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파업 초읽기···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 “일할 수 없다는 무력감 팽배”

박채연 기자 2024. 10.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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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부 사무실에서 파업 결의 등 현재 상황과 내부 분위기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KBS의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신료 분리고지·징수, 디올백 파우치 발언 및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시사교양·기술본부 축소 조직개편안 통과 등 박민 KBS 사장 체제에 대한 내부 불신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현재 KBS 내부 분위기에 대해 “내부엔 ‘더이상 일 못하겠다’는 답답함과 ‘취재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무력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최근 KBS본부의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선 1627명(재적 대비 78%)이 찬성했고, 보수 성향의 KBS노조 역시 응답자 89%(투표율 74%)가 찬성해 사실상 파업이 준비된 상황이다.

박 본부장은 “파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오는 18일엔 KBS본부 조합원 총회를 열어 향후 행보를 논의하고 서울 광화문 앞 시민문화제에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공영방송 투쟁은 시민들과 같이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는 투쟁”이라고 했다.

박민 KBS 신임 사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보수 성향 노조마저 박 사장 체제에 등을 돌리게 된 것은 KBS 이사회가 시사교양국을 사실상 폐지하고 기술본부를 대폭 축소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여파가 컸다. 조직개편안 통과 이후 16명의 KBS 시사교양 PD 팀장, 53명의 기술 직종 팀장단이 보직 사퇴했다. 박 본부장은 “팀장들은 회사 상황이 어수선하더라도 ‘방송은 해야지’라며 동료들을 다독이고 이끌어 오던 사람들”며 “이들이 사퇴한 것은 결국 KBS를 망치고 있는 박민 체제의 지시를 더는 따를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불공정 편파 보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로 임기를 시작했고, 그 후 KBS에서는 ‘디올백 파우치 발언’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이승만 미화 다큐 방영’ ‘광복절 기미가요 방송 논란’ 등이 이어졌다. 박 본부장은 “사측은 공정보다 기계적 균형을 강조하는데, 현재는 기계적 균형조차 없다”면서 “KBS를 제외한 모든 언론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연일 단독과 특종으로 나오고 있는데 KBS는 조용하다”고 했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물러났던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 8월 KBS N <경제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복귀했다.

KBS 취재 부서에선 현 상황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당시와 닮아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박 본부장은 “당시 일선 기자들이 특별취재팀을 꾸려야 한다고 했지만 당시 보도본부 수뇌부들은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증거가 있냐고 맞받았다”고 말했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과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KBS 사장 공모에 대해 비판하는 ‘KBS 파괴 낙하산끼리 경쟁하나? 사장 재공모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조직 내부의 문제뿐 아니라 올해부터 수신료 분리고지 및 징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KBS의 운영도 악화하고 있다. 그는 “수신료 납부는 KBS에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요구할 권리를 갖는 일”이라며 “KBS는 여러분들의 방송이라는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KBS 이사회는 KBS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KBS의 기조가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연임을 노리는 박 사장을 비롯해 김성진 방송뉴스 주간, 박장범 <뉴스9> 앵커, 윤 대통령의 충암고 2년 후배인 김영수 한화건설부문 부사장 등 총 4명이 지원했다.

박 본부장은 “KBS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투쟁을 응원해 달라”면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방송, 국민이 즐거워하고 유익하다고 느끼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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