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
평소 술 좀 한다는 사람들이 알면 눈 뒤집힐만 했다. 화요, 하이트, 서울장수막걸리 등 브랜드관을 지나니, 전국 수많은 양조장들이 만든 증류주, 막걸리가 쭉 펼쳐져 있었다. 저마다 맛과 향은 달랐지만 모두 우리 쌀로 만든 술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한국에도 이렇게 많은 종류의 술이 있었다.
술 뿐 아니었다. 다른 쪽에선 다양한 쌀 가공식품의 향연이 펼쳐졌다. 외국에서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는 냉동김밥, 우리쌀로 만든 쌀국수, 마늘과 쌀로 만든 과자 ‘마늘깡’ 등. 이름만 들어도 재밌는 쌀 가공식품이 줄을 이었다.
지난 12월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국내 최대 쌀 축제가 열렸다. 농협중앙회가 개최한 ‘2024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 쌀과 쌀가공식품을 주제로 다채로운 이벤트가 곳곳에서 참관객을 맞았다.
행사에는 전국 농협 단위 조합을 비롯해 화요, 동원F&B, 오리온 등 대기업까지 220여 업체가 참여했다.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전국 농·축협 조합장은 600여 명에 달했다. 농가주부모임·고향주부모임 회원 300여 명 등 여러 일반 참관객까지 더해 행사장 부스마다 활기가 넘쳤다. K-라이스페스타 현장을 다녀왔다.
◇출품작 705개 중 16개 제품 선정
개막식을 앞두고 1000석에 가까운 객석이 가득 채워졌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행사장을 찾은 조합원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강 회장은 기념사에서 “체계적으로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국민과 대대적으로 함께하는 행사를 준비했다”며 “K-라이스페스타 등의 행사와 다양한 쌀 가공식품 개발 노력을 통해 일상 속의 쌀 소비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라이스페스타 품평회 시상식이 진행됐다. K-라이스페스타 품평회는 국산 쌀로 만든 쌀 가공식품과 우리 술을 대상으로 한 콘테스트다. 품평회엔 ▲쌀 가공식품 일반 제조사 부문 ▲쌀 가공식품 농협 부문 ▲우리술 발효주 부문 ▲우리술 증류주 부문 등 4개 부문에 총 705개의 제품이 출품돼, 총 16개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전문가 평가 위원장을 맡은 남대현 조리 명장은 “국산 쌀 함유량, 국산 농산물 사용 비중 등 서류 평가와 블라인드 관능 평가, 소비자 품질 평가, 현장 평가를 거쳐 최종 수상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양손 가득 우리쌀·우리술
참가 업체들은 저마다 부스를 차려 놓고 SNS 인증, 룰렛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기념품을 증정했고, 무료 시음·시식 행사를 열었다. ‘뻥! 뻥!’ 소리와 함께 뻥튀기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막걸리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눈에 띄었다.
참관객들은 ‘K-라이스페스타’라고 적힌 커다란 하늘색 가방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부스를 돌았다. 시음이나 시식을 하고, 특별히 맛있었던 쌀 가공식품이나 발효주·증류주가 있으면 구매해 가방에 차곡차곡 담기도 했다. 하나같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농협 단위조합들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부스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부추 쌀국수, 막걸리 아이스크림 등 이색 쌀 가공식품을 맛보며 감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참관객 김은우(27) 씨는 “평소 즐겨보던 유튜버가 K-라이스페스타에서 우리쌀로 만든 술과 안주를 맛볼 수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며 “철원군 오대쌀로 만든 인절미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한주연(24) 씨는 “논산 딸기로 만든 증류주 ‘글린트 레드’가 가장 맛있었다”며 손에 쥔 홍보물을 흔들어 보였다.
◇북새통 이룬 K-라이스 주막
행사에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시골마을 이장우’ 홍보를 위해 배우 이장우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북 김제의 폐양조장을 지역 명소로 재탄생시키는 내용의 프로그램이다. 이장우 씨는 직접 만든 막걸리를 참관객들에게 나눠주며 막걸리를 알렸다. 이내 사진 촬영을 원하는 참관객들이 모여 긴 줄이 만들어졌다.
행사장은 연말 분위기도 물씬 났다. 중앙 포토존에는 K-라이스페스타 포스터를 배경으로 양 옆에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참관객들은 차례대로 줄을 서 사진을 남겼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K-라이스 주막이 북새통을 이뤘다. 우리쌀과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부스였다. 떡볶이, 순대 같은 분식부터 파전, 도토리묵, 비빔국수, 농협 김치까지 다양한 음식이 마련됐다. 눈에 띄는 점은 주황색 용기였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다회용기였는데, 음식을 다 먹은 참관객들은 질서 있게 용기를 반납했다.
오후 2시부터는 현장 라이브 커머스가 이어졌다.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는 K-라이스페스타 품평회 수상자의 부스를 방문해 수상작의 개발기와 맛, 장점 등을 소개했다. 수상 제품들은 양재·창동·고양·성남·수원·삼송·동탄 등 수도권 농협하나로마트 7곳에서 12월 25일까지 특별 판매한다.
농협은 우리술과 쌀가공식품의 판로를 넓히기 위한 행사도 마련했다. 상품기획자(MD)와 미국·프랑스·베트남 등 해외 바이어 40여 명을 초청해 상담회를 열었다.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