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10년 진보교육 뒤집자"vs 정근식 "조희연 혁신학교 계승"
단일화 마무리한 보수 조전혁
"중간고사 부활시켜 학력신장
내년 도입하는 AI교과서 찬성"
재단일화 남은 진보 정근식
"질문이 있는 교실 만들어야
독서·ESG 교육 등 적극 추진"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다음달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각각 보수·진보의 대표 기수로 나선다. 10년 진보 교육감 체제를 이어가겠다는 정근식 후보와 보수 교육감 시대를 열겠다는 조전혁 후보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다. 후보 등록을 마친 두 후보는 다음달 3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27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조 후보와 정 후보 외에 윤호상 전 서울미술고 교장과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위원까지 총 4명이 후보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상 후보는 처음부터 보수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터라 조 후보는 2012년 재보궐선거 당시 문용린 후보 이후 12년 만의 보수 단일 후보가 됐다. 조 후보는 지난 조희연 교육감 체제 10년을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조 후보는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임 교육감의 뒤를 이어 진행할 정책이 없느냐는 질문에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인 교육철학이 잘못됐다. 교권 붕괴는 수업 붕괴로 이어졌고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연장선에서 조 후보는 학생 학력 신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지필 평가(중간·기말고사 등 정기 시험)를 되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조 후보는 "시험을 죄악시하다 보니 가난한 아이들이 스스로의 학력 수준을 파악하지 못해 경제력에 따른 학력 차이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혁신학교 등 기존 정책의 경우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의 학부모들이 근조 화환까지 보낼 정도고, 서울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체인지(體仁智)'라는 표현을 통해 건강한 육체 위에 인성과 지식을 쌓은 인재상을 내세운 조 후보는 방과 후 학교 지원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늘리는 공약도 내놨다. 그는 "기존 교육사업들이 어른들의 예산 나눠 먹기로 전락했는데 저소득층을 위해 질 좋은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도입하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해서는 "기존 지식을 잘 전달하는 협의의 AI뿐 아니라 기존에 없던 이야기나 지식을 창출하는 광의의 AI까지 가르쳐야 한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하며 '전교조 킬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강성인 이미지는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조 후보는 "교육과 관련해서는 옳고 그름이 있지 좌우가 없기에 타협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내게 뉴라이트 혐의도 씌우는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선진국이 되기 위한 사상의 토대가 자유주의라 생각할 뿐 친일파가 될 만한 동기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진보 진영은 보수 진영보다 셈법이 더 복잡하다. 정 후보가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됐지만 최보선 후보까지 등록하며 완전한 단일화에는 실패했다. 향후 재단일화 과정까지 거쳐야 하는 정 후보는 "(진보 단일화와 관련해) 염려하고 계신 분이 많다"며 "모든 분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지금까지 혁신교육의 성과가 많다"며 조희연 전 교육감의 정책을 대부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혁신학교 토론교육·생태전환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정 후보는 "혁신학교는 '질문이 있는 교실' 만들기가 핵심"이라며 "지역사회 도서관과 연계한 독서교육 등을 적극 추진하고 기후·생태위기 문제와 관련해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조 후보가 내세운 지필 평가 부활에 대해서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학생 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문해력과 수리력을 증진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다.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는 "세밀한 계획 없이 너무 빨리 도입하고 있는 데다 디지털 중독이 발생할 수 있어 학부모 우려가 많다"며 "디지털교과서의 학습 효과가 충분히 증명된 후에 신중하게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전교조 교사 정보를 공개한 데 대해서도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위축시키는 조치였다"고 날을 세웠다. 정 후보는 "전교조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든 상관없이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은 확대돼야 한다"며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 관련) 요구 사항을 잘 담아 국회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정 후보는 "올바른 역사 교육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뉴라이트 사관의 역사 왜곡 논란 등 역사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며 "전쟁기념관 등 현장 탐방 교육도 늘리겠다"고 했다.
[이용익 기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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