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시승] 르노코리아의 재정비, 2024 XM3 1.6 GTe 인스파이어

최근 2024년식으로 부분 변경을 치른 르노코리아 XM3. 그중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1.6 GTe 모델을 시승했다. 핵심은 새로운 최상위 트림 ‘인스파이어(INSPIRE)’의 등장. 다양한 고객 선호 옵션을 더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과연 2,680만 원짜리 XM3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지, 동급 SUV 및 XM3의 다른 트림과 자세히 비교해 봤다.

글 서동현 기자(dhseo1208@gmail.com)
사진 르노코리아자동차, 서동현

소비자의 고민 줄이기 위해 나온 인스파이어

시승에 앞서 XM3 1.6 GTe의 트림을 개편한 목적부터 살펴봤다. 연식변경 이전 1.6 가솔린 모델은 SE와 LE, RE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SE는 소위 말하는 ‘깡통’ 트림으로, 시작 가격이 2,008만 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뒤 LED 램프와 LED 주간 주행등,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전 좌석 원터치 파워 윈도우 등을 기본으로 갖춰 남다른 가성비를 자랑했다.

단, 제일 잘 나가는 모델은 2,400만 원부터 시작하는 RE였다. 지난 8월 국내 XM3 판매량은 629대. 그중 505대가 1.6 가솔린이었으며, RE가 ‘444대(88%)’였다. XM3 전체 실적 중에서도 무려 71%를 차지했다. 아무리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라도 남들 다 쓰는 편의 및 안전장비는 포기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RE에서만 더할 수 있는 상위 옵션 패키지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선택 비중이 낮은 SE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RE에 기본 구성을 더 채운 인스파이어를 선보였다. ‘시그니처 플러스 패키지’ 속 블랙 가죽시트와 1열 6방향 파워시트, 1열 통풍시트, 2열 열선시트, 앰비언트 라이트, 이지 커넥트 1.2 9.3인치 내비게이션 등을 빼곡하게 담았다. 여기에 20만 원을 추가해야 넣었던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도 들어갔다.

최종 가격은 2,680만 원. RE(2,448만 원)보다 232만 원 비싸다. 시그니처 플러스 패키지+10.25인치 계기판 옵션가가 298만 원이었으니 고객 입장에선 충분히 합리적이다. 옵션을 빵빵하게 넣을 소비자라면 고민 없이 인스파이어를 고르면 된다. 물론 LE(2,235만 원)와 RE도 각각 41만, 48만 원씩 기본가를 인상했다.

실내외에 더한 고급스러운 디테일

최상위 모델 투입 외에는 어떤 업데이트가 있었을까? 우선 1.6 GTe와 TCe 260의 외관 디자인을 손봤다. 기존 XM3 하이브리드에만 적용했던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를 RE 트림에부터 달았다. 이전까진 하이브리드와 나란히 세워뒀을 때 외모에서부터 급 차이가 드러났는데, 이제 엔트리 모델의 시각적 만족도도 한층 올라갔다.

2024 XM3 E-테크 하이브리드

범퍼 색상은 기본적으로 차체 컬러를 따라간다. TCe 260 전용 ‘인스파이어 디자인 패키지’를 추가하면 새틴 그레이 컬러로 바꿀 수 있다. 더불어 하이브리드에도 디자인 패키지를 추가했다. 수출형 모델 아르카나에만 들어갔던 ‘일렉트릭 골드’ 컬러로 곳곳을 뒤덮어 분위기가 훨씬 고급스럽다.

야간에 도어 아래를 비추는 ‘LED 도어 스팟 램프’는 11만 원짜리 신규 옵션. 2024년식 XM3와 QM6, SM6 모두 더할 수 있다. 각 모델명을 원형 격자무늬로 둘러싼 조명을 비추는데, 밝기가 뛰어나고 면적도 상당히 넓다. 이런 화려한 기능을 XM3에서 보다니. 괜히 기분이 새롭다.

인테리어 변화는 소소하다. 시트와 도어트림 스티치를 금색으로 물들여 산뜻함을 더했다. 또한 오토 에어컨에는 실내로 들어오는 초미세먼지를 거를 고효율 필터를 짝지었다. 이외에는 우리가 알던 구성 그대로. 수많은 정보를 띄우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 티맵 내비게이션이 들어간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 직관성 훌륭한 공조장치 다이얼이 대표적이다.

아쉬운 부분은 시트 통풍/열선 선택 화면. 예를 들어 주행 중 토글 버튼을 눌러 통풍 기능을 활성화하고 나면, 시간이 지나도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1년 내내 건드리는 기능인 만큼 신경이 쓰일 듯하다. 논외지만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아직도 출발 시 거칠게 풀린다. XM3 기어레버를 D에 둘 때마다 습관적으로 주차 브레이크를 먼저 해제하는 이유다.

XM3의 가성비, 라이벌과 비교하면?

