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송현] 韓 해상풍력의 장밋빛 비전과 다른 현실

2026. 5.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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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학 한국풍력산업협회장
정부 사업 15개중 8곳 착수도 못해
공급망 따지기보다 빠른 보급이 먼저
입찰제 개선·선정 규모 대폭 늘려야
김강학 한국풍력산업협회장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며 전 세계 에너지 판이 흔들리고 있다. 석유 시장 주도권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중동 산유국에서 미국 등으로 재편되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면이 바다라는 천혜의 입지 조건과 탄탄한 제조업 공급망을 가진 한국 해상풍력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인다. 정부도 현재 0.3GW에 불과한 해상풍력을 2030년까지 10.5GW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해상풍력특별법을 3월부터 시행했다. 해상풍력에 거대한 기회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해상풍력의 장밋빛 비전 뒤에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국내 해상풍력 시장을 주도하던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떠나고 있다. 최근에는 2024년 경쟁입찰을 뚫고 선정된 안마 해상풍력 사업이 울산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에 이어 중단 위기에 처했다는 암울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높은 위험을 감수하며 수천억 원의 투자를 하려던 기업들의 철수는 해상풍력 시장의 어려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2022년부터 정부의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 4.1GW 규모의 15개 해상풍력 사업 중 지난해 준공된 전남 해상풍력과 하반기 준공될 낙월 해상풍력, 상반기 착공한 신안우이 해상풍력 등 3개 사업을 제외하면 3.2GW 규모의 8개 사업은 닻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보급보다 공급망을 앞세우는 현실이다. 국산 터빈 사용이나 국내 기업의 사업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았는데 공급망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해상풍력이 동력을 잃고 발주 사업조차 없는데 어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기술을 키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처럼 보이지만 답은 분명하다. 빠른 보급을 통해 시장을 키우는 것이 먼저다.

해상풍력에 국내 공급망이 부족한 것은 외국에 비해 너무 느린 보급 속도 때문이다. 다수의 해상풍력 단지가 건설돼야 국내 기업의 참여와 투자가 확대되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 그렇게 발전단가가 낮아지면 더 많은 사업이 경제성을 갖게 되고 다시 보급이 늘어난다. 해상풍력 확대와 공급망 육성, 발전단가 인하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보급이라는 첫 번째 날개가 돌면 나머지 두 날개도 돌게 되는 선순환 구조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점점 복잡해지는 입찰 제도를 시장 친화적이고 단순하게 개편하고 사업 선정 규모를 대폭 늘려야 한다. 복잡한 규제를 혁신하고 전력 계통과 배후 항만 등 공공 인프라 조성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경쟁입찰을 통과한 사업들에 과감한 정책금융 지원 또한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 초부터 해상풍력을 향해 큰 꿈을 품었지만 성과는 초라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시간이 없다. 보급 속도가 떨어지는 순간 공급망과 기술, ‘K윈드’의 미래가 함께 꺼진다. 외부의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해상풍력의 과감하고 빠른 보급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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