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의 기적 혹은 저주" 토트넘, 마티스 텔의 '천당과 지옥' 속 얻어낸 비겁한 무승부

데 제르비의 전술은 왜 강등권 사투에서 독이 되었나, 토트넘에 남은 두 번의 기회
© premierleague Instagram

[스탠딩아웃] 숫자는 희망을 노래하지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의 표정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토트넘 홋스퍼가 안방에서 리즈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기며 승점 1점을 챙겼다. 강등권 경쟁자인 웨스트햄이 아스널에 완패하며 토트넘의 잔류 확률이 80%를 넘겼다는 통계가 쏟아졌지만, 이날 토트넘이 보여준 경기력은 그 숫자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증명했을 뿐이다.

경기 전부터 화이트 하트 레인의 분위기는 기묘했다. 잔류를 위해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토트넘과 이미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티켓을 확보한 리즈의 대결, 객관적인 전력이나 동기부여 측면에서 토트넘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절박함은 리즈의 몫이었다. 다니엘 파르케 감독이 이끄는 리즈는 잃을 게 없다는 듯 전방부터 거세게 압박했고, 토트넘은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이 강조해 온 세밀한 빌드업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뒤로 물러나기 급급했다.

전반전 내내 이어진 답답한 흐름을 억지로 깨뜨린 건 10대 신성 마티스 텔이었다. 후반 50분, 텔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전매특허인 감각적인 감아 차기로 리즈의 골망 구석을 찔렀다. 골이 터지는 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들썩였다. 하지만 이 환희가 '비극의 서막'이 되는 데는 채 15분이 걸리지 않았다.

© spursofficial Instagram

선제골의 영웅이었던 텔은 수비 상황에서 치명적인 판단 미스를 범했다. 박스 안에서 에단 암파두를 막으려다 무리하게 발을 높게 들었고, 주심은 일말의 고민 없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리즈의 해결사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는 순간, 경기장의 열기는 얼음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텔은 2007년 로비 킨 이후 19년 만에 한 경기에서 득점과 PK 허용을 동시에 기록한 토트넘 선수가 됐다. 어린 재능이 겪은 '천당과 지옥'은 현재 토트넘이 처한 불안한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동점골 허용 이후의 모습이었다. 토트넘 선수들은 마치 단체로 패닉에 빠진 듯 보였다. 데 제르비 감독의 축구는 정교한 패스 연결이 핵심이지만, 압박감에 짓눌린 선수들의 발끝은 무거웠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다 리즈의 압박에 소유권을 헌납하는 장면이 반복됐고, 그때마다 경기장엔 야유와 탄식이 섞여 나왔다. 경기 종료 직전 션 롱스태프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의 손끝을 스치고 크로스바를 때리지 않았다면, 토트넘은 아마 지금쯤 벼랑 끝으로 추락했을 것이다.

리즈는 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미 강등 위협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90분 내내 높은 에너지 레벨을 유지했다. 조 로든의 헤더와 롱스태프의 중거리 슈팅 등 결정적인 찬스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며 토트넘 수비진을 유린했다. 반면 토트넘은 감독이 그토록 강조했던 '정신력'과 '승리욕'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데 제르비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너무 컸다"며 변명 섞인 분석을 내놓았지만, 프로 무대에서 강등권 싸움의 중압감은 핑계가 아닌 극복해야 할 환경이다.

© cupang play sports

이제 토트넘에게 남은 일정은 단 두 경기, 상대는 첼시와 에버턴이다. 경쟁자인 웨스트햄이 뉴캐슬과 리즈를 차례로 만나는 일정을 고려하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대진이다. 현재 토트넘은 웨스트햄에 승점 2점 차로 앞서 있으며, 옵타(Opta)의 분석에 따르면 여전히 81.3%의 높은 잔류 확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데 제르비 감독은 "우리는 잔류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불안한 생존'에 머물러 있다.

© cupang play sports

데 제르비 감독은 남은 시간 동안 전술판을 수정하기보다 선수들의 깨진 멘탈을 수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특히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맛본 마티스 텔이 오늘의 실수를 트라우마가 아닌 성장통으로 삼아 다시 공격의 선봉에 설 수 있느냐가 토트넘의 최종 생존을 가를 마지막 열쇠다. 비겁한 무승부로 연명하는 축구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남은 두 경기에서는 숫자가 아닌 투지로 대답해야 한다. 다음 라운드에서 보여줄 데 제르비호의 대응 방식과 마티스 텔의 부활 여부에 팀의 운명이 달려 있다.

출처 : 스탠딩아웃(https://www.standingout.kr)

영상: 쿠팡플레이 스포츠 유튜브 채널

Copyright © STANDINGOUT x NT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