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IPO 재도전]① 적자 꼬리표 떼고 '수익 공식' 풀었다

컬리는 11일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개선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IPO 재도전을 공식화했다. /사진 제공=컬리

컬리가 장기간 이어진 적자 구조를 끊어내고 3년 만에 기업공개(IPO) 시장 복귀를 선언했다. 과거 대규모 투자에 기반한 성장성으로 승부했다면 현재의 컬리는 견고한 물류 인프라와 사업 다각화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단순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리테일 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한 컬리가 기업가치 3조원 이상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며 연내 IPO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3년 초 시장 침체 여파로 상장을 자진 철회한 이후 약 3년 만에 재도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종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입증한 만큼 IPO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상장 준비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컬리는 2023년 초 4조원을 웃돌던 기업가치가 시장 경색 여파로 1조원대까지 하락하며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네이버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2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경우 상장 과정에서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분기 실적 호조...'흑자' 굳히기

컬리가 3년 만에 IPO 재도전에 나선 배경에는 본업 성장과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흑자 기반을 구축한 점이 꼽힌다. 컬리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4% 증가한 745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거래액(GMV)은 전년 대비 29% 성장한 1조891억원으로, 분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쇼핑 평균 성장률(9.7%)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력인 식품 카테고리 역시 27.8%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수익성 개선 폭은 더욱 가팔랐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42억원으로 전년동기(17억원) 대비 급증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31억원)의 약 2배를 거둔 셈이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2334억원, 14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본업 경쟁력 강화와 사업 구조 효율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순이익도 흑자전환했다.

컬리 최근 5개년 실적 추이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체질 개선의 핵심은 고마진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있다. 2022년 말 론칭한 ‘뷰티컬리’는 명품·K뷰티 중심의 큐레이션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2% 증가했다. 핵심 고객층인 3040 여성 소비자 수요를 공략하며 경쟁이 치열한 뷰티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컬리는 기세를 이어 올해 상반기 중 자체 브랜드(PB) 화장품 출시에도 나설 계획이다.

물류 효율화 역시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컬리는 2023년 6월 송파 물류센터 운영을 종료하고 김포·창원·평택을 중심으로 한 ‘3대 대형 물류 클러스터’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강원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단위 배송망을 완성했다. 회사 측은 올해 2월 도입한 ‘자정 샛별배송(오후 3시 이전 주문 시 당일 자정 도착)’은 물류 회전율을 높이며 비용 효율 개선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3P·풀필먼트 성장 본궤도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물류 신사업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컬리는 판매자 배송(3P)과 풀필먼트(FBK) 사업을 고도화하며 플랫폼 수수료 기반 수익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외부 판매자에게 개방한 플랫폼 사업 확대 역시 상장 이후 컬리의 지속 성장을 뒷받침할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단순 배송 대행을 넘어 고도화된 물류 운영 환경을 제공하며 안정적인 수수료 기반 수익모델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컬리는 현재 ‘3PL 화주사용 시스템’, ‘3PL 센터 포장재 추천 및 패킹 관리 시스템’ 등 외부 판매자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단순 유통 플랫폼을 넘어 물류 기술 기반의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 평가받는 배경이다.

특히 중소 파트너사들에게 컬리의 100% 콜드체인 인프라는 강력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산지부터 소비자 식탁까지 이어지는 저온 유통망을 자체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컬리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상품 신선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 정도 수준의 물류 시스템을 자산화한 사례가 드문 만큼 전국 단위의 고도화된 저온 물류망 자체가 컬리만의 독자적인 플랫폼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컬리 IPO가 성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수익을 내는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며 "식품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위에 3P와 뷰티 등 고수익 사업이 레버리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상장 심사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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