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반떼 반값?" 너무 잘 만들어 '현대의 실수'라 불리는 프리미엄 세단

현대차 제네시스 BH 실내 / 사진=현대자동차

2008년, 현대자동차는 기존 국산차에 대한 전 세계의 편견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제네시스 1세대 BH 모델을 세상에 내놓았다.

“독일차를 넘어서겠다”는 파격적인 슬로건 아래 개발된 이 차는 단순히 브랜드 확장의 시도 그 이상이었다.

당시 고급차 시장은 벤츠, BMW, 렉서스 등으로 굳어진 구도였지만, 제네시스 BH는 당당한 후륜구동 플랫폼, 고배기량 엔진, 고급 인테리어와 각종 편의사양을 반값 가격에 제공하며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지금, 이 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실수로 너무 잘 만든 전설의 국산차’로 재조명되고 있다.

벤츠 반값에 담은 후륜·V6의 정공법

현대차 제네시스 BH / 사진=현대자동차

제네시스 BH가 당시 시장에서 돋보였던 이유는 단순히 가격만이 아니었다.

4,000만 원대의 가격에 1억 원 가까운 독일 프리미엄 세단 수준의 사양을 담은 것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후륜구동 플랫폼, V6 3.3 및 3.8리터 람다 엔진, 6단 자동변속기, HID 헤드램프, 통풍 시트, 프리미엄 오디오 등 당시로서는 최상급 사양이 기본 혹은 선택으로 제공됐다.

3.8 모델 기준으로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6.5kg·m, 연비는 복합 9.6km/L, 전장 4,975mm에 달하는 차체는 당시 E세그먼트를 넘어서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북미 올해의 차 수상, 전 세계가 놀란 현대차

현대차 제네시스 BH / 사진=현대자동차

BH 제네시스의 성공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를 흔들었다.

2009년, 제네시스 BH는 ‘북미 올해의 자동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를 수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 상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비프리미엄 브랜드가 수상한 사례는 당시로선 매우 드물었다.

현지 언론은 “현대차가 렉서스를 만들던 시절의 토요타를 연상시킨다”, “벤츠 E클래스와 진지하게 비교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남겼고, 심지어 독일 자동차 매체들조차 제네시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현대차의 기술력에 경외를 표했다.

사소한 단점도 ‘이 가격이면 용서된다’

현대차 제네시스 BH / 사진=현대자동차

물론 BH 제네시스가 완벽한 차는 아니었다. 일부 오너들은 내비게이션 오류, 센터 디스플레이 고장, 하체 잡소리, 오일 누유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들은 “수입차보다 정숙하고, 부품값도 싸고, 타는 데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감안하고 타도 되는 차’라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잔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수리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부품 수급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중고차 수요자들에게는 여전히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국산 고급차’로 인식된다.

지금은 200만 원대, 전설의 재림

현대차 제네시스 BH / 사진=현대자동차

출시 15년이 지난 지금, 제네시스 BH는 중고차 시장에서 ‘가성비 끝판왕 세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관리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200만~500만 원대 예산으로도 프리미엄 세단의 주행감과 정숙성, 고급 인테리어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차종으로 꼽힌다.

게다가 이 모델은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독립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된 모델로, 지금의 G80, G90, GV80 등 제네시스 라인업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도 크다.

단순한 중고차가 아닌,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자동차 유산’으로 다시금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