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11> 박성진의 가치 투자와 골프 (2)] “시장 심리 아닌 기업 수익 예측하라”…케인스의 투기와 투자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2022. 11.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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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에 따라 출렁거리는 주식 시장. 하지만 경제학자 존 케인스는 주식을 평가할 때는 종종 대중을 거스르는 투자 전략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국립초상화미술관(NPG), AP연합

“두 명의 사냥꾼이 숲속에서 아주 사납고 날랜 곰을 피해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중간쯤 가다 한 명이 멈춰 서서 배낭에서 운동화를 꺼내 바꿔 신었다. 그것을 본 다른 한명이 ‘운동화로 바꿔 신는다고 곰보다 빨리 달아나지는 못하네’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곰보다 빨리 달아날 필요는 없지. 그냥 자네보다 먼저 달아나면 된다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의 주식 투자 성공에서 얻은 교훈을 담은 책 ‘버핏도 따라 한 케인스의 주식 투자 비법(저스틴 월쉬 지음·부크홀릭)’에 나오는 이야기다. 곰과 사냥꾼 이야기는 장기간에 걸친 절대적 투자 성과보다는 동료들과 비교한 단기 성과 경쟁에 몰두하며 눈앞의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춰 펀드를 운용하는 기관투자자의 단기 편향을 꼬집기 위한 것이다. 투기 광풍이 벌어지면 나타나는 ‘폭탄 돌리기’ 같은 주식 투자 행태를 지적하는 데도 제격이다.

케인스의 이력은 화려하다. 자본주의를 구원한 근대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그는 케임브리지대 교수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리나의 남편이자 영국 상원의원, 고위 정부 관료,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산파였다. 여기에 역발상 투자, 집중 투자, 장기 투자에 기반을 둔 가치 투자의 선구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케인스가 가치 투자로 전향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거시경제 분야를 개척한 케인스는 당시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였고 영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조언하고 참여함으로써 경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케인스는 이렇게 우월한 자신의 거시경제 지식을 바탕으로 시점을 선택하고 경기 순환을 예측하여 외환과 주식, 상품에 투자했지만 두 번이나 파산했다. 이후 케인스는 가치투자로 전향하였고, 오랜 기간 훌륭한 투자 성과를 보여주었다. 이런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케인스는 투자란 ‘자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예측하는 활동’이며, ‘시장 심리를 예측하는 활동’ ‘대중보다 조금 먼저 가격 변동을 예측하는 활동’은 투기라고 결론 내렸다. 워런 버핏은 케인스를 “실천 투자자로서 지혜로움과 사상의 조화를 이룬 인물”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 자신도 케인스에게 지적으로 빚을 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에 나오는 ‘케인스가 말하는 주식 투자의 원칙’에 대해 국내의 대표적인 가치 투자자인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는 이렇게 해석한다.

사진 골프다이제스트NPG (National Portrait Gallery)

1│시장의 추세를 점치려고 하기보다는 기업의 순자산과 ‘궁극의 수익력’으로 대표되는 내재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시 한번 미인대회 비유를 사용하자면, 가치 투자자는 다른 심사위원들의 생각을 추측하려 애쓰지 않고,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심사숙고하여 골라낼 뿐이다. 주식 투자는 그 기업을 내가 통째로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그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결국 내가 얻게 되는 수익이 될 것이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이익을 낼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현명한 투자의 시작이다.”

2│매수한 주식에 충분히 큰 안전 마진, 즉 주식의 내재 가치와 가격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물고기는 미끼만 보고 낚싯바늘은 보지 못하며, 사람들은 이익만 보고 위험은 보지 못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바이오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이 성공했을 때 벌어들일 환상적인 수익에 마음을 뺏긴다. 하지만 신약이 임상 3상에 성공할 확률이 50% 수준이라는 것은 무시한다. 확률 50%는 동전 던지기나 같다. 동전 던지기에 수천만원의 돈을 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동전 던지기에 큰돈을 베팅하는 사람이 많다. 가치 투자는 주가 상승보다는 하락 위험에 더 초점을 맞춰 매수 대상이 충분한 안전 마진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세상일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때도 크게 손해 보지 않을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케인스는 우리의 예지력은 너무도 하찮고 미래의 결과에 대해 우리의 지식은 너무도 불확실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렇게 정확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속성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한 안전 마진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

3│주식을 평가할 때는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종종 대중을 거스르는 투자 전략도 받아들여야 한다.
“케인스는 언제나 소수만이 주식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사회 멤버들이 자신의 말을 듣고 어떤 주식을 산다면 그때가 바로 그 주식을 팔아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은 위험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곳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많는 사람이 대한민국 대표 주식으로 삼성전자와 카카오에 열광하여 몰려드는 때는 안타깝게도 주가가 한참 오른 다음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주가가 오르면 단지 주가가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따라서 매수한다. 하지만 기회는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

4│매수한 주식은 꾸준히 보유해 거래 비용을 제한하고 반복되는 주가의 등락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
“케인스는 빨리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멀리 있는 이득은 너무 크게 할인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은 엉덩이가 벌어준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케인스는 동료들에게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논리보다 기질(temperament)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은 변동성이 심한 곳이다. 주가를 자주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변동성에 휘둘려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버핏은 주식을 매수하고 나서 주가가 50% 이상 폭락해도 느긋한 태도로 견뎌낼 수 있어야 하며, 투자 심리가 불안정한 사람은 주식을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잘못된 시점에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경제학자이자 성공한 투자자였던 케인스가 설파한 투자의 길은 ‘골프의 성인’ 보비 존스가 말한 골프 게임의 법칙과도 놀랍도록 닮았다. 존스는 스코틀랜드의 전설적 골퍼 해리 바든과 경기 후 골프는 “결코 인간을 상대로 플레이하지 말고 오직 ‘올드 맨 파(old man par)’와 플레이하는 게임”이라는 깨우침을 얻었다. ‘올드 맨 파’는 홀과 코스의 기준 타수(par)를 의인화한 가상의 존재다.

그는 여기서 행운과 불운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야말로 진정한 챔피언이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성공한 토너먼트 골퍼와 실패한 골퍼를 설명할 때 매우 편리하게 쓰이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질이다. 즐기는 골퍼와 토너먼트 골프는 완전히 다른 별개다. 아무리 위대한 골퍼라도 위대한 토너먼트 골퍼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존스는 “불운이란 나 혼자에게만 닥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사람에게도 닥치기 마련이다. 어느 경기에서나 실점을 만회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초조감 없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인내로 대처해야 한다”며 “골프에서 운이란 상당 기간 길어지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케인스의 지혜가 담긴 글과 말, 존스의 명언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더욱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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