2,700만 원에 가까운 XM3 1.6 가솔린은 여전히 ‘가성비’를 지켜냈을까. 주요 소형 SUV 모델에 인스파이어의 주요 옵션인 1) 앞좌석 전동시트 2) 앞좌석 통풍시트 3) 뒷좌석 열선시트 4) LED 헤드램프 5) 풀 디지털 계기판 6) 대형 디스플레이&내비게이션을 모두 넣었을 경우 최소 가격을 알아봤다.

위 표와 같이 현대 코나 1.6 가솔린 터보는 2,957만 원, 기아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는 2,972만 원을 내야 한다. 각 항목만 추가할 수 없도록 여러 옵션이 묶여있어 가격이 꽤 올라갔다. 쉐보레 형제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각각 3,099만 원과 2,701만 원. 모두 최상위 트림의 기본 가격이다. KG 모빌리티 티볼리 1.5 가솔린 터보는 최상위 트림에 두 옵션을 더해 2,761만 원이 나왔다.

물론 소소한 차이가 있다. XM3의 전동시트는 조절 범위가 남들보다 살짝 적다. 중앙 디스플레이도 티볼리와 함께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또한 코나에 더한 옵션 패키지 속엔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와 릴렉션 컴포트 기능이 있으며, 셀토스에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운전석 이지 엑세스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주행 편의장비의 디테일도 훨씬 좋다. 저마다 필요한 옵션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XM3가 꼭 정답은 아니다.

옵션에 구애받지 않는 XM3의 장점은 ‘크기’다. 신체조건부터 우월하다. 길이 4,570㎜, 휠베이스 2,720㎜로 소형 SUV 세그먼트 중 가장 우람해 2열과 적재 공간 확보에 유리했다. 특히 트렁크 공간이 앞서는데, 부피도 크지만 세로 길이가 유달리 길다. 실제로 지난해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깊숙한 트렁크 덕분에 4인 가속의 짐을 아주 여유롭게 담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세 가지 XM3, 1.6 가솔린만의 특징은?

1.6 GTe는 XM3 라인업 중 출력이 제일 낮은 모델. 직렬 4기통 1.6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로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8㎏·m를 낸다. 1.3 가솔린 터보(152마력) 및 1.6 하이브리드(144마력)와 비교하면 가속 성능이 현저히 약하다. 최근 <로드테스트> 팀이 측정한 XM3 세 대의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1.6 가솔린 14.4초, 1.3 가솔린 터보 10.7초, 1.6 하이브리드 11.7초가 나왔다.

이처럼 가속 성능은 눈에 띄게 낮지만, 솔직히 1.6 가솔린도 일상적으로 운행하기에 부족함 없다. 1.3 가솔린 터보는 가속 초반에 토크가 불쑥 튀어나와 적응이 필요하고, 하이브리드는 주행 품질이 가장 좋지만 가격 차이가 심하다. 또한 1.6 엔진에 맞물린 무단변속기는 일반 자동변속기처럼 가상의 단수를 만들어 이질감이 적다.

이번 시승 코스는 서울에서 전라도 광주까지의 300㎞ 구간. 그중 충남 서천에서부터 광주 라마다 호텔까지 130㎞를 XM3 1.6 GTe와 달렸다. 고속 주행에서의 장점은 정숙성과 연비. 전 트림 기본인 차음 윈드실드 글라스와 하부 전체에 두른 언더커버로 외부 소음 유입을 꼼꼼히 막았다. 공기저항계수가 Cd 0.36(하이브리드 기준)로 높은 편인데, 풍절음이 정비례하진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확인한 최종 연비는 1L당 19.0㎞. 복합 수치(13.6㎞/L)는 물론 고속 연비(15.6㎞/L)도 가볍게 넘어섰다. 참고로 동일한 조건에서 파워트레인이 다른 XM3들도 실연비를 측정해 본 결과, 1.3 가솔린 터보는 1.6 가솔린과 비슷한 고속 연비를 보였다. 하이브리드는 1L당 약 5㎞ 높은 수준(약 24㎞/L). 대신 시내 운전 비율이 늘어날수록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압도적으로 좋기 때문에 각자의 주행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

쫀득한 핸들링과 승차감도 강점이다. 지상고를 띄운 크로스오버 스타일이지만, 르노 브랜드 특유의 다부진 조향 감각은 그대로다. 코너에선 관성을 최대한 버티며 높은 무게중심을 감추려고 노력한다. 요철이 많은 곳에선 하체가 단단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충격 이후의 과정이 매끈해 전혀 불쾌하지 않다. 이는 옵션 추가로도 얻을 수 없는 XM3만의 가치다.

총평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를 지닌 XM3지만, 지금도 동급 세그먼트에서의 점유율은 충분하지 않다. 이번 상품성 개선은 넘쳐나는 소형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지키기 위한 르노코리아의 노력. 이유 있는 트림 구성과 매력적인 디자인 업그레이드, 최소한의 가격 인상으로 다시 한번 경쟁력을 높였다. 어깨가 무거운 XM3는 과연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을까?

장점
1) 동급에서 가장 넉넉한 트렁크
2) 한층 스포티한 분위기의 범퍼 디자인

단점
1) 9.3인치 모니터의 느린 반응속도
2) 기울기 조절이 불가능한 2열 시트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