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잊혀진 공신 카렌스, 인도의 왕이 되다!
IMF 외환위기 때, 어려웠던 기업을 일으킨 일등 공신이자 온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차량이 있어요. 기아 카렌스인데요. 저렴한 유지비와 함께 7인승까지 탑승이 가능했기에 그 시절 여행, 레저를 즐기는 가족에게 딱 맞는 차였죠.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죠.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시대 흐름에 따라 단종의 길을 걸었던 카렌스. 그 추억의 차량이 먼 인도 땅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요. 어떻게 카렌스는 인도의 ‘왕’이 됐을까요?
기아의 르네상스와
함께했던 카렌스 🌌
이제야 차박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과거에도 자동차를 이용한 여행, 레저 활동을 많이 찾았어요. 지금은 적재 공간이 충분한 SUV가 있다면 그 시절에는 다목적 레저용 차량인 미니밴 (RV)이 대세였죠. 1999년도 당시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 그리고 LPG 사용 및 승합차 세제 혜택도 있어 IMF로 힘들었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차량이에요.
오늘의 주인공 카렌스는 카니발, 카스타와 함께 외환위기 속에서도 카트리오라는 별명을 등에 업고 높은 인기를 누렸어요.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기아’가 이 시기에 카트리오를 통해 미니밴 시장을 장악했었는데요.
특히, 카렌스는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준중형급 RV 막내 모델로 당시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비자를 타게팅 해서 준수한 성과를 얻었어요. 차체가 중형급 세단보다 작은 편이었지만 실내가 넓기 때문에 여행, 레저에 적합했고 최대 7명까지 탑승할 수 있어 활용성이 우수했죠.
1,800 cc 엔진으로 출력면에서도 부족함 없었고, 승합차로 분류가 되어서 차량 유지비가 동급 중형차에 비해 연간 100 만 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었어요. 그때 그 100만 원을 지금 가치로 환산한다면 상당한 금액일 거예요.
영원할 것 같았던 미니밴 시대는 변화에 의해 서서히 인기가 식었고, 카니발을 제외한 미니밴 차량은 하나씩 단종되었어요. 첫 출시에 44만 대가 판매되었던 카렌스는 단종 직전인 18년도에 월간 200대 판매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마지막으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다양한 이유로 사랑받던 ‘카트리오’는 왜 무너졌을까요? 먼저, 법적으로 승합차의 범주에서 제외되며 유지비가 훌쩍 상승했고, 스포티한 매력이 가득한 SUV가 등장하면서 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에요. 더불어 미니밴 스타일의 차량 선호도 자체가 감소하기도 했죠.
기아를 글로벌 기업으로 올려놓은 1등 공신인 피터 슈라이어의 호랑이코 그릴을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트렌드는 어쩔 수 없었어요.
둘도 없는 패밀리카
'카렌스' 연대기 📇
97년도 외환 위기 여파로 현대자동차에 인수되었지만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기아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이 바로 카렌스예요. 준중형 세단인 세피아의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개발되었고, 미니밴 스타일로 만들어져 승용차보다 여유로운 공간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차량이었어요.
당시 듀얼 에어백, 내비게이션 등은 고급 옵션 축에 속했는데요. 이러한 사양이 적용되었기에 그 인기는 상당했죠. 그러나 디젤 엔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약 7년 뒤인 2006년도에 출시한 카렌스2는 그 시절 트렌디한 느낌의 디자인과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었어요. 2세대는 유일하게 중형차 플랫폼을 적용시켜서 가장 여유로운 공간을 갖춘 차량이되었고, 특히 패밀리카도 좋지만 레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계기가 됐죠.
2.0 L 세타 LPi, 2.0 VGT 디젤 엔진이 처음에 출시가 되었지만 LPG의 독보적인 인기로 인해서 추후 2.0 L 세타 가솔린 엔진으로 대체되었어요. 가장 인기가 많았던 2.0 LPG는 리터당 약 10 km/L를 주행할 수 있어서 유지 비용 역시 상당히 저렴했어요.
보통 자동차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넓은 공간, 디자인 등을 이유로 차체가 커지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카렌스 3세대는 특이하게 크기가 더욱 작아진 케이스인데요. 세단과 묘하게 섞인 크로스오버 미니밴 디자인으로 출시되어 당시 세단들이 그랬듯 물고기처럼 유선형의 곡선을 그리고 있어요.
