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면 미쳤다… 기아가 실수로 만든 중형차

2005년 등장한 기아 로체는 ‘쏘나타 아류’라는 평가를 받으며 혹평을 면치 못했지만, 정작 법인용 시장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기아 중형차 역사에 독특한 흔적을 남겼다.
현대자동차와의 합병 이후 첫 '독자 중형세단'으로 야심차게 등장한 기아 로체. 옵티마의 실패를 극복하고자 플랫폼부터 파워트레인까지 큰 변화를 시도했지만, 기대와 달리 ‘디자인 투박’, ‘소형차 플랫폼 유출’ 논란 등으로 출시 직후부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제 로체는 쏘나타 NF와 유사한 플랫폼을 일부 공유하되, 앞부분은 아반떼(HD) 구조를 접목하며 설계를 차별화했다. 그 결과 후륜은 멀티링크, 전륜은 맥퍼슨 스트럿이라는 독특한 혼합 구조가 탄생했다. 파워트레인도 1.8, 2.0, 2.4 가솔린과 LPG, 디젤까지 다채롭게 구성됐지만, 상품성 부족과 중간 트림의 애매한 가격대로 자가용 시장에선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법인택시 시장에선 반응이 달랐다. 쏘나타보다 훨씬 낮은 시작가 덕분에 택시 업계에서 ‘가성비 최고’로 불리며 광범위하게 채택됐다. 이로 인해 “로체는 택시”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이는 자가용 수요 하락으로 이어졌다.
2008년, 로체는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한 ‘타이거노즈 그릴’이 적용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했고, 블랙 하이그로시 인테리어, 패들시프트, ECO 기능 등 다양한 편의 사양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이미 굳어진 시장 인식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로체는 2010년, 후속 모델인 K5에 자리를 넘기고 단종되었다. 그러나 로체는 단순한 실패작이 아니라, ‘택시 시장의 절대강자’, ‘기아 디자인 전환기의 상징’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 받을 가치가 있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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