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높았던 이 술, 어쩌다 ‘줄도산’ 공포로 벌벌 떠나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5. 2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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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경기 회복 지지부진하자
와인 소비 급감에 재고 늘어 ‘울상’
한 때 인기끈 수제맥주도 피차일반
하이볼·일반 음료 등으로 타개나서
지난해 11월 서울 소재 한 백화점에서 열린 대규모 와인 할인 행사에서 시민들이 와인을 고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후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자 주류업계도 탈출구 찾기에 분주해졌다. 특히 수제맥주 기업과 와인 수입사들이 영업 부진으로 재고가 쌓여가고 있어 말 그대로 답답한 분위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엘앤비의 지난해 매출은 2064억원, 영업이익은 1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3.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45.3% 급감했다. 매출 원가와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 규모 순으로 신세계엘앤비의 뒤를 잇는 5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금양인터내셔날(–28.9%) ▲아영FBC(–26.2%) ▲나라셀라(-3.9%) ▲신동와인(-47.3%) ▲씨에스알와인(-11.9%) 순으로 집계됐다.

국내 주요 수입사 1~6위의 영업이익이 일괄적으로 급감한 데 대해서는 물가 상승의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먹거리를 중심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외식이 줄자 유흥시장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유통 ‘빅3’에 모두 제품을 공급하는 한 1세대 와인 수입사 관계자는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 등 이 세 곳은 영업부와 마케팅부가 어떻게든 확보해야 기업의 연간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어들면서 수입사들도 제대로 된 공급 계약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와인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낫다. 이는 나가서 마시는 것보다 집에서 마시는 게 더 저렴하다는 인식 덕분”이라면서도 “해외에서도 인건비와 각종 단가 상승이 이뤄지고 있어 수입 원가도 들썩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와인이 타 주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보니 호기심에 와인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이 다른 주종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될 당시 2030세대에서 ‘반짝인기’에 그쳤다는 것이다.

한 와인 수입사 영업직 종사자는 “해마다 여름이 다가오면 맥주 수요가 늘고 와인 매출이 줄어드는 경향은 있었지만, 작년과 올해는 심상치 않다”며 “장사가 안되면 주종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는데 실제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슈퍼마켓의 수제맥주 판매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와인보다 앞서 인기를 끌었다가 수요가 급감한 수제맥주 업계는 ‘종합주류기업’으로 변화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소비자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히트작’ 부재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곰표밀맥주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세븐브로이는 지난달 ‘블랙 네온 하이볼 레몬 토닉’을 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스파클링 음료 ‘홉파클링’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수제맥주 기업이 타 주종은 물론, 일반 음료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스파클링 음료 신제품 출시와 관련해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스파클링 음료를 시작으로 신제품을 계속 개발해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수제맥주 기업들도 하이볼 등 타 주종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브루는 ‘이지 하이볼’에 이어 최근 ‘레디 하이볼’ 2종을 내놨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올해 2월 ‘어메이징안동하이볼’, ‘어메이징영주하이볼’ 등의 상표를 출원하고 하이볼 사업 준비에 나섰다.

수제맥주의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 업계에서는 최근 3년간 세 자릿수를 기록했던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두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GS25에서는 ▲2019년 353.4% ▲2020년 381.4% ▲2021년 234.1% ▲2022년 76.6%로, CU에서는 ▲2019년 220.4% ▲2020년 498.4% ▲2021년 255.2% ▲2022년 60.1%로 집계됐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동향에 대해 “물가와 유행에 따라 선호하는 주종이 바뀌는 경향은 늘 있지만, 최근 몇 년 새 그 정도가 심해졌다”며 “이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중소규모 수입사와 제조사를 중심으로 ‘줄도산’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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