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도 낙선한 ‘전략공천 무덤’···전재수 나가면 ‘한동훈 대 조국’ 차기 대선급 빅매치 오나

정용인 기자 2026. 3. 2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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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보궐 치러질 부산 북구 민심 르포
3월 23일 오일장이 열린 부산 구포시장. 구포시장은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구갑 지역의 대표시장이다. /정용인 기자

[주간경향] 아직은 달아오르지 않았다. 지난 3월 2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았다. 선거철이 되면 대형 현수막이 걸릴 만한 덕천역 인근 고층빌딩 벽면은 비어 있었다.

주말이 아닌데도 구포시장은 북적였다. 구포시장은 전통시장이면서 정기시장이다. 3일과 8일에 오일장이 열린다. 박종대 구포시장 상인회장은 “부산 시내에서 이렇게 큰 오일장이 열리는 곳은 없다”고 했다. “인근에 지하철 2·3호선 환승장이 있고, 버스가 어디든지 다 오고, 기차역 가깝고…. 게다가 연세 드신 분은 지하철이 무료 아닙니까. 국밥 한 그릇 드시고, 장 구경 오는 사람도 많고요. 경남 김해나 양산시 물금, 밀양에서도 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달아오르지 않은 보궐 분위기

지난 3월 7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방문했다. 장날이 아닌데도 그날 구포시장은 인산인해였다. 한 전 대표 지지자들도 몰렸다. 시장 상인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었다. “‘한사모’던가, 팬클럽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그분들이 한 주 전에 미리 와서 장보기 행사를 열었어요. 시장 매출은 상당히 늘었을 겁니다. 그냥 제 느낌으론 오기 전보다 그 뒤의 평이 더 좋았어요.”

지방선거와 함께 오는 6월 3일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선거 역시 아직 무르익지 않은 느낌이다. 구포시장에서 버스로 네 정거장을 가면 사거리 건물 3층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무실이 있다. 바로 옆 건물에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구의원 플래카드는 내걸려 있지만, 전재수 의원 사무실 밖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

“누구도 못 했던 일!!! 개 시장을 없애고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았습니다”, “우리 일꾼 우리 전재수 1 북구는 전재수” 사무실 안에 걸려 있는 선전 문구다.

‘임기 중 예산 총 3428억7200만원 확보’는 2024년 총선 전, 그러니까 21대 국회의원 임기 때 그만큼의 지역 예산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보였다. 사무실에서 만난 지역 보좌진은 말을 아꼈다.

“의원님의 의중까지 우리가 알기는 쉽지 않아서…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결정할지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자가 방문하기 직전 주말,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관련 지난해 말 경찰 압수수색 직전에 지역보좌진이 PC 하드디스크를 밭에 버렸다는 증거인멸 의혹 보도가 나온 참이었다.

부산시장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을 겨냥해 3월 2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하드디스크를 밭두렁에 버렸다는 것은 범죄를 자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부산의 미래를 밭두렁에 버릴 사람을 선택해도 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기(전재수 사무실)가 낮에 가면 한적해 보일지 모르지만 바로 밑이 낙동강을 건너는 구포대교로 녹산이나 김해·창원으로 출퇴근하는 차량이 많습니다. 선거철에 플래카드를 내걸면 주목도가 아주 높은 좋은 길목이죠.” 부산 북구가 지역구인 노기섭 전 부산시의원(8대)의 말이다.

그는 아직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은 게 전재수 의원이 ‘출사표’는 던졌지만, 선거 일정이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구포시장 옆 로터리가 핵심 길목이긴 합니다. 대부분 그쪽에 사무실을 꾸릴 겁니다. 지역에서는 김두관 전 의원이 이쪽에 오려고 몸을 풀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이곳 북구의 토착 정서를 알고 하는 건지 살짝 의구심이 들긴 해요.”

정당을 떠나 지역정치권 인사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토착 정서’란 이런 것이다. 인근 강서구와 묶여 여러 차례 선거구가 변경됐지만, 북구는 전략공천의 ‘무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문성근 배우, 이철 전 의원도 이곳에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바로 직전 선거엔 5선 국회의원이자 부산시장을 역임한 서병수 전 시장이 출마했지만, 전재수 의원의 3선 연임을 저지하진 못했다.

아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서 전 시장이 맡고 있지만, 전 의원이 부산시장에 출마하면 치러질 보궐에 출마할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 측 지역정치권 인사는 “동생 서범수 의원이 대표적인 친한계 인사라 공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만약 주진우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되면 공석이 되는 부산 해운대갑 공천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라고 전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월 7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의 한 분식집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

부산 북구는 전략공천의 무덤?

현재 국민의힘 측에서 부산 북구갑도 전 의사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는 인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을 역임했던 박민식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전재수 의원 이전에 이곳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민식 전 의원이 여기저기 얼굴 내밀며 다니고 시장 돌아다니면서 인사하는 건 엄밀히 말하면 사전 선거운동이고 선거법 위반이다. 선관위에 유권해석 넣어보면 사전 선거운동이라고 할 것이다. 율사 출신인데 법을 잘 모르는 거 아닌가.” 과거 북구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그는 “전재수 의원이 본인 거취를 설날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국회의원 사퇴를 안 하고 있다. 이번 6·3 보궐선거에 나가는 국회의원의 사퇴 시점은 선거일 30일 전인 5월 4일까지다. 그 시점만 넘기면 6월에 보궐선거는 없는 것이다. (전재수가) 당내 경선 핑계 등을 들며 뭉그적거리는 건 부산시장선거에서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보궐선거를 이번에 치르지 않고 미뤄놓는 게 낫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북구갑이 보궐선거 대상지가 될지는 확신하지 못한다.”

