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오래된 골프볼 쳐도 될까?

골퍼들에게 골프볼은 소모품에 가까운 장비입니다. 골프볼도 중요하다는 인식보다는, 잃어버린 골프볼의 가격이 생각나고, 참 아깝다는 느낌이 그런 장비죠.

골프볼에도 유통기한이 있나요?

골프볼과 관련하여,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골프볼을 선물로 주는 것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새 골프볼은 차 안 혹은 집 안에 잘 보관'만' 해 두는 것이 먼저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까워서 안 쓴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겠죠?

그러다 보니, 보관장소에 있던 '새 골프볼'을 꺼내긴 했지만, 사실 10년 전쯤에 받았을 확률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도 당근 마켓에 올라오는 '타이틀리스트 Pro V1' 골프볼은 '새 제품'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최근에 생산된 제품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골프볼의 유통기한 혹은 구매 후 사용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만, 꽤 많은 제조사들이 5년 정도 까지도 괜찮다고 말하며, 일부 외국 매체의 경우 10년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골프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성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당연히 새 제품을 많이 팔고 싶어 하는 제조사의 상업적 코멘트라고 비난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골프볼 코어의 소재인 폴리부타디엔이 자동차 타이어와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분명 시간이 지나면 경화되거나, 성능의 저하가 일어날 것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자동차 타이어를 사용하면서, 신제품과 동일한 제동력과 접지력 혹은 승차감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골프볼의 성능이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건 무리가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생산된 지 '몇 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아예 사용할 수 없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200미터 정도의 티샷을 치던 골퍼가 10년 지난 골프볼을 친다고 해서 갑자기 100미터 정도만 날아가는 극단적인 성능의 변화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골프볼을 어디에 보관하는지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온도 변화가 심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골프볼의 재료가 합성고무 혹은 합성수지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충분히 그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차 안에 골프백과 함께 골프볼을 두거나 하는 것은 가장 좋지 않은 곳에 보관하는 경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골프볼 - 같은 모델이라도 성능은 변화한다

오래된 골프볼을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골프볼 성능의 '일관성'이라는 관점과 연관이 됩니다. 지난 몇 번의 칼럼에서 언급드렸다시피, 골프볼이 제조사별/모델별로 그 성능이 다르다는 것은 더 이상 이견의 여지가 없는 명제입니다.

그런데, 같은 모델이라도 생산된 연도에 따라 그 성능이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연도별로 출시된 제품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비교하는 것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골프볼 테스트 자료는 같은 해에 출시된 제품들을 기준으로 비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세대별 비교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새로 출시되는 제품들은 공기역학적인 변화 혹은 스핀량의 변화를 통해서 골프볼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합니다.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USGA의 골프볼 리스트입니다. 규정에 맞는 골프볼인지를 테스트하고, 이를 통과한 골프볼들이 토너먼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인구로 등재되는 것이죠.

골프 대회에는 '원 볼 (One Ball)' 규칙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의 골프볼 모델'로 플레이해야 한다는 것인데, 골프볼을 섞어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규칙 적용에 있어 출시년도가 다른 골프볼도 서로 다른 제품으로 인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골프볼인 타이틀리스트 Pro V1의 경우, 2년 마다 제품이 출시되는데, 다른 연도에 사용된 제품을 사용할 수는 없는 것이죠. 골프볼에 새겨진 사이드 스탬프, 즉 화살표의 모양이 다르면 서로 다른 모델이라는 뜻이고, 이 제품들을 섞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같은 Pro V1 모델이지만, 생산된 연도와 세대에 따라 사이드스탬프가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USGA>

무엇이 더 좋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 수 없더라도, 새로운 연도의 모델이 나올 때마다 '성능이 달라진다'는 명제는 맞는 사실입니다.

골프볼의 연도별 변화 - 품질의 관점

앞서 언급한 내용이 골프볼 퍼포먼스의 관점이라면, 품질의 관점에서도 골프볼 모델의 연도별 차이도 주목해 볼 만합니다.

골프볼의 품질을 USGA와 같은 곳에서 증빙해 주지는 않기 때문에, 일부 골프 매체의 테스트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가장 광범위한 테스트를 한다고 알려진 미국 마이골프스파이의 골프볼 비교표를 보면, 재미있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우레탄 골프볼의 품질을 비교해놓은 차트, 같은 모델이라도 연도별로 평가가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마이골프스파이>

모델별로, 출시된 시기에 따라서 골프볼의 품질 점수에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테스트 과정과 기준은 해당 매체의 것이기에, 그 자료 자체가 절대적인 기준을 될 수 없으나, 그래도 연도별로 그 점수차이가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오래된 골프볼은 좋지 않으니, 쓰지 마세요 혹은 써도 됩니다 라는 메시지를 드리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골프볼에도 사용기한이 있다는 점, 그리고 모델별, 연도별로도 그 성능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정도는 기억해 보시면 어떨까요? 되팔거나 선물할게 아니라면, 아끼며 넣어둔 골프볼을 찾아서 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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