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AI대전]④ 우리, 종합금융플랫폼 도약…임종룡 "경영 패러다임 전환"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 제공 =우리금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인공지능(AI) 영역이 금융사 경영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예견했다. 취임 3년차를 맞은 그는 '모두의 AI'라는 경영 방향을 제시하며, 그룹 전체에 이른바 AI 체질을 내재화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구상에는 AI에 기반한 전사적 디지털전환의 가속화, 이에 따른 조직문화 혁신 등이 담겨 있다. 우리금융 측은 "AI 활용전략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서 조직 전체의 디지털 대전환을 이루고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바탕으로 한다"고 밝혔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AI플랫폼부를 AI전략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기술(TECH) 인사부를 신설하며 인공지능 대전환(AX) 추세에 맞춰 전략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임 회장은 "AI는 더 이상 특정 부서의 전유물이 아닌 전 임직원이 '모두의 AI'로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언어다"며 "AI 기술은 리더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고객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라고 재차 언급했다. AI를 단순한 업무 자동화 도구가 아닌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핵심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는 격이다.

그는 생성형 AI 확산을 경영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영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인식 아래 AI 대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챗GPT 활용 실습 연수에 직접 참여하며 임직원들의 AI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전환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로 보험업에 진출하고 우리투자증권을 초대형투자은행(IB)로 도약시켜 은행 중심의 단조로운 포트폴리오를 재구조화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로 종합금융그룹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궁극의 목표이다.

우선 모든 그룹사의 핵심 서비스를 담은 슈퍼앱 'NEW 우리WON뱅킹'을 바탕으로 유기적 협력을 강화한다. AI 상담 기능을 고도화했고 대화형 투자성향 분석 및 지점 방문 없이 대출서류 제출 서비스도 제공한다.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에도 AI 기술을 적극 적용해 그룹 내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으로 앞서 "보험 청약·심사·인수 및 보험금 지급 등 업무처리에 AI 기술을 적용해 신속하게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 업계는 AI를 활용해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례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담보별로 보험 사기 위험 통계 모델(FI)을 다변화해 보험 사기가 의심되는 병원을 골라내는 등 다수의 사기 적발도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데이터 분석과 활용능력을 높여 실무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4월 서울대 공과대학과 산학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실무형 AI·빅데이터 전문가 육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고 이어 5월 통계청과 데이터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임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 강화 전략 일환으로 몸집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도 AI에 기반한 해외주식 및 펀드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 연동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금융은 장기적으로는 AI·블록체인·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금융허브로 기능을 할 '디지털 유니버스'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착공해 2028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남양주에 5500억원을 투입한다.

미래지향적 사업전략서 '신뢰회복' 발판까지

우리금융은 AI 도입을 계기로 미래지향적 신사업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AI 기반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결합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은 2020년부터 분산신원증명(DID)과 토큰화를 두 개 축으로 하는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AI 기술 결합에 필요한 기술적 바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서비스형 뱅킹(BaaS) 사업을 추진해 여행, 부동산, 프롭테크, 통신 등 생활밀착형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신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BaaS는 뱅킹 인프라를 IT기업 등에 제공하고 제휴 서비스를 우리금융으로 연결하는 신사업이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AI 기술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 '신뢰 회복'에 나선다. 임 회장은 올해 내부통제를 중심으로 그간 실추된 그룹 이미지를 제고하는 한편,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타사 대비 우리금융의 차별점으로는 AI 기술을 적용한 '이상징후 검사시스템(FDS)' 고도화 과정이 꼽힌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사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2026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한다. AI 기술을 활용한 행동 패턴 분석 기법을 도입해 탐지 범위와 정밀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AI는 이제 기술을 넘어 조직의 사고방식과 운영방식을 재정의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며 "우리금융은 AI를 기반으로 한 신뢰 가능한 금융 서비스와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디지털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전환을 차근차근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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