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아니라 환경 때문?

도시에서 자주 마주치는 집비둘기들, 그중 일부가 발가락이 없거나 이상한 형태의 발을 가진 것을 본 적 있으실 텐데요. 많은 사람들은 이를 감염이나 질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제시되었습니다.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조류학자 프레데릭 지게 박사 팀은 파리 시내 46개 구역에서 1,250마리의 비둘기를 조사했는데요. 그 결과, 약 22%의 비둘기가 한쪽 또는 양쪽 다리에서 발가락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변형된 것으로 보였으며, 어린 비둘기들에게선 이런 기형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선천적 원인보다는 도시 환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의미하는데요. 비둘기의 외형 변화가 도시가 만든 문제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감염설을 뒤집은 색상 실험
이전에는 비둘기가 포도상구균 같은 병원균에 감염돼 발가락을 잃는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배설물이 쌓인 바닥을 밟거나 철조망에 다친 후 감염되어 기형이 생긴다는 설명이었는데요.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둘기 깃털 색깔에 따라 면역력 차이가 기형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짙은 색 비둘기는 면역력이 더 강해 감염에 덜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깃털 색과 발기형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양쪽 발 모두가 손상되는 경향이 아닌, 대부분 한쪽 발에서만 기형이 나타난다는 점도 감염설을 반박하는 근거가 되었는데요. 감염이라면 양발 모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머리카락과 끈, 뜻밖의 위협

그렇다면 비둘기 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연구팀은 한 가지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머리카락’과 ‘가는 끈’입니다. 2018년 프랑스에서 진행된 정밀 관찰에 따르면, 거리에서 떠도는 머리카락이나 얇은 끈이 비둘기 발가락에 감기고 조여들어 절단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비둘기는 바닥을 걷거나 먹이를 찾다가 이러한 물질에 발이 얽히기 쉬운데요. 한번 감기면 부리로 떼어내려 하다가 더 조이게 되고, 결국 혈류가 차단돼 괴사에 이르게 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며 발가락의 손실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도심이나 길거리 음식점, 미용실이 밀집된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났는데요. 그만큼 인간의 활동이 야생동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비둘기는 도시 환경의 피해자
연구자들은 비둘기 발가락 기형이 단순한 동물 문제를 넘어 도시 환경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쓰레기 처리, 거리 청소, 공공 공간의 관리 등이 도시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인데요.
특히 미용실 밀집 지역에서 비둘기의 기형 비율이 높았던 점은 환경 폐기물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연구진은 “비둘기 발가락에 일어난 문제는 단지 새 한 마리의 일이 아닌, 인간 활동의 흔적이 만들어낸 상처”라고 지적했습니다.
비둘기의 기형은 결국 우리 도시가 얼마나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공간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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