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의 정신 분석… 보 이즈 어프레이드
절대적 엄마와의 ‘오이디푸스·엘렉트라 콤플렉스’
인간 내면 드러내 모순적 행동 설명…전작보다 난해
보 역에 ‘조커’ 호아킨 피닉스… 신들린듯한 명연기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망상장애(편집증)가 실체화돼 다가온다면? 내면을 후벼 파는 3시간에 가까운 압박은 심장을 죄어오고, 비상구로 탈출하지 못하는 관객을 심연으로 침몰시킨다.
‘유전’, ‘미드소마’로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연 아리 에스터 감독의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지난 5일 개봉했다. 이 참신한, 그러나 보기에 곤혹스러운 공포의 영역에 많은 이가 호기심을 느끼는 건, 태양이 너무 눈부셔서이거나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보’역) 연기에 대한 기대 때문일지 모른다.

에스터 감독의 팬임을 자처한 봉준호 감독은 개봉 이틀 전 특별상영회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서 “호아킨 피닉스가 교통사고가 날 때까지, 정확히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거기 나오는 모든 샷과 모든 사운드, 연기의 파편들에 저는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것은 마스터의 경지”라고 평가했다.
영화의 초반은 봉 감독이 이날 관객들에게 “‘숨통을 조여오는 느낌’과 ‘면도칼로 몸 여기저기를 베이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물은 대로다.
에스터는 도입부를 통해 영화에 몰입하기 시작한 관객을 보다 깊은 정신세계로 이끈다. 거대한 존재인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벗어나고 싶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사이에서 보는 방황한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죄책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 보는 어머니에게 붙잡혀 있던 남성성을 해방할 기회를 얻지만, 공포의 심해를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순 없다.

감독은 ‘전지적’ 입장에서 영화의 극본을 썼겠지만, 관객은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해석의 즐거움을 주지만 모든 관객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의 전작 ‘미드소마’는 인간의 집단적 광기를 통해 내면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면, 이번 작품은 내면을 드러냄으로써 인간의 모순적 행동을 설명하려 한다. 전작보다 더 어렵고 난해한 영화 안에서 확실한 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피닉스의 엄청난 연기력이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만원’ 단칸방에서 80억대 집주인으로, 유해진 38년 노동의 성적표
- “널 두고 일찍 갈 수 없지”…박수홍·신현준·이용식, ‘회춘’ 결심한 이유
- “부고도 없었는데 묵묵히”…조용히 빈소 찾은 신동엽·이준
- “이제 다 말랐습니다”…40년 포효 끝에 무대 지운 임재범의 ‘보통의 결단’
- “안 버려줘서 고마워”…윤다훈, 딸이 완전히 바꿔놓은 아빠의 삶
- “소년은 아버지의 김밥이 가장 좋았다”…잡초밭 독학 골퍼 김민규, 450억 '억만장자 리그' 입성
- “너는 아끼지 말고 먹어라”…김신영, 14년 독한 강박 내려놓은 이유
- 활동 뜸했던 이유 있었다…한고은·윤현민·조권, 부모님 암 투병 고백
- 낙인을 실력으로 지워냈다…임지연, 12년 현장이 증명한 1인 2역의 무게
- “나를 참 좋아하셨구나”…전인화, 수십 년 시부모 모신 속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