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유상증자 대금 납입 미이행…‘1.8조 딜’ 무산될까 [넘버스 투자생각]
📊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
· 한온시스템은 어떤 회사?
· 한앤코의 한온시스템 매각 이유
· 인수 후 한온시스템의 지분구조 변화
·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유상증자가격 인하요구
· 투자 시사점
· 한화증권, ING 베어링스 증권, 삼성증권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고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를 맡고 있어요.
· <저는 주식투자가 처음인데요 투자전략편>, <저는 기업분석이 처음인데요?> 등을 간행했고, <내러티브 앤 넘버스>를 감수했어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2024년 5월 3일 공시를 통해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의 한온시스템 보유 지분 매입 결정을 통해 한온시스템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앤코는 보유 중인 한온시스템 지분 50.5% 중 25.0%를 총 1조3679억 원에 매매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후 MOU 체결일로부터 8주간 실사 결과를 통해 연결재무제표 상 중대한 오류/누락 등 이슈 없을 시 합의된 양식에 따라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한온시스템은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 확보 목적의 자금 조달을 위해 6514만4960주를 주당 5605원으로 신주 발행(총 3651억 원)하는 유상증자 내용을 공시했습니다. 이는 총 1조 7730억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취득하기 위해 지난 3일까지 신주의 주금 납입을 마치기로 했는데요.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의 우발채무를 빌미로 본계약을 미루고 있어 실제 주식매매계약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01.
한온시스템의 모태는 ‘한라 공조’
1986년 한라그룹 계열의 만도기계와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50:50 합작으로 설립한 ‘한라공조’가 모태입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인한 한라그룹의 부도사태로 한라그룹의 지분이 전부 넘어가 1998년에는 포드 산하의 비스테온사(Visteon Corp.) 계열로 편입되었고, 이후 2013년에는 세계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어려워진 포드가 비스테온의 공조부분을 분리하여 한라공조와 합병 후 사명을 ‘한라비스테온공조’로 바꾸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비스테온이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가치를 높이고자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조 관련 회사들을 전부 합병시켜 5조원대 매출로 외형을 키웠습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스테온은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매각을 추진했었는데, 워낙 금액이 큰 매물이기도 했고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입김도 있었기 때문에 인수 후보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었습니다. 만도를 되찾는 데 성공하며 그룹 재건의 초석을 다진 한라그룹이 공개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깨고 인수전에서 승리한 것은 국내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한앤코와 종합 자동차 부품그룹으로의 도약을 노리는 한국타이어 컨소시엄이었습니다. 2014년 말 미국 비스테온이 가진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36억달러(3조9400억원)에 인수했는데, 한국기업 및 금융자본의 인수합병(M&A) 사상 손꼽히는 금액이었습니다. 인수한 지분 69.99%는 한앤코가 50.5%, 한국타이어가 19.49%로 나눠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앤코에 인수된 후 2015년 사명을 ‘한온시스템’으로 바꾸며 한라그룹의 색채를 모두 지운 다음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02.
기업가치 제고 위해 한온시스템 매각 추진
한앤코는 2014년 12월 한국타이어와 컨소시엄을 통해 한온시스템 지분 69.99%를 주당 52,000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한라비스테온공조와 합의하였고, 본 계약은 6개월 뒤인 2015년 6월 9일에 체결되었습니다. 당시 한온시스템의 보통주 기준 발행 주식수는 106,760,000주로서 이 중 69.99%인 74,720,000주를 한국타이어와 취득했는데, 한앤코와 한국타이어의 취득 지분율은 각각 50.5%, 19.49%. 당시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 규모는 5.55조원이었으며, 양사 합산 인수가는 약 3.9조원 규모였습니다.
이후 한앤코는 사모펀드의 행동 양식에 따라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 9월 캐나다 소재 자동차부품 전문업체인 마그나(Magna)의 유압제어장치 부문 인수 건으로 내실이 탄탄하거나 브랜드 가치가 높은 유사업종의 기업을 추가 인수하여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대표적인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평가받았는데, 마그나 유압제어장치 부문이 보유한 파워트레인 쿨링시스템, 냉각수펌프 등은 차량 열관리 사업을 위해 필요한 요소기술로서 당시 한온시스템의 차량 열관리 및 공조시스템 분야 경쟁력 강화에 의미 있는 인수라는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있었습니다.
당시 마그나 유압제어장치 부문을 12억 달러(1.4조원)에 인수하면서 한온시스템 자산 규모는 2015년 말 기준 3.5조원에서 2019년 말 기준 7.1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인수 당시 5.5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는 2020년 말 기준 8.7조원 규모로 58%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한온시스템 시총의 1/3 수준인 1.4조원 상당의 인수금액 확보를 비롯하여 전동화 사업 등 외형 확대를 위한 차입금 규모가 점진적으로 증가해서, 한라비스테온공조 시절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수준으로 실질적인 ‘무차입 기업’이었으나, 한앤코 인수 이후 순차입금 지속 증가하며 2019년 말 기준 2.1조 규모로 급증했습니다.
한앤코는 한온시스템 인수 6년차 시점인 2021년부터 매각을 시도했으며, 모건스탠리 및 에버코어를 자문사로 선정하여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은 검토 중임을 공시했습니다. 2021년 당시 시가총액 8조원대, 주가는 연초 20,000원 육박했으며, 연 내 평균 주가 16,000원 대 유지 중으로 지분 매각 시 수익 확보 가능했으나,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완성차 생산 셧다운 장기화 및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슈 등 자동차 부품 공급량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지분 매각의 적정 타이밍을 잡는데 실패했습니다.
한앤코는 포트폴리오 수익성 제고 및 한온시스템 지분 유지에 따른 투자 기회손실 최소화를 위해 엑시트(Exit)를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이후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부분 또한 한앤코의 투자기회 손실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앤코의 한온시스템 Exit에 따른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인수 당시 투자금은 2.8조원이고, 2023년까지 9년간 배당 수익은 7,343억원 규모이며,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회수되는 자금 규모는 1.37조원으로 초기 투자금 2.8조원 회수에 있어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또한, 2021년 한온시스템 지분을 담보로 1.72조원을 차입하는 등 초기 투자금 2.8조에서의 타인자본 관련 이자비용 등 고려 시 투자 손실 규모는 더 증가하게 되는 점이 한온시스템 매각의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 한국타이어, 왜 한온시스템 인수하려고 했을까?
1. 2022년까지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2022년 8월에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을 위해 2.1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이후 한온시스템의 인수 자금 여력은 충분하지 않았는데요. 2023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2.68조원 수준으로 대폭 증가한 후 사정은 달라졌습니다.
2. 특히 2대 주주로서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과의 특수관계인 관계를 9년간 유지해 왔습니다. 여기에 한온시스템의 낮아진 지분 가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시너지 극대화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 한온시스템을 인수하기 적당한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양해각서 체결 이후 한국타이어는 최대 10주간 실사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됩니다. 하지만 3일까지 납입하기로 했던 유상증자 대금을 치르지 않았죠. 관건은 앞으로 한온시스템의 주가 향방에 달려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