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31일,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에서 제3회 ‘H2 MEET(Mobility Energy Environment Technology)’가 막을 올렸다. 국내 최대 수소 산업 전문 전시회로, 전 세계 수소 산업 생태계와 기술 트렌드를 한 곳에 모았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수소연료전지차는 물론, 전기차 충전기와 드론, 지게차, 주유기, 발전기가 등장해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어떤 제품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31일, H2 MEET 현장을 다녀왔다.
글│사진 최지욱 기자
수소연료전지 기술 활용한 다양한 제품 등장

먼저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경찰 버스와 청소차, 살수차 3종을 공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연료전기트럭 개조기술 개발 및 실증’ 연구 개발 과제를 통해 만든 작품이다. 올해 말부터 실증 운행을 실시하고, 오는 2023년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수소연료전지 경찰 버스는 유니버스를 밑바탕 삼았다. 기존 직렬 6기통 12.7L 디젤 터보 파워텍(Powertec) 엔진 대신 수소연료전지 2개로 구성한 180㎾급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얹었다. 완충 시 1회 주행거리는 550㎞. 실내 후방에는 적재 공간, 버스 하부엔 4.9㎡의 화물실을 마련해 활용도를 높였다.

다음은 엑시언트 FCEV 기반 청소차 및 살수차. 두 개의 수소연료전지를 품은 180㎾급 수소연료전지 스택과 350㎾(약 475마력)급 전기 모터가 들어간다. 현대차가 발표한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
엑시언트 FCEV 청소차에는 쓰레기 부피를 줄이기 위한 고밀도 압축 장치를 달았다. 적재함의 총 면적과 최대 적재 용량은 각각 20㎥, 1만300㎏. 그 결과 많은 양의 쓰레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쓰레기를 수평으로 배출하는 기능도 챙겼다.

살수차엔 액체 6,400L를 실을 수 있는 살수 탱크와 1분당 1,000L의 용량으로 물을 뿌리는 펌프를 달았다. 더불어 청소 도중 미세먼지가 흩날리는 현상을 막는 에어 분사 장치와 소규모 화재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수포를 넣었다. 참고로 방수포는 최대 20m까지 펼칠 수 있다.


지난 5월 개최한 ‘미래항공모빌리티 테크데이 2022’에서 처음 등장했던 수소 멀티콥터 드론도 전시했다. 직경 6m, 최대 이륙 중량 700㎏를 자랑하는 드론으로, 배터리 기반의 일반적인 UAM 기체와 달리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배터리를 동시에 써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날아갈 수 있다.




현대 모비스는 공항에서 항공기 계류 작업 또는 수하물 운송을 담당할 특수 자동차 엠비전 터그(M.Vision Tug)를 최초로 공개했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3,148×1,544×1,605㎜로 기아 모닝(3,595×1,595×1,485㎜)보다 아담하다. 꽁무니에는 바퀴를 품은 판 ‘돌리(Dolly)’를 달아 화물 운반에 최적화했다. 30㎾ 수소연료전지 스택과 2.1㎏ 용량 수소 탱크를 얹었다. 최고속도는 시속 20㎞.



포스코는 하이브리드 카트를 앞세웠다. 1열과 2열 시트 아래에 각각 리튬 이온 배터리와 수소연료 탱크, 수소연료전지 스택을 심었다. 주행 중 배터리가 60% 이하로 떨어지면 수소연료전지가 개입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전기차의 단점인 짧은 주행거리를 수소로 보완하려는 포스코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케이퓨얼셀(K-Fuel Cell)은 이동식 미니 트레일러를 선보였다. 30㎾급 수소연료전지 시스템과 냉각 모듈, DC‧DC 컨버터, DC‧AC 인버터, 고전압 배터리, 수소용기(120L), 전기차 충전기 및 콘센트를 품었다. 트레일러 적재함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2,655×1,480×1,200㎜로 아담하다.

미니 트레일러의 장점은 여느 발전기와 달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 결과 전기를 공급받기 힘든 환경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 늘리는 용도로도 제격'이라는 게 케이퓨얼셀의 설명. 시스템 출력에 따라 10~53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바탕 삼은 이동식 전기차 완속 충전기도 공개했다. 7㎾ 출력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한다. 오래된 아파트를 포함한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곳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케이퓨얼셀에 따르면,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기존 배터리 방식의 이동형 충전기보다 시스템 충전 시간을 크게 줄였다.


한국 다쓰노가 전시한 셀프 수소 충전기도 눈길을 끈다. 주유기처럼 정전기 방지 패드와 카드 단말기, 금액 표시판을 갖춰 주유기처럼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최대 충전 압력과 범위는 각각 87.5㎫, 1분당 3.6㎏이다.


SK E&S는 물류센터 내부를 재현한 ‘수소 물류센터(H2 Warehouse)’ 부스를 마련했다. 이곳에는 두산밥캣과 함께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를 전시했다. 수소 탱크 용량은 0.7~3.4㎏. 최대 350bar(바)의 압력으로 3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SK E&S가 발표한 수소연료전지 출력은 15㎾.
수소 사업 뛰어든 효성, 핵심은 친환경

수소는 생산 방식 및 친환경성 정도에 따라 크게 ①그레이 수소와 ②블루 수소, ③그린 수소 로 나눈다. 먼저 그레이 수소는 화석 연료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 수증기를 촉매 화학 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현재 생산하는 수소의 96%는 그레이 수소인데, 1㎏의 수소 생산 시 이산화탄소 10㎏을 배출한다.
블루 수소는 화석 연료에서 추출해 만든다. 여기까지는 그레이 수소와 같지만,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해 대기 중으로 뿜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 에너지를 물에 가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미래의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효성은 참가한 업체 중 친환경 수소 생산 계획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효성화학에서 생산한 부생 수소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이후 CCUS)’ 기술을 통해 모을 계획이다. 또한, 전남 산업단지 지역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를 CCUS 과정을 거쳐 블루 수소 생산 및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린 수소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효성은 신재생에너지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1조 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전남 지역에 해상 풍력 발전 조립 공장을 짓는다. 올해부터는 10㎿급 수전해 설비 구축 사업을 추진해 그린 수소 생산량을 연간 20만t(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그린 수소 저장 및 활용을 위해 연간 1만t(톤) 규모의 액화 수소 플랜트 2곳을 세운다.

다양한 수소연료전지 기반 제품이 모인 H2 MEET.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우리나라 수소 산업의 흐름과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기차 충전기와 카트, 드론, 지게차 등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의 색다른 변신도 흥미로웠다. 수소에 대해 막연하게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면, 이곳에서 만큼은 선입견을 덜어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