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택시’안 ‘신나는 퇴근길 수다’, 솔직·유쾌한 웹예능으로
매월 1회 직원들 태워 ‘솔직 토크’…유대감·소통 높이기
첫 손님 구청장 이어 MZ세대 탑승…유튜브 채널로 공개

“힘들게 들어왔는데(공무원이 됐는데) 그만두는 경우도 있어요.”(운전기사 홍성후씨)
“MZ세대 공무원 중에 그만두는 분들은 (적은) 월급도 월급이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유재욱씨·29)
“민원인들에게 받는 상처, 그걸 치유하는 분들도 있지만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 약간은 폐쇄적인 문화 같은 것도.”(이은휘씨·25)
지난 9일 오후 6시15분 대전 유성구청을 출발한 ‘유성택시’ 안에서는 말 그대로 ‘솔직 토크’가 이어졌다. 유성택시는 유성구가 매월 1차례씩 구청 직원의 퇴근길을 책임지는 것으로, 집이나 약속 장소까지 태워다주면서 MZ세대 공무원 등 구성원의 속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달 정용래 유성구청장이 첫번째 손님으로 탔으며, 이날 문화관광과 유씨와 이씨가 일반직원으로는 처음 유성택시에 탑승했다.
이 택시는 요금을 받고 운행하는 진짜 택시가 아니다. 구청 공용차량(전기차)에 ‘유성택시’라는 작은 표지를 하나 붙였을 뿐이다. 택시기사 복장을 갖춘 운전기사 홍씨도 실은 유성구 홍보실 직원이다. 택시 안에는 카메라 4대가 설치돼 있다. 홍씨가 구청 직원들과 나누는 대화를 영상으로 담기 위해서다. 이 영상은 편집 작업을 거쳐 유성구 공식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yuseonggu)에 공개된다. 유성구 관계자는 “유성택시는 일종의 웹예능 프로그램”이라며 “택시 안에서 나눈 솔직한 이야기를 공개해 구성원 간 유대감을 키우면서 공무원 업무와 어려움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도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고 했다.
유성택시는 이날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면서 길이 막혀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기사 홍씨가 “MZ 공무원들은 MZ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하는 것 같다”고 하면 이씨가 “농담으로라고는 하지만 ‘너 MZ지’ ‘MZ니까 그렇지’라고 이야기하니까”라고 맞장구를 치는 식이었다. 그러면 유씨가 “MZ끼리도 MZ를 까는(비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을 이었다.
중간에 유씨는 어린 시절 많이 싸웠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친하게 지낸다는 동생에게 영상편지를 보냈다. 이씨는 같은 부서 선배가 다른 부서로 떠날 때 눈물을 쏟은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홍씨가 목적지 도착 예정 10분 정도를 남기고 마이크를 꺼냈다. “유성택시의 백미는 역시 ‘택시노래방’ 아닙니까. 한 곡씩 뽑아보시죠.” 두 사람은 잠시 쑥스러워하는가 싶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이씨는 린의 ‘사랑했잖아’를 열창했으며 유씨는 크러쉬의 ‘뷰티풀’을 2절까지 완창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택시 안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홍씨가 “왜 이렇게 노래들을 잘 부르냐”고 묻자 이씨는 “우리가 스트레스가 너무 많았나 보다”라고 답했다.
유성택시는 출발 후 50분쯤 지나 목적지인 서대전네거리에 도착했다. 홍씨는 트렁크에서 두 사람의 짐을 내려준 뒤 다시 택시를 몰고 유성구청으로 향했다. 이씨는 “(유성택시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노래까지 부르니 퇴근길이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유성구는 이날 영상을 이달 말 공개한다. 정용래 구청장은 “유성택시는 재미와 공익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며 앞으로 민원 처리나 야근·당직·출장 등으로 지친 직원들을 집이나 약속 장소까지 데려다주면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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