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 '메타버스 펀드' 수익률 참 좋은데…운용규모 왜 줄지?

올 2월 기준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증권 자투자신탁(UH)(주식) 펀드의 성과를 알리는 인포그래픽.(자료=KB자산운용)

엔비디아,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급등한 해외 종목들이다. 이 종목들을 KB자산운용의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는 일찍이 자산으로 삼았다. 그 덕분에 1년 수익률이 50%를 상회한다. 이 펀드에 1년 전 투자했더라면 웬만한 전문투자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운용사 수입과 직결되는 펀드 운용규모는 축소하는 모양새다. 메타버스 종목의 부침을 겪은 초기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반등하자 환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KB자산운용 펀드매니저가 직접 홍보영상을 제작할 정도로 사측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가 수익률 상위펀드를 공시하는 '펀드다모아'에 따르면,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 증권 자투자신탁(주식)(UH)(운용)은 6개월 수익률 26.51%, 1년 수익률 57.77%로 국내 주식형펀드 중 5위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냈다.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는 2021년 6월 설정됐다. 업계 최초였다. KB자산운용은 메타버스를 하드웨어·인프라·소프트웨어·플랫폼 및 콘텐츠 등 4개 밸류체인으로 구분했다. 이에 의거해 설정 초기 주요투자종목으로 엔비디아, 브로드컴, 메타, 아마존닷컴, 애플 등을 비롯해 메타버스 게임기업인 로블록스에도 투자했다.

KB자산운용 측은 <블로터>에 "애플이나 엔비디아와 같이 하드웨어·인프라 밸류체인의 비중을 높게 유지했던 것은 헤드셋이나 데이터센터 등 관련 인프라가 구축된 뒤 메타버스 구현이 콘텐츠 분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소프트웨어 종목군은 아직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도 속해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펀드 성과 제고를 위해 실적과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견고한 하드웨어·인프라 밸류체인 비중을 높게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말대로 로블록스는 2021년 급등하다가 그해말 어닝쇼크를 낸 뒤 2022년 초부터 급락세가 시작된다. 이에 KB자산운용은 로블록스를 주요투자종목에서 제외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지만, 메타버스 종목 전반적으로 투심이 약화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는 2022년 말 최저점을 찍은 후 2023년 상반기부터 반등을 시작, 확장현실(XR) 기기가 주목받으면서 전고점을 돌파한다.

2021년 6월 펀드 설정과 함께 투자했다고 가정할 경우 수익률이 2022년 12월 말 -36%에서 2023년 12월 말부터 원금을 되찾는 0%를 기록하게 된다. 이는 운용규모와의 축소와도 직결된다.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의 운용규모는 2023년 △6월말 1485억원 △9월말 1382억원 △12월말 1320억원으로 지속 줄어드는 추세다.

수익률은 높으나 신규 투자수요를 유치하지 못하면 자산운용사에는 '허사'다. 이에 KB자산운용은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펀드를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까지 동원했다. 김민수 ETF솔루션운용본부 팀장은 지난해 말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 펀드의 개요부터 운용전략, 성과를 알리는 영상을 KB자산운용 유튜브에 게재했다.

'펀드 매니저가 소개하는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 영상컷.(사진=KB자산운용 유튜브 채널)

KB자산운용 측은 메타버스가 단기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 펀드를 담당하는 운용역은 <블로터>에 "통상 메타버스를 플랫폼 및 콘텐츠, 게임 관련주로만 인식할 수 있겠지만 메타버스는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향후 XR 및 VR 헤드셋 경쟁 강화, 데이터센터, AI 투자 확대에 따라 더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 확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생성형 AI도 메타버스 성장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으로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세계 속에서 오브젝트 구현에 생성형 AI를 접목해 자연어 입력만으로도 편리한 작업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언급했다. 메타버스 산업에서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함에 따라 저연령층뿐만 아닌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현실감과 편리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 1월 애플의 비전프로 출시와 더불어 메타와 LG의 헤드셋 협력 개발 소식 등 헤드셋 시장의 경쟁 구도도 강화되면서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의 확대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앞선 운용역은 "메타버스는 지금까지는 단순 테마주로 인식됐지만 헤드셋,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적극적인 생성형 AI 기술 도입에 따라 태동기를 벗어나 성장기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