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평 규모의 이 별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 집이다. 완성된 설계안이 있었지만 건축주는 충족되지 않은 무언가를 이유로 재설계를 요청했고, 그 결정이 전혀 다른 집을 만들어냈다.

계절마다 물이 흐르는 강 옆, 가파른 경사지 위에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완성된 이 집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의 공간을 땅속에 숨겨뒀다는 점이다. 지면을 층층이 쌓고 일부를 잘라낸 뒤 그 아래에 공간을 만들어 넣었다.

가파른 경사지 특유의 불안정한 지반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건물이 자연 지형 속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투명한 유리 상자 하나뿐이다. 모호하고 신비로운 이 작은 출입구가 집 전체로 이어지는 유일한 시작점이다. 지붕과 천장, 조경이 하나로 합쳐져 건물의 윗면이 그대로 자연 풍경의 일부가 된다.

내부는 끊임없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채워진 공간과 비워진 공간이 번갈아 나타나고, 계단과 복도가 마치 골목길처럼 공간들 사이를 꿰뚫고 지나간다.

어떤 구간은 완전히 닫혀 있고, 어떤 구간은 시각적으로 또는 공간적으로 열려 있어 걷는 내내 예상을 빗나가는 경험이 이어진다.

공간 구획에는 에너지 효율도 함께 고려됐다. 바람의 방향을 읽어 따뜻한 계절과 추운 계절 모두 최소한의 에너지로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계획했다.

공간의 쓰임새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가족이 모이는 자리가 되기도 하고, 큰 파티를 여는 장소가 되기도 하며,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위한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조경도 같은 철학을 따른다. 어떤 구역에는 선별한 식물을 신중하게 심었고, 어떤 구역에서는 자연이 알아서 자라도록 내버려뒀다.

의식적인 개입과 자연스러운 흐름이 뒤섞인 결과다. 안과 밖의 경계가 뒤엉키며 만들어지는 중간 지대, 그 안에서 이 집은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듯 거주자를 이끌어간다. 살면서 조금씩 발견되고 시간과 함께 진화하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