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8천만 원대를 훌쩍 넘는 가격표로 그림의 떡이었던 기아 EV9이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기아가 올해 2월 라이트 트림을 신설하면서 EV9의 진입 장벽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세제혜택 후 기본 가격 6,197만 원에 제조사 할인과 보조금을 더하면 실구매가가 5천만 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는 구조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프레스티지 트림이 5,642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 전기 SUV가 대형 하이브리드 SUV보다 사실상 더 싸게 손에 잡히는 상황이 됐다.
세제혜택에 보조금 더하면 5천만 원 초반까지

가격 구조를 순서대로 짚어보면 이렇다. EV9 라이트 스탠다드의 세제혜택 전 판매가는 6,527만 원이고, 친환경차 세제혜택을 적용하면 6,197만 원으로 내려온다. 여기에 국고 보조금 237만 원이 더해진다.

기본 가격이 5,500만 원을 넘기 때문에 보조금 50% 구간에 해당하지만, 출발 가격 자체가 낮아진 덕분에 지자체 보조금 50만~200만 원까지 합산하면 지역에 따라 실구매가를 5,700만 원대에서 5,900만 원 안팎으로 맞출 수 있다. 3월 프로모션 기준으로는 제조사 최대 할인 720만 원과 보조금을 모두 적용해 5,030만 원까지 내려간 사례도 나왔다.
깡통 트림이지만 빠진 게 없다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서 구성이 헐거운 건 아니다. 라이트 스탠다드 트림에는 76.1kWh 리튬이온 배터리와 400V/800V 멀티 충전 시스템, 히트펌프, 배터리 히팅 시스템, 실내 V2L 콘센트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7인승 구조에 1열 열선·통풍 시트, 12.3인치 내비게이션과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고속도로 주행 보조 2까지 갖췄다. 상위 트림에서만 볼 법한 전동식 스티어링 휠과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도 기본이다. 깡통 트림이라는 표현이 무색한 구성이다.
옵션도 알짜만 골라 담을 수 있다

선택 옵션 구조가 단품 위주로 설계된 것도 라이트 스탠다드의 강점이다. 6인승 시트는 49만 원,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59만 원, 빌트인 캠 2는 59만 원으로 필요한 것만 골라 담을 수 있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이 포함된 모니터링 플러스 패키지는 198만 원, 컨비니언스 패키지는 109만 원이다. 쓸 일 없는 옵션까지 묶음으로 사야 했던 과거와 달리 예산에 맞춰 유연하게 구성이 가능하다.
테슬라 모델Y보다 훨씬 크고, 가격은 비슷하다

업계에서는 EV9 라이트 스탠다드의 실구매가 5천만 원대가 수입 전기 SUV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수준이라고 본다. 테슬라 모델Y와 비교하면 차체 크기 자체가 한 급 이상 차이 난다. EV9은 전장 5,010mm에 3열 시트를 갖춘 진짜 대형 SUV고, 모델Y는 전장 4,751mm의 중형 SUV다. 비슷한 예산으로 한 급 위의 차를 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8천만 원대 플래그십의 품격을 5천만 원대에 누릴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 대형 전기 SUV를 고민해왔던 소비자라면, 지금이 EV9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