 주행 로직에 따라 판단하여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버전 12부터 '엔드 투 엔드(End-to-End)' 개념이 도입되며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수많은 운전자가 실제로 차를 운행하며 쌓은 주행 데이터를 거대한 신경망이 학습하고, 이 AI가 직접 스티어링 휠 조작과 가속, 감속을 결정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려 30만 줄이 넘는 C++ 제어 코드가 통째로 삭제되었다는 공식 설명은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쉽게 비유하자면, 버전 12까지는 기계가 사람처럼 운전하도록 설계된 것이었다면, 버전 13부터는 사람의 운전을 흉내 내는 AI라는 개념으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한국에 도입되는 버전 14는 버전 12부터 시작된 엔드 투 엔드 방식에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와 학습량이 더해져 완성도가 대폭 향상된 모델이다. 정량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테슬라 측은 기존보다 10배에서 100배 이상 나은 성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변화도 상당하다. 우선 '도착 옵션'이 생겼다. 길가, 주차장, 차고 중 어디까지 운전자를 데려다줄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긴급차량 대응'도 강화되어 경찰차나 구급차가 접근하면 스스로 감속하고 길을 터준다. 또한 '비전 기반 내비게이션 통합'을 통해 막힌 도로나 우회로 선택 시 신경망 내부에서 알아서 최적의 경로를 처리하도록 업그레이드되었다.

실제로 버전 14는 단순한 버전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세계 각국에 FSD를 본격 배포하기 위해 만든 '플래그십 빌드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FSD와는 급이 다른 버전을 해외 국가 중 한국에 가장 먼저 풀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유는 없지만, 한국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면서도 복잡도가 높아 '가장 정석에 가까우면서도 변수를 학습하기 좋은 시장'이라는 판단, 그리고 최근 급증한 테슬라 판매량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유추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테슬라의 신차 도입 계획도 전망해 볼 수 있다. 결국 테슬라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데이터와 학습이다. 이를 위해서는 FSD를 바로 쓸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춘 차량이 많이 팔려야 한다. 당장은 모델 S나 모델 X 같은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량 증대가 우선 과제일 것이다.
FSD의 절대적인 가격을 고려할 때,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보다는 최신 기술을 모두 누리고 싶어 하는 플래그십 소비자의 구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유럽 시장에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테슬라는 유럽 시장에 저가형 모델 3인 '모델 3 스탠다드'를 새로 출시했다.

중국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노르웨이 기준 약 4,800만 원에 판매되며 주행 가능 거리는 480km(WLTP 기준)다. 여기서 핵심은 이 차량이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아닌 미국 프리몬트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라는 점이다. 이는 "FSD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미국 생산 테슬라를 유럽에 수출하는 것이, 중국산 모델의 안전 인증을 새로 받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는 기존 전망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한국 시장 역시 비슷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미국에서 생산한 테슬라 스탠다드 모델, 특히 '모델 Y 스탠다드'의 국내 출시 가능성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안전 인증 5만 대 제한 폐지와 한미 FTA 관세 혜택 등을 고려하면, 중국 생산 모델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이는 과거 모델 3가 처음 출시되어 전기차 대중화의 포문을 열었던 것처럼, '제2의 테슬라 보급 확대 프로젝트'이자 FSD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테슬라가 한국을 FSD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움직임은 현대차그룹에게 결코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포티투닷(42dot)이 지난 주말, 흥미로운 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포티투닷이 공개한 것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 소개 영상으로, 도심 도로 주행부터 터널 및 신호등 인식, 좌회전과 차로 변경, 터널 구간 자동 속도 조절, 회전교차로 통과 등 다양한 자율주행 실험 주행 장면을 담고 있다.
포티투닷 측은 이를 지난가을 촬영한 '아트리아(ATRIA) AI'의 실험 주행 영상이라고 설명했다. 아트리아는 포티투닷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엔드 투 엔드 드라이빙' 기반 기술로, 차량에 탑재된 8개의 카메라만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주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영상의 공개 시점과 방식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말 사이에 갑작스럽게 영상이 공개된 점, 그리고 최근 FSD가 여론적으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는 와중에 현대차그룹 SDV 본부장이었던 송창현 대표가 사임한 직후라는 시점이 겹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어딘가 다급함과 초조함이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상 구성 면에서도 테슬라 FSD 영상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끊김 없이(Long-take)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부분부분 잘라서 편집된 형태로 공개되어 아쉬움을 샀다. 이미 수준 높은 FSD 풀버전 영상을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된 주행을 보여줘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반응도 나온다. 냉정하게 말해, FSD의 국내 출시 이슈가 없었다면 과연 이 영상이 지금 이 시점에 공개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미리 준비된 영상이 우연히 주말에 공개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개된 시기가 미묘한 만큼, 대중들에게는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의구심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테슬라의 FSD가 업계에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 덕분에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자율주행 현황과 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비교되는 무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제부터는 누가 더 그럴듯한 비전을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도로 위에서 증명해 내느냐가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내놓을 자율주행 관련 결과물들이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FSD의 한국 상륙은 단순한 신기술 도입을 넘어, 국내 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진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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