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한 번 사는 인생, 몸담은 분야에서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명예로운 일인가. 하지만 이런 말이 무색하게도, 이름을 알리는 일이 되려 오명으로 남기 쉬운 직업이 있으니. 작은 판정에도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는 스포츠에서 매 순간 냉정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심판이 그 주인공이다. 숱한 선수들이 한 번이라도 더 기억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을 알리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하지만 지난해, ‘유명세가 곧 독’이라는 이 억울한 편견을 벗어던지게 만든 인물이 나타났다. 카리스마 속 유쾌함이 매력인 ‘그 3루심’ 김태완 심판위원의 이름 석 자를, <더그아웃 매거진>이 아주 기쁜 마음으로 알려보려 한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Ilwoo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맞습니다 ‘그 3루심’
독자분들께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1월 10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야구를 사랑하는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 저는 12년 차 KBO 심판 김태완이라고 합니다.
시즌이 끝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시즌 때는 주말, 공휴일 상관없이 게임이 있고 또 월요일에는 이동일이라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기간이 길거든요. 그래서 비시즌 때는 최대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야구심판학교에서 작년 11월 22일부터 10주 동안 심판 양성과정 교육이 진행되고 있어요. 거기서 교육 조교를 맡아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심판이라는 직업 특성상 이름과 얼굴이 대중에게 알려지면 부담이 될 텐데 인터뷰 요청에 응한 이유가 있을까요?
말씀하신 대로 부담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도 야구인 중 한 사람으로서 팬분들과 소통하며 이 직업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었거든요. 심판으로서 좋은 부분, 힘든 부분을 말하면서 공감대도 얻고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날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24시즌 야심 차게 도입된 ABS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한 시즌 동안 심판으로서 경험해 본 ABS는 어떤가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에요. 야구를 했던 사람으로서 ‘과연 타자마다 각기 다른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하게 판정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죠. 근데 한 시즌을 경험해보니 ABS는 1회부터 9회까지 일관성이 있더라고요. 결정적인 카운트 상황에서 팀, 선수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예민한 부분들이 해소되니까 심판으로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동료 심판들의 전체적인 반응은 어땠나요?
초반엔 저처럼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근데 막상 시즌을 치르다 보니까 ‘정확하다, 일관성이 있다’라는 의견들이 더 많이 나왔어요.
인간 구심의 투구 판독과 ABS의 판독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보나요?
사람이 판정할 땐 낮은 쪽, 높은 쪽 모서리 부분을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근데 ABS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부분까지 정확하게 잡아주거든요. 앞서 말한 코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하다고 봅니다.
시즌 초반 선수들이 ABS 적응의 어려움으로 불만을 토해냈어요. 그때 심정은 어땠나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릴 적부터 스스로 정립해 온 스트라이크 존을 조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거든요. 애매한 코스에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이 나올 때마다 선수들이 아쉬움을 표현했었죠.
시즌 중반부터 어느 정도 적응한 선수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시즌을 거듭할수록 대부분 선수가 적응하고 어느새 본인의 ABS 존에 맞춰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봤어요. 새로 도입된 제도를 물릴 수도 없는 부분이고, 불만을 토해낸다고 상황이 바뀌진 않으니까요. 저희 심판진처럼 나중에는 대체로 만족해하는 반응이었습니다.
ABS 존을 특히 잘 이용한 투수들이 있었다면요?
아무래도 제구력과 코너 워크를 잘 이용하는 투수죠. 대표적으로는 KIA 타이거즈 윤영철 선수도 있었고, 두산 베어스 곽빈 선수도 잘 활용했다고 봅니다. 투수들에게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뒤에서 봤을 때 의도적으로 위쪽, 아래쪽 모서리 코스를 적극적으로 던지더라고요.
당장 25시즌부터 피치 클록이 새롭게 도입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메이저리그와는 다르게 KBO리그는 피치 클록 시간이 좀 더 여유 있게 설정돼 있어요. 저는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무조건 경기가 빠르게 끝나는 것보다, 선수와 팬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피치 클록이 한국 야구 실정에 맞춰 적용되기 때문에 적응하는 덴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 봅니다. 또 이미 작년 시즌에 패널티를 직접 부과하지 않고 선수들이 익숙해질 수 있는 과정도 거쳐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이미 국제대회에도 이 제도가 도입돼 있어서 KBO리그도 자연스럽게 시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엔 다시 야구
아마추어 선수 시절 어떤 유형의 선수였는지 궁금합니다.
남들보다 야구를 좀 늦게 시작했어요. 보통 초등학교 3학년에서 5학년에 시작하는데,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남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려고 2~3배 더 노력했어요. 장갑에 피가 나서 세수를 못 할 정도가 돼도 하나도 힘들어하지 않고,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인 만큼 진짜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부상을 자주 당했죠. 돌이켜 보면 정말 열심히 불태웠던 거 같네요. 잦은 부상으로 프로 무대 진출에 실패했지만요. 이때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프로 무대에 진출한 동기 혹은 선후배들은 누가 있나요?
