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우리 곁의 동수

지난달 20일은 장애인의 날 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 이라고 부른다. 장애인 극단 ’녹두‘를 아는가 오산시 IL센터 강경남 국장을 필두로 2010년 창단된 극단 ’녹두‘는 2011년 경기아마추어 연극제 우수상 및 연기상 수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지닌 배우들이 주축이 되어 연기를 펼치는 극단 녹두의 『나, 동수』를 얼마 전 관람했다. 실화를 모티브로한 『나, 동수』는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삶의 자립에 대한 애환을 담아낸 세미 뮤지컬이다.

자립에 대한 원대한 꿈을 안고 귀경한 동수는 복잡한 도심 속 자신이 겪게 되는 넘어 설수 없는 수없이 많은 차별의 장벽들과 마주한다. 자신이 마주한 장벽들을 해결하고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아가고 싶지만 누구하나 동수의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는 없다. 동수에게 삶의 희망과 힘을 실어줄 국가는 없다. 결국 동수는 안타까운 삶을 마감하게 된다.

죽음을 맞이하면서 동수의 심경은 얼마나 복잡했을까.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로로스는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다섯단계로 정의한다. 그 첫 단계는 현실부정의 단계이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반응을 보인다. 두 번째로 분노의 반응을 보인다. 왜 하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찾아오는 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협상이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타협을 한다. 넷째 우울의 단계이다. 더 이상 분노할 힘도 의지도 없이 상실감과 우울감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수용한다.

비록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동수는 몸의 병이 아닌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에 고통을 겪으며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부정하고 그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타협하고 바꿔 보려 무던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우울감을 느끼며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된다.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던 총선의 열기가 가신지 한 달 여가 되어간다. 거리거리마다 걸려있던 정권심판과 민생을 외치던 현수막은 모두 안개처럼 사라졌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야당과 개헌저지선을 힘겹게 지켜낸 여당에게 이제 남은 과제는 정권심판과 민생이다. 정권심판과 민생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다. 이러한 민생회복에서 간과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적 약자 특히 장애인 차별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회 곳곳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시설들을 간과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휠체어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한 저상버스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외면한다면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도로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동권에 문제가 생긴다면.. 또 넘어설 수 없는 높은 턱으로 인해 그들의 기본적인 일상이 방해 받지 말아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들에 대해 무심히 간과하지는 않았는지 손닿을 수 없는 부분은 차치하고라도 손닿을 수 있는 부분부터 지자체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우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5월을 맞이하며 우리의 삶이 더 이상 장애를 이유로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세상 이 땅에 제2 제3의 동수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주위의 힘들고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연민이나 동정의 편견 어린 눈빛이 아닌 함께하는 사회 일원으로의 따듯한 배려의 손길이 함께하는 더불어 행복한 눈이 부신 찬란한 5월을 기대해본다.

송진영 오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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