부산 북구갑이 주목되는 건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 집권 직후 더불어민주당의 17개 광역시·도 단체장 석권론이 나오면서부터다.

전 의원의 지론이었던 ‘북극항로’를 대선공약으로 적극 수용한 것이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전재수 해수부 장관 임명 등은 ‘부산시장 전재수’를 키워주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된 ‘명픽’(이재명의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산시장으로 전 의원이 출마하면 필연적으로 보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지방선거 후 다시 시작될 조국혁신당과의 통합논의를 고려해 조국 대표의 원내 복귀 무대가 북구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당대표 시절부터 부산·경남에 공을 들여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4년 총선 때처럼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들고 출마 선언을 한다면 이번 보궐에서 차기 대권주자들의 ‘빅매치’가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앞서 과거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던 인사는 “북구 주민의 바람은 큰 사람이 오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왕이면 판을 크게 가자는 거다. 그래서 정말 북구에 왔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한동훈이고 조국이다. 빅매치가 돼야 한다. 대선후보들이 나오면 북구 주민들이 훨씬 즐거워하지 않겠나. 자신들이 차기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니.”

그가 풀이하는 부산 북구 갑 주민들의 지역정서는 이렇다.

“북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해 풀뿌리 운동을 꿈꿨던 김해를 마주고 보고 있다. 낙동강 벨트라고 하는데 지역에서는 서부선 벨트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 호남 출신이 많다. 1960~70년대 신발 목재산업이 흥했을 때 호남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었다. 선거를 해보면 민주당 득표율이 25~30%는 항상 나온다. 전반적으로 소득이 낮은 주민이 많다. 보시면 알겠지만 이쪽이 서울로 치면 한강변이라 저녁에 보면 낙조가 예쁘다. 그래도 개발이 안된다. 강 건너편이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인데 거꾸로 그쪽만 개발된다는 것에 대한 피해의식이 없지 않다.”

누가 후보로 나오던 토착주민들의 이런 정서를 이해하지 않는 한 당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연이다.

기자가 부산 구포시장을 방문하던 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률 심사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삭발을 감행했다. 그러나 부산 지역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정부 여당의 ‘횡포’에 대한 항의라기보다 부산시장 공천을 두고 당 지도부와 가까운 ‘윤 어게인’ 세력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박 시장이 최근 자신의 선거캠프에 윤석열 파면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아들인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부산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에서 국민의힘이 받을 성적표는 시장뿐 아니라 구청장 등 기초단체·시군 의원조차 2018년 참패를 넘어서는 역대 최악의 결과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부산 경선에는 박형준 시장과 주진우 의원이 나와 있다. 부산역 광장에서 만난 양병철씨(64·사하구 거주)는 “박형준 시장이 이번에 출마하면 3선 도전인데 지역에서는 엑스포 유치 실패도 있지만 아파트 짓는 거 말고 그동안 해놓은 것이 뭐가 있었냐는 여론이 많다”라며 “주진우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에 도전하고 있지만 친윤 검사출신 초선에 행정경험도 없는 인물이 설령 후보가 되더라도 해수부 장관을 하고 부산토박이 출신인 민주당 전재수를 이기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 23일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아 사고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조국 보궐보다 부산시장” vs “빅매치 되면 한동훈 이겨”

정치권 일각의 전망대로 전재수 의원 부산시장 출마 선언에 이어 부산 북구갑에서 조국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가 맞붙을 수 있을까.

“조국 대표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산, 경기 안산, 전북 군산 등에서 출마 요청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시당에서는 공식적인 루트로도 요청했지만, 지방선거 기획단장을 맡은 신장식 의원 면담을 통해 왜 부산에 출마해야 하는지 부산시당의 요구를 정리한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3월 23일 만난 장지용 혁신당 부산광역시당 사무처장의 말이다.

“검찰개혁이나 정치적 투사의 이미지보다 성공한 행정가의 이미지를 조국이 가져와야 하고, 그런 능력이나 경험을 가져야 이제 앞으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당의 요구는 북구갑 보궐보다는 부산시장 출마 요청이었다. 민주당의 무공천 등 양보 없이 조 대표의 부산시장 출마가 가능할까.

“북구갑 출마도 나쁜 카드는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는 카드인데 3파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전체나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으로 봤을 때는 시장이 더 낫지 않을까.”

한 전 대표 측은 어떻게 말할까. 일단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한 현역 의원이 대구시장에 출마할 경우 비게 될 대구 보궐보다는 부산 출마 쪽에 더 마음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대구 보궐선거에 한동훈이 나와 당선된다면 미래 대안으로 인정해준다는 느낌이지만 성적표가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부·울·경이라면 점수가 달라진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조 대표와의 빅매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뒤집어 민주당은 조국을 안고 선거가 가능할까. 예를 들어 조국이 나온다 치자. 한동훈이 거기 나가면 조국이 부산 선거에서 이길 수 있나. 전국 선거가 될 텐데 당연히 한동훈이 이기지 않을까.”

만일 조 대표가 출마한다면 한 전 대표가 따라붙어 출마해 꺾고 당선되는 그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산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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