야구 명문인 광주일고를 나와서 프로에 진출한 선후배가 정말 많아요. 유명한 선수로는 이대형 위원님이 선배로 계셨고, 동기로는 모창민 코치, 후배로는 강정호, 김성현 선수가 있었죠.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아쉬움이 남진 않았나요?
물론 아쉬움이 많이 남았죠. 야구를 관두고 3년 정도는 야구 관련 채널을 아예 보지 않았어요. 선후배들이 부럽고 남들이 잘 되는 게 배 아파서가 아니라, 제가 더는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힘들어서 이렇게나마 회피한 거죠.
지도자, 스카우트 등 다른 분야의 길도 있었지만, 심판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까요?
지도자나 스카우트도 현장에서 선수들과 땀 흘리고 생활하지만, 심판은 경기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즉각적으로 상황판단을 한다는 점에서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선수만큼은 아니어도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KBO 정식 심판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먼저 명지전문대에서 진행하는 심판 양성 10주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뽑힌 인원들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KBSA)에서 1년 정도 심판 생활을 경험해야 KBO 심판 시험 응시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쳐서 최종 합격하게 됐어요. 다만 지금은 심판 양성 10주 과정을 이수하고 KBSA를 따로 거치지 않고 바로 KBO 심판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변경됐습니다.
후배 심판들을 양성하기 위한 심판학교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10주 동안 심판의 기본자세와 포메이션 등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교육합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야구 규칙 공부를 집중적으로 진행해요. 그 이후에는 선발된 몇몇 인원을 경기에 직접 투입해 훈련하죠. 테스트에 합격하면 퓨처스리그부터 심판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퓨처스리그에 7~8년 정도 있었고 중간중간 1군 경기도 적응차 몇 게임씩 나갔어요.
심판들도 스프링 캠프에 참여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나요?
23시즌까지만 해도 스트라이크 존 훈련에 가장 긴 시간을 보냈죠. ABS 도입 이후에는 이런 부분이 줄어들면서 변화된 규칙에 따라 구단과 소통하는 편이고요. 올해는 새롭게 도입되는 피치 클록과 관련된 훈련을 주로 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24시즌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죠. ‘그 3루심’ 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우선 팬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였는데요. 당시 연장 12회에 돌입하고 스코어도 1:1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투구한 볼과 배트가 동시에 존을 통과했죠. 주심 이어폰에는 스트라이크 콜이 들리지 않아서, 체크 스윙 여부를 제게 물어본 거였죠. 야구장에는 관중들이 가지고 오는 핸드폰과 각종 방송 장비가 많다 보니까 간혹 송신 오류가 생기거든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3루심도 이어폰을 착용해요. 다행히 제 이어폰에는 음성이 잘 전달돼서 ‘체크 스윙으로 인한 삼진이 아니고 루킹 삼진이야!’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좀 더 크게 외쳤던 거 같아요. 이렇게 해야 관중들과 양 팀들도 제대로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고 나중에 해당 영상을 봤는데 해설위원님은 체크 스윙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내심 억울한 마음에 밤잠을 설쳤어요. (웃음) 사실 제가 화제가 되면서 그날 작은 오해가 하나 생겼어요. 이게 인터뷰에 응한 이유 중 하나기도 하고요. 영상을 본 팬들은 주심이 삼진 선언을 안 했다고 오해하시는데, 기계의 송신 오류 때문에 그런 거였거든요. ‘내가 괜히 오버해서 선배가 오해받았구나’라는 생각에 자책을 좀 했어요. 인터뷰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이런 시스템도 있다는 걸 전달해 드리고, 오해도 풀고 싶었습니다.
절도 있는 동작과 큰 목소리로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는데 영상을 직접 보기도 했나요?
야구장에서 만나면 인사도 먼저 해주시고 사인 요청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SNS나 유튜브에 제 영상을 많이 올려주셔서 그걸 주변 지인들이 퍼와서 제게 보내주기도 합니다.
팬들의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겠어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심판이라는 직업이 사람이 직접 판정을 내리는 거고, 144경기를 치르다 보니 종종 실수할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매 경기 더 집중하고 실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 중입니다.
평소 화끈한 삼진 콜 동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각각 다른 동작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원로 선배님들이 했던 동작들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은 복싱 영상을 보기도 해요. 다들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스스로 연구하고 자기 동작을 정립하죠. 저는 야구장을 찾는 팬분들이 있기에 KBO리그가 존재한다 생각해요. 야구장을 찾은 분들의 재미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더 큰 동작을 하려 하죠. 보는 분들이 야구를 박진감 넘치게 보실 수 있게요.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면 이것 또한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테니까요.
시즌에 돌입하면 어떻게 업무가 진행되나요?
보통 5명이 한 조로 편성됩니다. 한 번 편성된 조로 한 시즌을 보내게 되고 3루심, 1루심, 2루심, 주심, 대기심 순서로 로테이션을 돌려요. 그리고 이건 요즘 제일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인데 “너는 주심이나 다른 곳은 안 봐?” 이러더라고요. 최근 영상 반응이 좋다 보니 다들 제가 3루심만 맡는 줄 아는 거예요. (웃음) 또, 선수단과 마찬가지로 3연전이 끝나면 다른 도시로 이동해요. 그러다 보니 한 시즌을 치르면 절반을 집에 못 들어가요. 저희 부모님이 강진에 계시는데, 어버이날, 명절, 생신 때 한 번도 찾아뵌 적이 없어서 가족들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경기가 끝나고 팀원들과 그날의 판정을 복기하기도 하나요?
