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를 거쳐 지배 체제가 바뀐 이후 기업의 재무·손익 현황을 짚어봅니다.

한화오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영업현금 창출액을 넘어선 수준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한화그룹 편입 직전의 현금흐름표에 나타나지 않았던 기조다. 정책금융 기관의 지배에서 '오너십' 체제로 변한 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화오션의 3분기 누적 CAPEX(유·무형 자산 취득액 합산) 규모는 397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관계기업 지분 취득액 약 1900억원까지 감안하면 투자 규모는 총 5900억원에 달한다. 3분기 누적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순현금은 5077억원으로 사실상 벌어들인 것 보다 더 쓴 셈이다.
이러한 CAPEX 투자 기조는 사전에 마련한 설비 투자 계획에서도 확인된다. 한화오션은 올해 조선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약 1조원 수준의 투자를 계획했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실제로 집행된 투자액은 약 3000억원이며 나머지 투자액은 추후 쓰일 예정이다. 한화오션이 조단위 투자 로드맵을 설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한화오션은 현재 부양 능력 18만톤 수준의 부유식 도크와 6500톤급 초대형 해상 크레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로 CAPEX 투자는 △2022년 1219억원 △2023년 1340억원 △2024년 3794억원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이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회사는 손에 쥔 현금은 없지만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시절과 비교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변화다. 한화에 매각되기 직전인 2021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정상화로 돌아선 적이 있다. 당시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장·단기 금융상품 처분에 따른 유입 규모가 유출을 상회하는 등 현금 확보 중심의 기조가 뚜렷했다. 실제로 2021년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013억원이 순유입됐다.
또한 2018년 적자를 기록한 경쟁사와 달리 한화오션은 영업흑자를 달성했지만 그해 CAPEX 투자액은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에선 대우조선해양 시절과 현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외부적으로는 지금과 달리 업황이 구조조정 국면에 따라 신규 투자가 멈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하에 내실 경영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전환이 투자 기조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들은 그룹의 공격적 투자 성향 아래 신사업 확보를 위해 M&A와 전략적 지분 투자 등에 적극 나섰다.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한화오션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시절에는 산업은행 통제를 받고 있어 현금 지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며 "다운사이클 시기에는 최소한의 투자에 머물다가 업황이 회복되면서 점차 정상화되는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외부 차입 증가까지 감수하며 CAPEX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직후 곧바로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를 단행했다. 이는 단순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 아닌 신규 투자를 위한 실탄 확보 용도였다. 이는 업황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재무 체력까지 완전히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신호다.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현금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조적 재원으로 증자를 추진한 것이다.
현재는 영업창출 현금으로 CAPEX 투자에 대응하고 만기 도래한 차입금은 차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조달 수단은 회사채, CP(기업어음), ABS(자산유동화증권) 등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입금도 늘어나고 있다. 2022년 2조7000억원 수준이던 장·단기 차입금은 올해 9월 말 5조1722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동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22%에서 27.9%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투자 규모는 회사가 벌어들인 현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투자가 더 확대될 예정이어서 향후 현금창출과 투자 속도를 얼마나 잘 맞춰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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