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김하성의 3홈런, 아무런 감흥이 없는 이유 [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5회초 1사 만루 한국 김하성이 만루홈런을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13/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단타 1개 없는 메이저리거 김하성의 3홈런, 어떻게 봐야 할까.

한국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정이 조기에 마감됐다. 한국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과의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2대2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이미 낮에 열린 호주-체코전에서 호주가 승리하며 8강 진출이 무산된 한국에게 중국전은 큰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 한국 타자들은 한 수 아래 중국 투수들을 만나 탈락의 아픔을 분풀이하듯 방망이 쇼를 벌였다.

이번 대회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김하성이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로 한 시즌을 뛰며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된 실력을 보여줬다. 원래 키움에 있을 때부터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로 각광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존재감을 보였으니, 이번 대회 공-수의 핵심 역할을 해줄 거라 믿은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중요했던 호주전, 일본전 무안타였다. 이미 탈락 분위기가 짙어진 체코전에서 홈런 2방을 터뜨렸고, 마지막 중국전에서 22점째를 만드는 만루포를 터뜨렸다. 하지만 영양가는 제로였다. 4경기 단타 없이 16타수 3안타, 홈런만 3개를 쳤다. 타율 1할8푼8리.

김하성도 진정한 메이저리거로 성장해 치르는 큰 대회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물론 김하성이라고 모든 공을 다 받아칠 수는 없다. 단순히 김하성이 많은 안타를 치지 못해 얘기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첫 경기 호주전부터 스윙이 너무 컸다. 4타수 무안타인데, 플라이 아웃이 3개였다. 장타를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하성이 4번타자라면 모를까, 이번 대회 토미 에드먼과 함께 테이블세터로서의 중책을 맡았다. 찬스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인지, 매 타석 풀스윙으로 일관했다.

구위가 좋은 일본전에서는 공도 뜨지 않았다. 첫 번째 타석 땅볼 아웃에 두 번째 타석 3루수 실책으로 겨우 한 번 살아나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드먼까지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테이블세터가 정신을 못차리니 한국은 가장 중요했던 두 경기에서 충격의 연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만만한 체코 투수를 만나자 2개의 타구가 얻어걸린 격이 됐다. 하지만 이미 차는 떠난 후였다. 4번타자로 출전한 중국전 홈런을 보고 '와, 메이저리거라 대단하네'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홈런 전까지 플라이만 3개를 치고 있었다.

물론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개개인이 모두 잘하면 결과가 잘 나올 수 있는 스포츠다. 그래도 맡은 바 역할을 서로 충실히 해낼 때 완벽한 시너지 효과가 난다. 가장 많은 3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김하성의 이번 WBC가 아쉬운 이유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