그럼요. 팀원들과 당일 있었던 이슈에 대해서 복기합니다. 저희 경기뿐만 아니라 타 경기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ABS 도입 전에는 집이나 숙소에 돌아와서 제가 판정한 모든 콜을 돌아보고 잠을 청했어요. 아내가 제가 주심 때는 너무 예민해지니까 마치 선발 투수를 보는 거 같다고 놀리곤 해요.
타석에서, 혹은 누상에서 말이 가장 많은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저를 비롯해 모든 심판은 선수들과 대화를 자주 하지 않아요. 승패가 갈린 문제라 모두가 예민해서 간단하게 인사 정도만 나누고 있어요. 그래도 고참급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가끔 툭툭 치면서 ‘식사하셨어요?’ 하고 가볍게 안부를 묻는 편이죠.
선수, 코칭스태프와 판정 관련 트러블이 없을 수 없는데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요?
예민한 문제니 트러블이 없을 순 없어요. 감독님들이나 선수들은 다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필이 나오면 웬만하면 얘기를 들어드리고 최대한 예의를 갖춰 판정 이유를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면서 규정에 따라 판단하고 조치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찰이 생기고 퇴장도 나오고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거 같아요. 규칙도 계속 조금씩 변하다 보니 룰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숙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 중입니다.
심판 생활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1군 게임에서 처음 주심을 본 날이요. ABS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이라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청심환을 먹고 들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공교롭게도 그날이 제 생일이기도 해서 더 특별하게 기억에 남아요. (그날의 판정은 만족했나요?) 머리가 너무 아플 정도로 집중해서 그런지 선수들의 전체적인 반응도 괜찮았고 무탈하게 끝났어요. 제일 큰 선물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가장 선호하는 구장이나 판정을 내리기 편한 구장이 있다면요?
선수들도 비슷한 마음이겠지만, 최신식 구장일수록 깨끗하고 편의 시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그라운드 상태가 좋거든요. 이런 부분을 다 감안하면 신축구장들이 판정하기 좀 더 수월한 편입니다. 그래도 집에서 가까운 구장이 제일 좋지만요. (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 하나하나와 모든 행동에 대해 판정을 내려야 하는 만큼 스트레스도 크겠어요. 평소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요?
아주 타이트한 게임을 진행하거나 주심을 본 날은 너무 집중해서 다음 날까지 두통이 심하게 오더라고요. 다들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을 텐데 저는 음악을 감상하면서 운동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체력 단련에도 좋아서 전 지방에 가도 아침 일찍 일어나 노래를 들으면서 러닝을 해요. 무엇보다 아내랑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 힐링도 되고 스트레스를 금방 잊게 되더라고요.
경기중 생리현상이나 각종 애로사항이 생길 땐 어떻게 대처하나요?
그런 경우가 진짜 많아요. 선수들은 공수 교대나, 자신의 타석이 아닐 땐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잖아요. 근데 저희는 이닝이 끝나도 계속 그라운드 체크도 해야 하고, 스피드업 규제로 선수들에게 빠르게 이동하라고 얘기도 해야 해요. 제일 중요한 게 생리현상인데, 날음식이나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되도록 안 먹으려고 해요. 예전에 선배님들은 기저귀를 차고 경기에 들어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심판이 되고 나서 과민 대장 증후군도 생겼어요. 게다가 2024년 여름은 특히나 더웠잖아요. 아무리 더워도 생리현상 때문에, 경기에 방해가 될까 봐 물을 많이 마시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종종 탈수 증상이 오기도 해요. 그리고 공을 정확하게 보려다 보니 부상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ABS가 간혹 투구 추적에 실패할 땐 구심이 판정을 내려야 해서 포수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고 발톱도 성한 날이 없어요. 작년엔 중요 부위에 공을 맞았는데 빠른 볼을 맞으면 어휴… 남성분들은 그 고통을 이해하실 겁니다. 그 순간은 너무 힘들고 창피해요. 하필 그 영상이 KBO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와서 두 번 놀랐어요. (끙)
심판이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때요?
야구인으로서 야구 직종에 몸담고 있는 것에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다만 페넌트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주말, 공휴일 관계없이 일하니까 가족 경조사를 챙기기 어려워서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죠. 그래도 그런 부분들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이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심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야구 심판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요?
수많은 직종을 봐도 이렇게 극적이고 지루하지 않은 직업을 찾기 힘든 거 같아요. 야구공은 둥글고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경기잖아요.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까 지루할 틈이 없어요.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거 같아요.
KBO리그 팬들과 독자들에게 인사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2024년 많은 관심을 보내주신 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저희 심판진들도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매사에 연구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보내주시는 응원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되니, 가끔 부족해 보이더라도 계속해서 응원 부탁드립니다. 202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도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6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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