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거북에게 나이는 숫자..'91살 차' 뛰어넘은 우정

윤희일 선임기자 2022. 8. 28. 21: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7세 알다브라거북 '장수'
배우자 잃고 쓸쓸히 지내다
16세 설가타거북 만나 생기
알다브라육지거북 ‘장수’(오른쪽)와 설가타육지거북이 지난 22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쥬랜드)의 사육장에서 놀고 있다.

대전 중구 동물원인 오월드에 있는 알다브라육지거북 ‘장수’는 1915년생으로 올해 107세이다.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의 알다브라섬에 태어난 장수는 2010년 한국으로 왔다. 당시 세이셸 정부가 알다브라육지거북 암수 한 쌍을 대전시에 특별기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는 장수는 몇 년 전 짝을 잃었다. 그런 장수에게 동물원은 최근 새 친구를 만들어줬다.

지난 22일 찾은 오월드에서 장수는 사육장 안에서 새 친구와 나란히 엎드려 서로를 바라보면서 속삭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장수의 새 친구는 2006년생인 수컷 설가타육지거북이다. 장수는 이 거북이보다 무려 91세나 많다.

송주영 사육사는 “다른 설가타육지거북들과 자주 싸우며 적응하지 못하던 수컷 한 마리를 장수의 사육장에 넣었는데 장수가 이 어린 설가타육지거북과 신통하게도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설가타육지거북도 세계자원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 위기종이다.

당초 장수가 한국에 왔을 때 같이 왔던 암컷 ‘무병’이와 사이가 매우 좋아 동물원 측은 2세를 기대했다. 그러나 무병이가 2020년 병으로 죽으면서 2세는 태어나지 못했다. 송 사육사는 “알다브라육지거북은 원래 수컷의 수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마리 암컷에 여러 마리의 수컷이 있어야 2세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암수 한 쌍만 있는 상황에서는 2세를 보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병이를 떠나보낸 후 쓸쓸히 생활하던 장수는 설가타육지거북 수컷을 새 룸메이트로 맞이하면서 생기를 되찾았다. 송 사육사는 “둘은 먹이로 준 과일이나 채소를 사이좋게 나눠먹는 등 친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91세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면서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와 설가타육지거북은 과일과 채소를 좋아한다. 동물원 관계자는 “어떤 날은 많은 양의 과일과 채소를 먹고 어떤 날은 거의 먹지 않는 등 하루 식사 양에 편차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열대지방이 고향인 두 거북이는 추위에 아주 약해 동물원에선 온도 유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 동물원은 겨울에도 사육장 온도를 27~28도에 맞춘다.

장수는 오월드 동물원에서 나이가 가장 많지만 사람으로 치면 아직 중년에 불과하다. 알다브라육지거북은 보통 150세에서 200세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가타육지거북의 경우 평균 수명이 100년 이상이어서 둘은 앞으로 90여년간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동물원은 내다봤다. 동물원 측은 “한국과 세이셸 두 나라 사이의 ‘우호의 징표’이면서 멸종 위기종인 두 거북이들이 오래 살 수 있도록 관리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윤희일 기자 yh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