이전 모델에서 느껴졌던 올드함은 사라지고 영(Young)한 느낌의 디자인이 되었으나 정작 이전 모델에 비해 공간이 작아졌죠. 미니밴의 본질을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었어요. 결국 올란도와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더군다나 스포티한 SUV의 인기가 고조되던 시기라 예상 판매량보다 초라한 성적을 냈죠.
뒤를 부탁한다, 카니발 👍
인도로 떠난 카렌스 4세대
독보적으로 RV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카니발에게 한국 시장을 맡긴 채, 카렌스는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장인 인도를 공략하기 시작했어요. 단종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줄 알았던 카렌스가, 대한민국의 이름을 달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건 아마 대다수에게 생소한 소식일 거예요. 그 명맥을 이어 인도 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니 뭔가 뿌듯한 기분도 드는데요.
인도에서 새롭게 부활한 카렌스 4세대는 3열 RV 차랑이며,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기반으로 당당한 이미지와 볼륨감으로 전반적으로 믿음직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니로, 캐스퍼를 섞은 전방 디자인, 스포티지와 싼타페가 조화된 후방 디자인이 친숙하면서도 생경하죠.
전장 4,540 mm, 전고 1,700 mm, 전폭 1,800 mm, 축거 2,780 mm로 차량 크기 자체는 스포티지, 투싼보다 미세하게 작아요.
파워트레인은 총 3가지로 출시가 되었어요. 1.4 L 직렬 4기통 싱글터보 가솔린 카파 엔진, 1.5 L 직렬 4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스마트스트림 엔진, 1.5 L 직렬 4기통 싱글터보 디젤 스마트스트림 엔진이 적용되었고, 최고 출력 140 ps, 최대 토크 25.5 kg·m이라는 부족하지 않는 출력으로 최대 7명까지 탑승할 수 있어요.
신형 카렌스의 실내는 국내 스포티지와 유사해요. 수평적인 대시보드로 실내가 조금 더 넓어 보이고 물리적 버튼이 적으면서 커다란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지털 스크린으로 이루어졌어요. ‘그 시절 카렌스’를 완벽하게 떨친 모습인데요. 64컬러 앰비언트 라이트로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까지 연출할 수 있어요.
카렌스 옵션으로는 6개 에어백,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 (VSM), 전자식 자세제어 (ESC), 경사로 저속주행장치 (OBC), 경사로 주행 보조(HAC) 등 운전 옵션들이 적용됐어요. 1열 통풍 및 열선시트, 기아 커넥트,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공기청정기능, 보스 사운드 스피커 등 편의 사항들 역시 대거 포함됐죠. K-옵션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해요.
카렌스는 인도 시장에 첫선을 보이기 무섭게, 사전 예약 첫날에만 7천 대가 넘는 예약이 진행되었어요. 이는 인도 지역에서 기아 자동차 역사상 가장 높은 예약을 받은 것이라고 하는데요. 승승장구 가도에 올라 인도에서 ‘올해의 차량’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해냈어요.
성공의 탄력을 받아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로 확장하려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소식은 국내에도 전해져, 추억의 차량인 카렌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차급별 SUV 모델들이 무수하기 때문에 국내 출시의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 어려웠던 외환 위기 시절, '카렌스'는 기아의 구원자 중 하나였어요.
✌️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SUV 유행, 애매한 포지셔닝 등으로 자연스럽게 단종의 길을 걸었는데요.
👌 영영 사라진 줄 알았던 카렌스는 인도 시장에서 다시 부활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전망이에요.
한국을 떠나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시장에서 비상하고 있는 카렌스를 보고 나니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샘솟는 듯해요. 추억의 차라고 생각했지만 인도에서는 하루 만에 저력을 보였고요. 가족 구성원이 많은 인도 문화에 적합한 차량이기 때문에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여요. 추후 시장을 확대한다고 하니, 한국 시장에도 멋진 미니밴 하나 출시됐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을 품어 봐요.
이미지 출처 - Motor1, Google, 제조사 홈페이지, 보도자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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