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할머니가 귤이 가득 담긴 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오자, 집 안에 있던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잽싸게 달려나왔습니다. 이 녀석은 평소에도 할머니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자 포근한 솜이불처럼 다정했죠.

무거워 보이는 봉지를 보자마자 망설임도 없이 다가가 비닐 손잡이를 입에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이런 기특한 모습이 대견해 미소를 지으며, 강아지에게 짐을 들어보라고 허락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강아지의 의욕이 너무 앞선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턱 힘이 예상보다 셌던 걸까요.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자기 힘과 비닐봉지의 약함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뭔가 큰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에 고개를 쭉 들고 의기양양하게 앞서 걷던 녀석의 뒤로, 터진 비닐 틈 사이로 주황색 귤이 하나둘씩 또르르 굴러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빵 부스러기를 흘리며 길을 표시하듯, 이 녀석은 귤로 집까지 가는 길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던 셈이죠.

결국 편하게 귀가하려던 할머니는 예기치 않게 하체 운동까지 하게 됐습니다. 앞서는 강아지는 짐이 점점 가벼워진다며 신이 나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그 뒤를 따르는 할머니는 계속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귤을 하나하나 다시 주워 담아야 했으니까요. 길바닥엔 귤이 어지럽게 흩어졌고, 할머니는 평소보다 훨씬 힘든 귀갓길이었지만, 그걸 돕고 싶어 했던 강아지의 순수한 마음만은 무엇보다 빛났던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