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 트럼프 '관세'에 셈법 복잡…유럽으로 방향 트나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마곡 더넥센유니버시티 /사진 제공=넥센타이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타이어 제조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이전보다 강력한 '자국우선주의'를 표방하며 한국산 타이어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특히 미국 생산시설이 없는 넥센타이어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12일 넥센타이어 IR자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북미 매출은 5427억원이다. 총매출(2조1503억원)의 25.2%가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발생했다. 지난 10여년간의 매출에서도 북미 점유율은 꾸준히 25% 수준을 보여왔다.

다만 미국 생산시설 미비로 유통의 대부분을 현지 도매유통사에 의지하는 구조다. 이에 수입품에 최소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타이어3사 중 제품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크게 떨어지게 된다.

/자료=넥센타이어 IR 자료

한국·금호타이어, 美 공장 증산…넥센타이어는 '묘책' 없어

미국에 생산 공장이 있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타이어는 테네시에 연간 55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오는 2026년까지 2조1009억원(약 15억9000만달러)를 더 투자해 생산능력을 1200만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증설 이후 양산이 본격화되는 예상 시점은 2026년 1분기다.

금호타이어는 조지아에 연산 450만본 규모의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부족한 제품은 대부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공급한다. 현지 생산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미국의 관세장벽을 회피하고 북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미국 생산시설이 없다. 또 올 3분기에는 현지 대형 유통사가 파산하며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3분기에는 판매물량 조정과 유통망 재구성에 나섰다. 현지 투자 또한 검토 대상이지만 준공 이전에는 상당한 관세 부담을 지게 된다.

중요해진 체코 공장 정상화

넥센타이어는 올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유럽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판매 제품을 고인치 중심으로 배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매출 비중도 높다. 올 3분기 전체 매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38%를 넘겼다. 이는 유럽 체코 공장 역할 확대에 따른 것이다. 넥센타이어는 체코 공장(연 550만본)을 가동하고 있다. 또 연초에 체코 공장 증설을 마치고 가동률 끌어올리기에 나선 상태다. 2025년 100% 가동을 목표로 하며, 최대 연 1100만본을 생산하게 된다.

특히 유럽 2공장은 고인치 비중이 높은 생산체계를 갖춰 향후 가동률이 높아지면 질적·양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올 1분기와 2분기 매출 7000억원을 연속으로 넘어서며 안정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며 “유럽 2공장의 빠른 정상화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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